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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 집 찾아가는 길

제우스 신전 정문에 해당하는 하드리아누스 아치
 제우스 신전 정문에 해당하는 하드리아누스 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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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라를 구경한 후 우리는 차를 타고 아테네 국립 고고학박물관으로 간다. 차는 아테네 구 시가지를 따라 간다. 먼저 안드레아 싱그루 거리를 따라 동북쪽으로 향한다. 그러자 바로 올림피아 제우스 신전 터가 나온다. 아크로폴리스에서 내려다 보던 그 신전이다. 차가 신전을 따라 돌자 정문 쪽에 하드리아누스 아치가 보인다. 이들은 2000년을 견뎌온 역사적인 유물들이다.

이들을 보는가 했더니 어느새 차는 바실리시스 도로를 따라 내셔널 가든 옆을 지나간다. 내셔널 가든은 아테네 최대 녹지공간으로 숲과 연못이 조성되어 있고, 그 안에 동물원, 식물원, 도서관, 운동장, 기념물과 조각상이 만들어져 있다. 원래 궁궐 정원이었으며 1800년대 중반부터 일반에게 공개되었다고 한다.

국회의사당
 국회의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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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원에는 두드러진 건물이 두 개 있다. 남쪽 중간에 있는 차피오(Zappio, Zappeion)와 북쪽 끝 길에 연해 있는 국회의사당이다. 차피오는 차파 형제의 후원으로 1874-1886년에 지어졌다. 건축가 한센이 디자인했으며, 고대 그리스 양식과 현대적인 기법을 접목했다. 이 건물은 회의와 전시, 발표와 공연 같은 다목적 홀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차피오 건물은 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눈에 잘 띄는 것은 길 옆에 있는 국회의사당 건물이다. 이 건물은 원래 그리스 초대 왕인 오토의 저택으로 1836-42년에 건축되었다. 그런데 두 번이나 불이 나 왕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1924년 국회의사당이 되었고, 1934년 현재의 모습으로 재건되었다. 국회의사당 앞에는 무명용사 기념조형물이 있고, 그 양쪽에 군인이 지키고 있다. 일요일이면 이곳에서 군인들이 행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고고학자 슐리만
 고고학자 슐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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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리만이 살았던 집: 현재는 동전과 메달 박물관으로 쓰인다.
 슐리만이 살았던 집: 현재는 동전과 메달 박물관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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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을 지나자 차는 좌회전해 베니젤로우 거리로 들어선다. 이곳에는 학술원과 아테네 대학과 국립도서관이 있다. 한 마디로 학술의 전당이다. 이들 건물을 보기 전에 일로우 멜라트론(Iliou Melathron)이라는 신 르네상스 양식의 3층 건물을 볼 수 있다. 이 건물 2층에 트로이 유적을 발굴한 독일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1822-1890) 살았다고 한다. 현재는 동전과 메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거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역시 학술원이다. 6개의 이오니아식 석주의 신전 양식 건물을 중심으로 양쪽에 대칭적으로 날개 건물을 배치했다. 중심건물의 양쪽에는 굵고 높은 단독의 이오니아식 석주를 세우고, 그 위에 아폴로와 아테네 상을 세워놓았다. 전체적으로 경건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을 준다. 학술원은 그리스 고전주의 양식을 현대에 재현한 가장 대표적인 건축이다.

학술원
 학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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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대학교
 아테네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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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원 옆에는 1839-1864년에 지어진 아테네 대학교가 보인다.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물로 하얀 석주, 살색 벽, 붉은 계열의 지붕이 차분한 느낌을 준다. 대학답게 플래카드가 붙어있고, 학생들 발걸음이 분주하다.    

금붙이의 잔치

이들 그리스의 전형적인 건물을 보고 우리는 파티시온 거리로 우회전한다. 중간쯤을 지나자 오른쪽으로 아테네 국립 고고학박물관이 나온다. 외관은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가운데 정문에 해당하는 프로필레아가 있고, 좌우에 아고라에서 본 스토아처럼 회랑 건물이 이어진다.

