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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스님 동행 르포인 "낙동강, 공사현장을 가다2"에 이어서 3부로 이어집니다. 3부에서는 구미보 바로 아래에 건설중인 정체불명의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낙동강을 따라 계속해서 내려가면서 칠곡보의 공사현장 안에서 나오는 오수 무단방류 현장과 왜관 철교 부근의 불법적인 공사현장을 기록했습니다(3월9일~10일). 아울러 그 인근의 공사 이전의 모습들도 실어봄으로써 4대강 사업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4대강사업 낙동강 공자현장 성주대교 부근의 흡입식 준설선이 뿜어올리는 강바닥의 모래흙이 잿빛을 띄고 흘러나오고 있다.
▲ '4대강 사업'의 잿빛 풍경 4대강사업 낙동강 공자현장 성주대교 부근의 흡입식 준설선이 뿜어올리는 강바닥의 모래흙이 잿빛을 띄고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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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들과 동물들의 낙원인 '해평습지'의 장대한 풍경과 안타까운 파괴의 현장을 뒤로 하고 스님과 필자는 낙동강을 따라 계속 내려갔다. 그러나 차에 올라서도 해평습지에서 만난 고니와 갈매기 그리고 무수한 생명들의 발자국들이 눈 앞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울창했던 강변의 숲이 굴착기의 바퀴에 눌린 자국들과 벌목된 나무들의 모습도 오버랩 되면서 속이 편치 않았다.  

불편한 마음을 달래며 내려오다가 문득 어제 저녁에 본, 그러나 미처 기록해 두지 못한, 처음 보는 정체불명의 건설현장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그랬다. 구미보 아래 해평습지가 있고, 이 해평습지 아래에 공개된 계획에는 없던 또 다른 공사현장이 생긴 것이다. 거의 보를 만드는 것과 같은 규모의 현장이었다.

해평습지의 주변 숲의 풍경이다. 공사 전후로 이렇게 풍경이 달라졌다
▲ 4대강 공사 전후의 낙동강 풍경 해평습지의 주변 숲의 풍경이다. 공사 전후로 이렇게 풍경이 달라졌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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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해평취수장'이 있는 곳에 들어서는 공사현장으로 그들이 쳐놓은 현수막에는 '4대강 살리기 사업 하도준설 지장관로 이설공사'라 적혀있었다. 보와 같은 방식으로 강바닥에 철심을 박고 한창 공사를 하는 중인데 무슨 날인지 인부들이 모여서 고기를 구워먹고 있었다.

취수장이 있는 곳에서 이런 공사가 진행 중에 있었지만 오탁방지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흙탕물이 그대로 강으로 흘러들어 강물 하류 전체가 누렇게 변해 있었다. 백번 양보해서 이런 흙탕물도 강의 자정 기능으로 서서히 회복된다고 쳐도 이렇게 전 구간에서 공사를 해버리면 낙동강 전체가 탁류가 되기 때문에 강의 자정 능력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인 듯 싶었다.

'낙동강 철새 집단도래 보호구역'이란 입간판이 황망해 보이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스님은 "현장 사진을 교수님들께 보내서 이 공사가 무슨 공사인지 제대로 밝혀봐야 할 것 같아요"라면서 "공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봐서는 이곳까지는 취수원으로 이용할 듯하고, 이 아래 낙동강은 취수원으로는 포기하려고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어요" 하신다.

해평취수장 부근에서 본 정체불명의 공사현장, 역시 보 공사처럼 강바닥에 철심을 박은 채 공사가 한창이다.
 해평취수장 부근에서 본 정체불명의 공사현장, 역시 보 공사처럼 강바닥에 철심을 박은 채 공사가 한창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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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이 아래 구미 공단을 지나 건설중인 칠곡보나, 그 아래 대구 쪽의 강정보나 달성보 현장의 두터운 오니층 등을 봐도 맑은 물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아마도 스님의 예상이 옳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부산·경남도민들의 우려가 과도한 것은 아닌 것이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듯 낙동강은 상류 쪽만 취수원으로 잡고, 그 아래로는 취수원으로 포기하고는 다른 취수원을 찾으려는 것이 각종 댐 건설사업인 것이다. 이런 전 국토의 '삽질' 계획은 이렇게 다 연결되어 있는 듯 보인다. 

