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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드립니다>
당초 이 기사는 이학수 삼성그룹 전 부회장이 지난해 8월 집행유예 형을 확정받고도 고려중앙학원 이사직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고 썼습니다. 그러나 고려중앙학원은 "지난해 11월 사퇴했는데, 홈페이지에 이사회 회의록과 임원 변경을 공지하지 않은 실무자의 착오이다"라고, 또 삼성 측은 "지난해 8월 14일에 사퇴서를 제출했다"고 밝혀와 내용 일부를 수정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혼란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기사보강 : 16일 오후 8시]

최근 청와대와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 한나라당이 앞 다투어 '교육비리 척결'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법치를 강조해 온 현 정부의 기존 목소리와 같은 선상에서 이뤄지는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국민들은 신뢰를 보내지 않는 눈치다. 특히 요즘 뭇매를 맞고 있는 공정택 전 서울교육감이 현 정부 교육정책의 최대 지지자였다는 점과 이번 문제의 시발이 된 교장승진제도 개선을 현 정부가 거부해 왔다는 점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정부와 여당의 '비리척결' 목소리에 더욱 공감할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의 척결 대상에 교육계의 해묵은 비리이자 최대 비리 대상자로 꼽히는 사립학교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참여정부 시절 사학비리 척결과 사립학교법 개정을 완강히 반대했다는 점도 한 몫 한다.

이런 가운데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 김도연 전 교과부장관 등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음에도 사립학교 이사를 했거나 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학수씨, 금고 이상 형 받고도 고려대 이사로 재직

2010년 3월 16일 현재 고려대학교 홈페이지에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이사로 재직중이라고 나온다.
 2010년 3월 16일 현재 고려대학교 홈페이지에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이사로 재직중이라고 나온다.
ⓒ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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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부회장이었던 이학수씨는 지난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정치권에 300억이 넘는 불법 자금 제공 혐의로 2004년 9월,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다음해 특별 사면됐다. 5년 뒤인 2009년 8월에는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사건'으로 이건희 회장과 함께 기소돼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되었다.

사립학교법 제22조(임원의 결격사유)와 국가공무원법 제33조에 의하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는 사립학교의 이사를 할 수 없다.

그러나 2006년 3월 고려대학교가 교육부를 통해 국회에 보고한 이사회 명단에 따르면, 이학수씨는 2003년 11월 26일부터 고려중앙학원 이사로 재직중이었다.(임기 2007년 11월 25일까지) 이는 2004년 9월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도 이사에서 물러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교과부 역시 아무 조치 없이 이학수씨가 계속 이사로 재직하는 것으로 국회에 보고했다.

이에 대해 고려중앙학원 측은 "이학수 이사가 (당시) 유죄선고 사실을 알려주지 않아 몰랐다"며 "교과부에서도 아무런 이야기가 없어 별도 조치를 하지 않고 이사직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학수 삼성그룹 전 부회장은 2009년 5월, 다시 이사로 선임됐다. 그리고 3개월 뒤 '삼성SDS 사채 헐값 발행사건'으로 이사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5년형'을 선고받았다. 2008년 10월에 이미 징역 5년에 집행유예 5년 및 사회봉사 320시간을 선고받고 대법원 상고를 포기한 상태였기 때문에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내려질 가능성이 매우 높았음에도 이사직을 맡은 것이다.

그는 이사 선임 직후 열린, 이 법인 소속 중앙고의 자율형사립고 지정 신청을 결정한 이사회 회의록에도 참가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또 2010년 3월 현재 고려대학교 홈페이지의 임원 현황에 따르면 그는 징역형을 선고 받고 형이 확정된 지금도 이사로 등재돼 있다.

고려대와 같은 법인 소속인 중앙고의 자율형사립고 지정 신청을 결정한 날, 이사회에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이 참가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고려대와 같은 법인 소속인 중앙고의 자율형사립고 지정 신청을 결정한 날, 이사회에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이 참가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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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고려중앙학원 측은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2009년 11월 1일에 이사 사퇴서를 공식적으로 제출하여 11월 4일 이사회에서 사퇴 처리됐다"며 "이후 홈페이지에 이사회 회의록과 임원 변경을 공지하지 않은 것은 실무자의 착오였다, 곧 홈페이지에 이를 공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반면, 삼성 관계자는 "지난해 8월 14일 사퇴서를 제출했다"면서 "재단 이사회는 재단 쪽의 요청에 의해 명예직으로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있었으며, 불법으로 자리를 유지할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4년 건의 경우 오래됐기 때문에 정확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한화 김승연 회장 형 확정, 교과부는 몰랐을까

