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민주당은 '부자 무상급식'이고 한나라당은 '서민 무상급식'이다."

"한나라당의 '선별적 무상급식'은 무상급식이 아니다. '전면적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

 

무상급식이 6·2 지방선거 이슈로 떠올랐지만 용어 자체가 모호하다. '부자 무상급식'이 있는가 하면 '서민 무상급식'도 있고,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 야당이 무상급식을 전면에 내걸었는데 여당인 한나라당도 무상급식을 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여야는 서로 '너희들이 하는 무상급식은 올바른 무상급식이 아니다'라면서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권자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헛갈리지 않고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선 일단 용어부터 제대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초·중·고등학생들은 급식비를 내고 학교에서 제공하는 점심밥을 먹고 있다. 그러나 그중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급식비를 대신 내주는 학생들도 있다. 기초생활수급자·한부모가정 자녀, 복지시설 수용학생, 소년소녀가장, 차상위계층의 자녀 중 일부가 이런 혜택을 받고 있는데 전국의 초·중·고등학생 13%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초등학생의 경우, 전국 평균 1700원의 급식비를 연간 180번 지원받을 수 있다. 그래서 연간 31만 원 정도의 급식비를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지원받는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경우 2500원의 급식비를 연간 180번, 총 45만 원 정도 지원받는다.

 

학교급식법 9조에 따라 운영되는 이 제도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학교급식비 지원 사업'이라고 부르고,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서울시교육청 등에서는 '중식비 지원사업'이라고 부르고 있다.

 

무상급식 : 교내 모든 학생이 급식비 부담 않고 먹을 수 있어야 성립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내세운 공약은 전국 모든 초·중·고등학생에게 급식을 무상으로 주겠다는 것이다. 도입 취지는 '현재의 급식비 지원제도에선 저소득층의 급식비 지원 신청과정에서 누가 수혜대상인지가 알려져 학생 간 계층화 현상을 막을 수 없다', '초·중학교 무상교육의 취지에 부합한다' 등이다.

 

이 문제를 민주당이 처음 들고 나온 것은 아니다. 지난 노무현 정부 때 민주노동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전면 무상급식을 줄기차게 요구했으나, 정책으로 채택되지는 못했다. 또한 김정호 경남도교육감은 지난 2007년 12월 교육감 선거에서 무상급식을 공약했고, 현재 도 내 20개 시·군 중 10개 군의 초·중학교에서 모든 학생에게 무상으로 밥을 주고 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도 초·중학교 무상급식 공약을 걸고 당선됐으나 경기도의회가 관련 예산을 부결시켰고, 이 과정에서 무상급식은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무상급식에 대한 사전적인 정의는 없지만, 경상남도와 경기도의 선례를 따라 '교내 모든 학생에게 무상으로 밥을 주는' 급식 지원 형태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한 학교의 모든 학생이 급식비를 부담하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어야 '무상급식'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무상급식 30%로 확대? → '급식비 지원 확대'가 바른 표현

 

정부와 한나라당은 18일 당정회의를 마치고 "2012년까지 농촌·어촌·산촌학교의 모든 초등학생·중학생과 도시 저소득층 가정의 모든 초등학생·중학생들에 대해서 전원 무상급식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농촌·어촌·산촌학교의 모든 초·중학생과 도시 저소득층 가정의 초 ·중학생들이 학교에서 급식비 걱정 없이 밥을 먹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도시의 경우 중산층 이상 가정의 학생들은 제외됐다. 당정은 현재 13% 정도의 수혜학생이 30% 정도로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이 중산층 이상 가정의 자녀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부유층 자녀들에게도 공짜로 밥을 주는 부자급식은 재정부담면에서나 사회정의 측면에서나 옳지 않다'는 논리 때문이다. 또 '부자급식'에 지원될 예산을 서민층 유아교육 및 보육 예산으로 쓰는 것이 서민복지를 위해 더 나은 정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런 형태의 급식 공약을 '무상급식'이라는 말로 일반화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무상급식 공약이 경상남도·경기도교육감 선거를 통해 전면으로 부상했다는 점과 그 시행 내용을 보면 한나라당의 공약과는 차이가 크다.

 

한나라당 급식 공약을 뜯어보면, 농·산·어촌 학교의 모든 초·중학생에게는 무상으로 급식을 제공하기로 했으니 그 경우로만 제한한다면 '무상급식 실시'라는 말을 쓸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외 지역의 학교에 대한 급식 공약까지 '무상급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사업 내용이 13%의 학생들이 혜택을 받고 있는 현행 '학교급식비 지원 사업' 대상을 30%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선 이 같은 내용을 '서민 무상급식' 혹은 '점진적 무상급식'이라는 말로 축약해 부르고 있지만, '농·산·어촌 무상급식 및 도시지역 급식비 지원 확대'라는 말이 더 정확하다.

 

18일 조해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당정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도시 저소득층 가정의 '모든' 초등학생, 중학생들에 대해서 '전원' 무상급식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뜻이 같은 '모든'과 '전원'을 반복했다. 물론 실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이 같은 동어반복에선 '무상급식'과 '급식비 지원 확대'의 차이점을 묻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태그:#무상급식, #용어사전, #급식비 지원 확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