박물관으로 들어간 우리는 먼저 안내 데스크에 가 박물관 안내도를 부탁한다. 그런데 준비가 안 되었단다. 정말로 당황스럽다. 세계 최고(最古) 박물관에 안내도가 없다니. 할 수 없이 국내에서 가지고 온 자료를 참고하면서 관람하기로 한다. 자료에 따르면 가운데 미케네 문명관이 있고 그 좌우에 신석기시대부터 로마시대까지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아가멤논의 황금마스크
 아가멤논의 황금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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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 좌우의 전시실로 가는데, 나는 먼저 가운데 있는 미케네 문명관으로 들어간다. 그 유명한 아가멤논의 황금마스크를 보기 위해서다. 입구에 서자 마스크, 흉배, 컵, 목걸이, 사물함, 칼집으로 이루어진 금붙이의 잔치가 펼쳐진다. 그 중 단연 압권은 가운데 위쪽의 번쩍이는 황금마스크다. 얼굴에서 밝은 빛과 함께 은은한 미소가 퍼져 나온다. 아가멤논의 황금마스크, 생각보다 우아하고 화려하다.

황금 마스크는 1876년 하인리히 슐리만에 의해 미케네에서 발견된 금속공예품이다. 장례용 마스크로 당시 발굴 중이던 5호분에서 발굴되었다. 당시 슐리만은 전설적인 그리스 왕 아가멤논의 것으로 생각했다. 그때부터 아가멤논의 황금마스크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 아가멤논 시대보다 훨씬 이른 기원전 1500-1550년 사이 마스크로 밝혀졌다. 그렇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그것을 아가멤논의 황금마스크라 부른다.

제례용 향로와 주전자
 제례용 향로와 주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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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이 달린 잔
 손잡이 달린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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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눈에 띄는 것은 화려한 장신구와 생활용품이다. 제례용 향로와 주전자도 보이고 손잡이가 달린 잔도 보이고 불가사리 모양 장식도 보인다. 비교적 소품이지만 장식과 조각이 최고 수준이다. 이들 모두 미케네에서 출토된 것으로 당시 지도층의 생활상을 짐작케 해준다.
 
그 뒤로 또 얇은 판형 장식품들이 보인다. 가운데 인체 모양의 조각 두 점이 있고 그 주위에 나비 모양, 꽃 모양, 부채 모양, 원 모양의 장식품이 함께 있다. 이것은 아마 합장묘에 넣어진 부장품들로 두 부부의 영생을 비는 차원에서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황소 장식이 있는 손잡이 달린 잔
 황소 장식이 있는 손잡이 달린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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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붙이 중에 또 뛰어난 것은 라코니아 지방에서 발견된 손잡이가 달린 잔 2개다. 라코니아는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남쪽 해안 지방으로 크레타 문명과 미케네 문명을 연결해 주는 통로에 있다. 이곳의 중심 도시는 우리가 잘 아는 스파르타이다. 이들 잔의 바깥에는 아주 인상적인 돋을새김 장식이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숲이나 들판에서 날뛰는 황소의 모습이다. 황소 주변에는 올리브나무와 넝쿨나무 그리고 바위들이 보인다. 황소 뒤로는 청년이 밧줄로 황소의 뒷다리를 묶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포악한 황소를 제압하는 청년의 용맹스러움을 보여주는 것도 같고, 인간과 동식물이 함께 사는 낙원(Arcadia)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도 같다.     

정말 아름다운 여인들의 잔치

석회조소 여인상
 석회조소 여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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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케네 문명의 또 다른 아름다움은 조소와 그림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림은 미케네 아크로폴리스 프레스코화에서도 볼 수 있고 도자기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석회로 만들어진 여인의 조소이다. 흰색의 얼굴에 푸른색 눈을 그렸고, 붉은색으로 머리띠를 그려 넣었으며, 입술은 빨갛게 표현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양 볼과 턱 그리고 이마에 표현된 반짝이는 빨간 점이다. 이것은 장식으로도 보이지만 종교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도 같다. 코의 도드라진 부분과 머리 부분이 훼손되어 완벽한 아름다움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미케네 여인의 표정이 상당히 밝다. 학자들은 이 여인을 여신이나 스핑크스로 보고 있다. 기원전 13세기 작품이다.