천안북일고 홈페이지에 가면 그때도, 지금도 한화 김승연 회장이 이사장으로 돼있다.
 천안북일고 홈페이지에 가면 그때도, 지금도 한화 김승연 회장이 이사장으로 돼있다.
ⓒ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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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슷한 사례가 한화가 운영하고, 김승연 회장이 이사장인 천안북일고에도 있다. 아들을 폭행한 이들을 폭행한 혐의로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김승연 한화 회장 사건은 1심에서 실형, 2007년 9월 항소심에서 사회봉사 200시간과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형이 확정됐다.

천안북일고의 자율형사립고 지정신청서. 김승연 이사장 이름으로 되어 있다. 이 학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국 단위 모집을 할 수 있는 자율형사립고로 지정되었다.
 천안북일고의 자율형사립고 지정신청서. 김승연 이사장 이름으로 되어 있다. 이 학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국 단위 모집을 할 수 있는 자율형사립고로 지정되었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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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형이 확정되는 순간, 김승연 회장 역시 고려대의 삼성 이학수 전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사립학교법과 국가공무원법에 의하여 이사 자격이 상실된다. 그런데 교육 당국은 김 회장의 이사 승인을 취소하지 않았고, 김 이사장 역시 이사에서 물러나지 않고 지금도 천안북일고 홈페이지에 이사장으로 등재돼 있다. 그리고 유죄선고가 확정된 지 1년도 안 된 2008년 8월 대통령의 광복절 특별 사면자 명단에 끼어 사면을 받았다.

사면을 받으면 자동적으로 이사가 될 수 있는 자격이 회복된다. 하지만 다시 이사가 되려면 별도의 이사 선임 과정과 관할청의 취임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한화도, 천안북일학원도, 교육 당국도 전혀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009년, 충청권의 유일한, 그리고 전국 단위 학생 모집을 할 수 있는, 대한민국에 하나밖에 없는 자율형사립고로 지정된 천안북일고의 지정 신청서도 김승연 이사장 명의로 제출됐다.

교과부는 김승연 회장이 유죄 선고 받은 것을 몰랐을까? 아니면 김 회장이 북일학원 이사장이라는 것을 몰랐을까? 어느 쪽이든지 교과부는 책임을 면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당사자인 김 회장과 한화, 북일학원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도연, 그는 어떻게 울산대 이사를 할 수 있었나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이사장인 울산대학교 이사 명단. 김도연 전 장관이 2008.9부터 이사로 등재되어 있다. 현행 법상 4급 이상 교육공무원, 교육행정공무원은 퇴임 2년 간 사립학교 이사를 할 수 없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이사장인 울산대학교 이사 명단. 김도연 전 장관이 2008.9부터 이사로 등재되어 있다. 현행 법상 4급 이상 교육공무원, 교육행정공무원은 퇴임 2년 간 사립학교 이사를 할 수 없다.
ⓒ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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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참여정부에서 교육계 가장 큰 이슈였던 사립학교법의 2005년 개정 내용 중 하나가 "4급 이상의 교육행정공무원 또는 교육공무원으로 재직하다 퇴직한 지 2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의 사립학교 이사 선임을 제한하는 것이었다.

이 조항은 '사학 마피아'라고 불리던 사학법인과 교육 관료의 부당한 유착을 막고, 교육 관료가 퇴임 후 사립학교로 진출하여 부하 공무원들에게 압력을 넣는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공직자윤리법'도 고위 공직자가 퇴직 후 2년 내에 퇴직 전 업무 관련 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초대 교과부 장관이었던 김도연씨는 현재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이사장인 울산대의 총장 겸 이사다. 그는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던 2008년 2월 교과부 장관이 됐고 8월 퇴임 후 곧바로 울산대 총장 겸 이사로 옮겨갔다. '교과부 장관이 4급 이상의 교육공무원 또는 교육행정공무원이냐'는 법적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조항의 입법 취지에는 명백히 어긋나는 것이다. 더 낮은 차관이나 국장급, 과장 등의 교육공무원에게는 사학 이사 진출을 금지하면서 정작 교과부 수장인 장관은 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상식에도 맞지 않아 보인다.

