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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세대>의 저자 우석훈이 '88만원 세대 새판 짜기'라는 부제를 담아 내놓은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레디앙 펴냄)는 아직도 방(?)에서 나오지 못하는 88만원 세대들에게 조용히 혁명을 일으킬 것을 종용하고 있다. 반지하방, 옥탑방, 고시원, 하숙집, 원롬... 온전한 '집'이 아니라 '방'으로 여겨지는 곳들. 오로지 하나의 방 혹은 방들로 이루어진 곳들에서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세대는 20대뿐만이 아니다. 우리 시대의 많은 30대도 아직 '방'에 갇혀 있다. 10대에는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기 위해 발버둥친다. 한때는 서울에서도 이른바 SKY 대학을 가려고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지방은 이른바 '지방의 잡대'가 되어 버렸다. 20대가 끝나갈 무렵이면 삼성맨이 되려고 힘겨운 투쟁을 한다. 그리고 든든한 동아줄을 잡지 못한 대다수는 썩은 동아줄을 잡고 아직도 방에 머문다.

 

우석훈은 시민운동과 정치운동으로서 새로운 진을 짤 것을 종용한다. 그렇게 하여 만 명이 모이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 한 달에 만 원을 후원해 주는 만 명의 회원을 만드는 일. 이건 없는 것이 아니다. 우석훈은 "눈사람을 만들 때 최초의 구심점이 될 '연탄 한 덩어리'가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 연탄 한 덩어리는 누가 되어야 하는가? 대한민국의 젊은 기상을 가졌다고 여기는 바로 '당신'이다. 그리고 '나'이다.

 

그리고 꿈꾸어 온 이상적인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정치운동을 할 것을 주장한다. 정치라고 하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을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작은 마을에서도 정치는 가능하다. 지역에서, 작은 공간에서부터 정치운동을 시작하라고 한다. 하지만 혼자는 힘들다. 정당을 통해서 하되, 정당을 움직이라고 말한다. 20대들이 뭉치면 충분히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20대여, 생각을 바꾸자!

 

젊은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생각의 전환이다. 일류대 못 가면 인생의 낙오자가 된다는 생각, 대기업에 못가면 3류 인생이 된다는 생각 등 기존의 고정관념을 벗어나지 못하면 인생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젊은 세대에게만 강요할 수는 없다. 기성세대로부터 유전되어 온 이유가 크기 때문이다. 둘레에는 생각을 바꾸어 성공한 이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도 소수이다. 소수이다 보니 사회적인 관심거리가 되는 것이다.

 

일류대에 가고, 대기업에 가서 바늘구멍을 같은 경쟁을 뚫고 간부가 되어 수십억 원의 재산을 쌓는다고 해도 그가 나중에 만나는 것은 일에 찌들어 상해버린 몸과 자신의 복제품 같은 아내나 자식밖에 없다. 물론 돈이 있으면 세상이 편한 것은 만고의 진리지만 없다고 불행한 것도 아니다. 또 큰 기업이라고 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다. 작은 기업이라도 사람 냄새가 가득한 기업이면 그곳이야말로 행복한 기업 아닐까.

 

우석훈은 글을 마감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한국 20대들과 만들고 싶은 세계는 소설책도, 영화도 많이 볼 수 있고, 마음껏 꿈꾸며, 그것을 실현해 먹고살 수 있는 곳, 누구도 누구 위에 올라서거나 누구를 불행하게 하지 않으면서 자연과 어우러져 소박하게 살 수 있는 곳이다. 최소한 20대들이 창문이라도 달린 방에서 살고, 지하나 반지하방에서 지상으로 올라와 살게 해 주고 싶다. 그리고 전 세대들처럼 인상 구기면서 살지 않고, 명랑하게 웃으면서 늘 재밌는 일들만 하면서 살아가게 해 주고 싶다. 배고프지 않고, 외롭지 않고, 잔인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사람들과 충분히 마음을 나누며 사는 삶, 이정도의 소박한 꿈도 혁명 없이 가능하지 않단 말인가? 그렇다. 우리는 지금 명박시대를 살고 있다."

 

작은 꿈조차 혁명 없이 이룰 수 없는 명박시대에 살고 있는 젊은 세대에 권하는 책이다. 대한민국에서 경쟁에 찌든 20대라면 "내몸은 신자유주의, 우리는 외로워요!"를 외치는 20대라면 미친 '스펙쌓기' 경쟁을 잠시라도 멈추고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몇 명만이라도 '쫄지말고', '혁명'을 상상하며 가슴뜀도 느끼고 우리가 나아갈 방향과 역할을 찾았으면 좋겠다.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 88만원세대 새판짜기

우석훈 지음, 레디앙(2009)


태그:#우석훈, #혁명, #88만원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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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말이 적어야 하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하고, 머리에 생각이 적어야 한다. 현주(玄酒)처럼 살고 싶은 '날마다 우는 남자'가 바로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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