칠곡보 건설현장에서 본, '눈 가리고 아웅 하는' 4대강 공사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섰다. 고아를 지나 구미시를 거쳐 구미시내에서 왜관 방향으로 가면서 강의 오른쪽 강변을 따라 내려갔다. 그곳 강변에는 아직까지 밭들이 남아있고, 올해도 농민들은 농사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들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데도 농부들은 봄날을 맞아 밭을 갈고 있었다.

구미를 지나 왜관 쪽 낙동강변으로, 칠곡보 건설현장 가기 전의 강변에 올해도 농부들이 농사를 지으려는 듯 밭갈이를 해두었다.
▲ 낙동강변의 밭들 구미를 지나 왜관 쪽 낙동강변으로, 칠곡보 건설현장 가기 전의 강변에 올해도 농부들이 농사를 지으려는 듯 밭갈이를 해두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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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을 따라 쭉 펼쳐진 밭들을 구경하면서 저 아래를 조망해보니 고속철도의 다릿발이 보이고 그 아래 칠곡보 건설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칠곡보 건설현장이 그대로 내려다보이는 작은 바위산 앞에 섰다. 이곳은 반대편에서 보면 바위 절벽 아래로 낙동강이 굽이 흐르고 있어서 인근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던 곳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칠곡보를 내려다보면서 건설현장을 담아볼 수 있었는데, 문제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공사현장 안쪽에서 나온 흙탕물을 공사장 밖으로 내보내고 있었는데, 오탁방지막 시설을 한 듯이 보이긴 하지만, 그 흙탕물이 그대로 강물 속으로 유입되고 있는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칠곡보 건설현장 안에서 발생한 오수를 무단 방류하고 있는 현장을 잡았다.
▲ 칠곡보 건설현장의 오수 무단방류 현장 칠곡보 건설현장 안에서 발생한 오수를 무단 방류하고 있는 현장을 잡았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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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자세히 살펴보니, 둥근 관 안에는 또 다른 푸른 망이 있고 흙탕물은 그 푸른 수로망으로 흘러나오는데 그 망이 오탁방지막 아래를 그대로 지나서 나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니까 우리 예상이 맞다면 이들은 지금 쇼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오탁방지막은 요식행위로 해두고, 그 아래로 공사장 안의 흙탕물을 그대로 방류하고 있는 것이다.

▲ 칠곡보 건설현장의 오수 무단방류 현장 칠곡보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오수를 보 공사장 밖의 낙동강으로 무단으로 흘려보내고 있는 모습을 캠코더로 담았다.
ⓒ 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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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그들만의 '친환경' 공사는 칠곡보 아래의 현장에서는 더욱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이후 이 광경은 낙동강을 따라가면서 계속 목격하게 되었다.

그 아래 왜관 철교 부근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사현장은 가히 압권이었다. 오탁방지막은 떨어져 나갔거나 아예 없이 강 한가운데서 굴착기가 열심히 공사를 강행하고 있었다.

칠곡보 아래 왜관  철교 부근 공사현장의 오탁방지막이 끊어져 있다. 그런데도 아랑곳 없이 바로 위에서는 굴착기가 열심히 강바닥을 파내고 있다.
▲ 끊어진 오탁방지막 칠곡보 아래 왜관 철교 부근 공사현장의 오탁방지막이 끊어져 있다. 그런데도 아랑곳 없이 바로 위에서는 굴착기가 열심히 강바닥을 파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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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착기가 파면서 나오는 흙탕물은 그대로 강으로 흘러들어서 강물 전체가 누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이 광경은 스님과 필자를 분노케 하고 이내 허탈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들은 지금 무법천지로 날 뛰고 있는 것이다.