장관이 '정무직 공무원'이라는 것을 이유로 4급 이상 교육공무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불법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김도연 총장은 장관이 되기 직전인 2008년 2월까지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2008년 2월, 사립학교법 이사 선임 결격 사유 범위인 '4급 상당 이상의 교육공무원'을 "초·중·고 교장, 대학의 부교수 이상 교수"로 확정하여 전국 사학법인에 통보했다. 즉, 초·중·고등학교 교장이나 부교수 이상의 대학교수들은 퇴직 후 2년 이내에 사립학교의 이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도연 전 장관은 장관 퇴임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2010년 8월까지, 교수 퇴임을 기준으로 하면 2010년 2월까지 사립학교 이사를 할 수 없다. 그런데 교육부의 장관을 지낸 사람이 이런 법을 무시하고 2008년 9월부터 울산대 이사를 하고 있으며 교과부 역시 아무런 조치 없이 이를 승인했다.

이명박 정부, 불법 조장한다는 비판 면하기 어렵다

주경복 교수의 사학분쟁조정위원 해임 통지서. 아무런 법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그냥 해촉한다는 문구만 대통령 이름으로 되어 있다.
 주경복 교수의 사학분쟁조정위원 해임 통지서. 아무런 법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그냥 해촉한다는 문구만 대통령 이름으로 되어 있다.
ⓒ 행안부 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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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대통령은 2008년 출범한 '제1기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위원으로 주경복 교수를 임명했다. 사학법에 임기도 2년으로 보장되어 있었다. 그런데 주경복 교수는 2009년 2월, 임기를 절반이나 남겨놓은 상황에서 교과부와 행자부로부터 대통령이 위원을 해임하였다는 통지를 받았다.

당시 교과부와 청와대는 사학법 제24조의4(조정위원회 위원의 자격기준)가 정한 제22조(임원의 결격사유)와 국가공무원법 제33조의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집행유예의 기간이 완료된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를 주경복 교수의 해임 근거로 내세웠다. 그런데 당시 주 교수는 기소만 되었을 뿐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명백한 엉터리 해석이다. 사립학교법이나 국가공무원법 어디에도 '기소'됐다는 이유로 위원 자격이 박탈된다는 조항은 없다.

정부가 벌인 이런 일련의 상황에 대해 당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정치적 술수'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실제로 청와대는 주 교수를 해임하고 곧바로 공안 검사 출신의 고영주 변호사를 위원으로 임명하였고, 그 고 변호사는 제2기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도 위원으로 임명되었다. 보수화된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상지대, 조선대, 상지대 등의 정상화 논의 과정에서 비리로 쫓겨난 구재단에게 학교를 돌려주려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해, 오히려 분쟁이 재발할 조짐마저 일고 있다.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고려대 이사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과 천안북일학원 이사장 한화 김승연 회장은 사학법과 국가공무원법에 의하여 이사 자격을 상실하였음에도 이사를 계속했고, 교육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들 두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중앙고와 천안북일고는 MB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인 자율형사립고로 지정됐다.

또 김도연 초대 교과부 장관이 퇴임 후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울산대학교 총장 겸 이사로 간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법을 집행하고, 지키지 않는 이들을 감독해야 할 교육 당국이 스스로 불법을 저지르거나 묵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주경복 교수는 기소되었다는 이유로 임기가 보장된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는 중에 아무런 법적인 근거도 없이 위원에서 해임됐다. 그리고 대통령은 그 자리를 대표적인 공안검사 출신의 보수 변호사를 임명하였다.

교과부 "이사회에서 별도 해임해야 자격 박탈"

이에 대해 교과부 담당자는 김승연 회장 등의 이사직 유지에 대해서 "몰랐다, 비록 이사 승인과 취소를 교과부에서 하지만 그 사람들이 확정 판결을 받았는지 일일이 알 수가 없다"며 "이사 결격 사유가 발생하더라도 별도의 해임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립학교법상 이사 자격을 상실하면 당연히 해임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는 "그런 의견도 있을 수 있다, 법적 논란이 있다"며 "임원 결격 사유라 하더라도 이사회에서 별도 해임 조치를 해야 이사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는 것이 현재 교과부 자문 변호사들의 다수 의견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사실이 확인되면 이사 해임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또 김도연 전 장관의 울산대 이사 재직에 대해서는 "총장이 이사를 겸직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별도의 사례이므로 법적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총장이 이사를 겸직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은 학교법인의 정관으로 정한 것인데 이것이 상위법인 사립학교법을 위배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는 물음에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태그:#불법 이사, #삼성 이학수, #한화 김승연, #고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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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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