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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11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여성단체들이 '임신·출산 및 몸에 대한 결정권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원들이 낙태 문제로 고통받는 여성의 현실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5일 오전 11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여성단체들이 '임신·출산 및 몸에 대한 결정권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원들이 낙태 문제로 고통받는 여성의 현실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권박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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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시술 병원을 고발한 지 한 달, 임신 여성들의 상황은 빠르게 악화됐다. 낙태를 하는 의사들이 줄어들면서 비용은 최고 20배 가까이 비싸졌고, 그나마도 병원을 찾지 못해 원정 낙태를 고민하는 여성들도 생겼다.

심지어 강간 피해자조차 낙태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전에는 여성단체의 진료의뢰서만으로 시술을 해주던 연계 병원에서도 "피해를 입증할 증거를 가져오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5일 오전 11시, 여성단체들은 3·8여성대회를 앞두고 청계광장에서 '임신·출산 및 몸에 관한 결정권 선언'을 하면서 이같은 인권침해 현실을 밝혔다. 여성단체 회원들이 낙태 문제로 기자회견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인권정책국장은 "우리 상담소만 해도 낙태에 대한 상담전화를 하루에 한 건 이상씩 받는다, 예전엔 전혀 없던 일"이라고 전했다. 상담은 대부분 "어디서 낙태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낙태가 음성화되면서 약 30만원이었던 시술비용이 훌쩍 뛰었고 병원마다 차이도 커졌다고 한다. 란희 국장은 "부르는 게 값이다, 600만원까지도 들었고 기본적으로 100만원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이나 대학생, 저소득층 여성들에게는 감당하기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중국 등 외국에서 낙태를 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상황은 점점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낙태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야매'로 위험한 수술을 감행하는 여성들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성학자 오한숙희씨는 "돈 없는 여성은 몸을 자해하는 방식으로 낙태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실제로 1900년대 미국에서 낙태합법화운동이 벌어진 것은 한 여성이 철제깡통을 날카롭게 잘라 몸속에 넣고 낙태를 시도하다가 과다출혈로 사망한 사건이 큰 계기가 됐다. 이 일로 충격을 받은 간호사 마거릿 생거는 낙태합법화운동을 펼치면서 "여성에게는 아이를 낳을 권리와 아이를 낳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100여 년 전 과거지만 한국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

오한숙희씨는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은 국가나 의사들보다 여성이 더 크다, 무분별한 성생활을 해놓고 이기적 생각에서 아이는 안 낳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경제력과 사회적 편견 때문에 아이를 낳아도 제대로 기를 수 없는 상황 때문에 포기한다는 것이다.

이날 여성단체들은 선언문을 통해 "낙태고발은 여성의 몸과 자율권을 통제하려는 반인권적 발상"이라면서 낙태고발 및 단속 중단, 사회경제적 사유의 낙태 허용, 여성의 몸에 대한 결정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태그:#낙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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