위에서 얼마나 '쪼아'대는지 현장의 직원들 또한 그 어려움을 그대로 실토하기도 했다. 왜관을 지나서 성주대교 쪽 공사현장에서 만난 대우건설의 모 현장 간부도 "우리도 죽겠다"는 표현으로 상부의 지시가 얼마나 강압적인지를 시사해 주었다.

성주대교 부근 공사장의 '회색빛' 풍경

이 공사현장에서는 우리 일행과 현장 직원들 간에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고, 급히 연락을 받고 나온 현장의 간부 직원들은 스님의 우려에 대해서 나름대로 친절한(?) 설명을 해가면서 자신들은 최대한 환경친화적인 공사를 한다고 주장했다.

흡입식 준설선에서 강바닥의 잿빛 모래가 뿜어져 나오고, 그 옆에서 굴착기가 열심히 모래를 퍼올리고 있다.
▲ 잿빛 강물 흡입식 준설선에서 강바닥의 잿빛 모래가 뿜어져 나오고, 그 옆에서 굴착기가 열심히 모래를 퍼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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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공사현장에서는 흡입식 준설선이 뽑아올리는 강바닥의 흙이 둥근 관을 통해서 강변에 만들어 놓은 집하장으로 흘러들고 있었는데, 흘러나오는 흙탕물의 색깔은 회색빛을 띤 것이 오니가 포함되어 있는 듯 보였다.

그래서 스님과 함께 현장으로 내려가서 확인을 해 본 것인데, 어느새 나타난 젊은 현장 직원들이 캠코더를 뺐는 등의 제지를 했고, 그래서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스님은 현장 직원들의 '거친' 설명에 그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졌다. "이곳에 내려오면 벌써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이거 혹시 오니 아니에요? 제대로 조사를 해봤나요?"

'4대강 사업' 전후의 낙동강변 풍경이다. 천양지차다.
▲ '4대강 사업' 전후의 성주대교 주변 풍경 '4대강 사업' 전후의 낙동강변 풍경이다. 천양지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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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거친' 설명은 이랬다. 강바닥 아래의 뻘층을 걷어내는 데 이 흡입식 준설선을 이용하고 있고, 이곳에서 나온 뻘층을 강변의 집하장에 모아서 흙은 굴착기로 퍼서 한편으로 모으고, 이곳에서 나온 탁류는 수로를 통해서 침전될 것들은 침전을 시키고 비교적 양호한 상태의 물을 강으로 다시 돌려보낸다고 한다.

설명은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러나 스님이 주장대로 현장에서는 냄새가 나고 있었다. 위쪽 현장을 보고 온 우리의 눈은 그들의 설명을 불신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또한 성주대교에서 내려다본 강물의 회색빛 또한 그들의 설명을 불신케 하고 있었다.

왜관에서 성주로 가는 쪽의 낙동강 풍경. 이렇게 달라져 있다.  아마도 그것은 뭇생명들에게는 천국과 지옥의 모습일 것이다.
▲ '4대강 사업' 전후의 낙동강 풍경 왜관에서 성주로 가는 쪽의 낙동강 풍경. 이렇게 달라져 있다. 아마도 그것은 뭇생명들에게는 천국과 지옥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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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진실은 성분 분석을 해봐야 할 것이다. 조속한 시간 안에 말이다. 하여간 이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잿빛 물줄기가 연출하는 풍경은 이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음울한 앞날을 예고하는 듯이 보였다. 디스토피아를 이야기하는 '회색빛 도시'에 쓰던 그 표현을 이제 생명의 젖줄인 우리 강들에 써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회색빛 4대강'으로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 앞산꼭지'(http://apsan.tistory.com)에도 함께 실립니다.



태그:#4대강사업, #낙동강, #칠곡보, #오수 무단방류, #해평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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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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