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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또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는데 너무나 안타깝고, 더욱 우려되는 건 이번 일에 영향을 받아 또 다시 소중한 목숨을 버리는 피해민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 26일 오전 9시경 유류피해로 인한 생계를 비관하며 자신의 자택 지하에서 넥타이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성정대(53) 위원장. 그의 죽음을 두고 피해주민의 대표자격인 태안군 관내 피해대책위원회(이하 피대위) 임원들의 걱정이 날로 높아져가고 있다.

 

이번 성 위원장의 죽음은 지금까지 생계를 비관해 자살을 택한 유류피해 주민들의 죽음과는 다르다. 특히 피해 주민들에 대한 손해배상의 물꼬가 트이지 않는 암담한 상황에 피해민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맡았던 대표자의 죽음이어서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피대위 임원들도 이 점을 제일 걱정하고 있다. 성 위원장의 죽음으로 인해 자칫 이러한 희생이 피해민들에게 확산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인 것이다.

 

실제로 태안군에서는 기름유출사고 한달 여가 지난 이듬해인 2008년 1월 음독자살한 ㅇ씨와 ㄱ씨 그리고 분신을 시도해 태안 유류피해민의 고통을 대변했던 ㅈ씨에 이르기까지, 연쇄적으로 소중한 목숨이 떠나가는 걸 지켜봐야 했다.

 

당시 일명 '베르테르 효과'로 인한 피해주민들의 희생이 계속 이어지자 진태구 태안군수는 "더 이상 목숨을 버리는 희생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대군민 긴급 호소문까지 발표한 바 있다.

 

이후 더 이상 아까운 목숨을 버리는 안타까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곧바로 피해보상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힘든 생계를 유지해 오던 피해주민들은 사고발생 2년이 넘도록 보상이 지연되자 또 다시 생계에 위기를 맞이하게 된 것. 양식장 운영 등으로 빚만 늘어가는 주민들에게 정부 등 피해보상 문제를 풀어줘야할 이들은 정부와 IOPC간 조업제한 차이로 보상이 늦어지고 있다는 핑계만 늘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성 위원장의 죽음은 보상될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태안 피해주민들의 심기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이런 일이 언젠가는 한 번 더 일어날 줄 알았다. 서울이나 타 지역에 가면 태안은 이미 모든 피해보상을 받은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현실은 피해보상은 커녕 빚에 쪼들려 심적 고통과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피해주민들이 많이 있다. 얼마나 힘들면 목숨까지 끊겠는가!"

 

마치 이러한 일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말을 전하는 피해주민들도 속속 눈에 띈다.

 

피해주민들은 성 위원장의 죽음음 애도하며 한편으론 대정부, 대삼성·현대에 대한 대규모 항의집회를 추진하는 등 강력 투쟁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하지만, 성 위원장의 충격적인 죽음에 영향을 받아 피해민들이 자칫 분노와 감정에 치우쳐 안타까운 선택을 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 무엇보다 걱정되는 부분이다.

 

더군다나 유류사고 이후 피해보상이 장기화되면서 피해주민들의 심리적, 경제적 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피해민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성 위원장이 죽음을 택한 것이라, 더 큰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는 피해민으로의 분위기 확산은 우려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더 이상 피해민들의 안타까운 희생을 막기 위해서는 피해보상은 단연 선결 조건이다. 또 세종시 등 다른 사업은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면서 태안 기름유출과 관련해서는 도의적 책임은 커녕 법원의책임제한 결정에만 매달리는 삼성과 '조업제한시기 차이' 핑계만 대고 있는 정부의 조속한 대책마련만이 해결책이다.

 

그리고 고 성정대 위원장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은, 더 이상의 희생보다는 피해민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정부와 삼성, 현대를 향해 한 목소리를 내는 길이라는 것을 태안 피해민들이 명심해야 할 것 같다.


태그:#태안유류피해, #성정대, #베르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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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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