프레스코화의 미케네 여인
 프레스코화의 미케네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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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여인들은 또 프레스코화에도 나타난다. 벽면에 석회반죽을 칠하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린 모습이다. 이들 프레스코화는 일부가 훼손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그림의 내용은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다. 프레스코화에 표현된 이들 여인을 고고학자 조지 밀로나스는 '미케네 여인'이라 이름 붙였다.

이들 미케네 여인 중 가장 화려한 여인은 목걸이와 팔찌를 하고, 손에 무언가 장신구 비슷한 것을 움켜쥐고 있다. 옷은 붉은색과 흰색이 교차하는 세일러복 형태로 단순하면서도 위엄이 있다. 머리는 큰 갈래와 작은 갈래로 나누고 머리 중간 중간에 띠를 둘렀다. 지도층의 부인이나 딸의 모습으로 보인다.

마차를 타고 가는 남녀
 마차를 타고 가는 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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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도
 수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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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재미있는 프레스코화는 마차를 타고 가는 남녀 그림과 수렵도다. 이들 남녀는 마차에 나란히 앉아 외출을 하고 있다. 말과 마차의 갈색, 두 사람의 연푸른색과 연 분홍색, 선과 면으로 표현된 올리브나무의 갈색과 연푸른색이 대조를 이뤄 고상한 분위기와 높은 품격을 보여준다.

도자기 속의 병사들
 도자기 속의 병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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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도는 사냥꾼이 세 마리의 개와 함께 멧돼지를 사냥하는 모습이다. 가운데 멧돼지를 세 마리의 개가 포위하고 있고, 사냥꾼이 창으로 멧돼지의 머리를 찌르고 있다. 그런데 프레스코화가 훼손되어 사냥꾼의 손과 창만 보인다. 사냥꾼의 표정이 정말 궁금하다. 그림 주변에는 좀 더 많은 대상물이 표현되어 있을 텐데 볼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도자기에는 멋진 그리스 병사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미케네에서 출토된 기원전 13세기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6명의 병사가 전장으로 나가는 장면을 보여준다. 도자기의 반대편 쪽에는 이들을 전송하는 여인들의 모습이 있다고 하는데, 유리벽 안에 전시되어 그 장면을 볼 수 없어 정말 아쉽다. 
  

아테네 국립 고고학박물관(National Archeological Museum)

아테네 국립 고고학박물관
 아테네 국립 고고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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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기 시대부터 로마시대까지 고대 그리스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 20000점을 전시하고 있다. 1866년 파티시온 거리(현재는 10월28일 거리로도 불림)에 처음 자리 잡았고, 1888-89년 에른스트 칠러에 의해 완성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후 그리스 학자 크리스토스 카루조스에 의해 대대적인 전시물 재배치가 이루어고 1964년 완결되었다.

이때부터 아테네 국립 고고학박물관은 유물(내용)과 전시(형식)라는 측면에서 세계 최고의 박물관이 되었다. 그러나 1999년 아테네에 지진이 일어났고, 박물관 건물이 크게 손상되었다. 그 때문에 2002년부터 1년6개월 동안 문을 닫기도 했다.

현재는 9개관으로 나눠 유물이 전시되고 있다. 선사시대관, 건축관, 도자기관, 산토리니관, 금속공예관, 스타타토스관, 블라스토스관, 이집트 예술관, 근동관이 그것이다. 여기서 스타타토스와 블라스토스는 기증자의 이름이다. 박물관의 전시물을 보는 데는 5시간 정도 걸리며, 중요한 것만 본다고 해도 2-3시간은 걸린다. 박물관 입장료는 7€이다.

덧붙이는 글 | "1월24일부터 2월1일까지 9일간 아테네, 터키, 암스테르담을 여행했다. 아테네와 암스테르담은 하루 관광이고, 나머지 5일은 터키 관광이다. 터키에서는 에페스, 파묵칼레, 카파도키아, 앙카라, 이스탄불을 여행했다. 이번 여행의 중요 컨셉은 문화유산 답사와 고고학박물관 견학이다. 20회 내외 여행기를 연재할 예정이다."



태그:#아테네 국립 고고학박물관, #아가멤논의 황금 마스크, #미케네 여인, #황금 장식품, #프레스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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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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