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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보해매실농원. 섬진강변에 비해 덜 알려진, 아직까지는 '비밀의 화원'이다. 2년 전에 찍은 풍경이다.
 해남 보해매실농원. 섬진강변에 비해 덜 알려진, 아직까지는 '비밀의 화원'이다. 2년 전에 찍은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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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매화, 산수유는 절반 이상 피어 만개에 가깝다. 개나리도 하나씩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바야흐로 남도의 '꽃봄'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비 예보가 있긴 하지만 집에만 있자니 왠지 억울하다.

향긋한 봄나들이를 그리며 발길이 매화밭으로 향했다. 매화를 생각하면 섬진강변을 빼놓을 수 없다. 섬진강과 매화는 떼려야 뗄 수 없을 뿐더러 섬진강 물길과 어우러진 매화가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화가 활짝 핀 요즘 섬진강변으로 가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불편과 고생을 감수해야 한다. 워낙 사람들이 많이 찾아 북적거리고 교통체증도 빚어지기 때문이다. 자칫 매화향에 취해보기도 전에 길에서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다. 그래서 방향을 바꾼다. 비교적 한적한 매화밭, 상업적이지 않은 소박한 매화밭으로 간다. 전라남도 해남과 순천이다.

해남 산이면 예정리에는 보해매실농원이 있다. 매화나무 재배면적이 46만㎡(14만평)로 단일 면적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넓은 매화밭이다. 순천에선 월등면 계월리가 매화꽃 지천이다. 매화, 복숭아, 감 같은 과수를 재배해 먹고 사는 산골마을인지라 매화 재배면적도 상당하다. 이 두 곳은 섬진강변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어 그렇게 북적거리지도 않는다. 차분히 매향을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보해매실농원에 매화가 활짝 피었다. 관광객들이 매화나무 사잇길을 걸으며 매화를 감상하고 있다.
 보해매실농원에 매화가 활짝 피었다. 관광객들이 매화나무 사잇길을 걸으며 매화를 감상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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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해남으로 가본다. 해남 산이면에 있는 보해매실농원은 지난 1978년에 보해양조에서 조성한 곳이다. 14만 평에 1만 4000여 그루의 매화나무가 심어져 있다. 지금 '매화꽃천지'다. 산비탈에 무리를 이룬 광양과 달리 매화가 황토밭에 평탄하게 펼쳐져 있어 넓고 아늑하다. 평지여서 남녀노소 누구나 드나들기 편하다.

나무 아래엔 또 들풀들이 싱그러움을 뽐내며 둥지를 틀고 있다. 풀밭에 돗자리 펴고 준비해 간 간식을 펼쳐놓고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쉬기에 좋다. 들꽃과 어우러진 매화밭이 더 운치 있다. 가족끼리 소풍가듯 찾아도 좋다.

보해매실농원의 매화는 19일 현재 50∼60% 정도 피었다. 피고지고를 되풀이하는 매화의 특성을 감안하면 만개라고 봐도 될 듯하다. 절정은 20일부터 이달 말까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매화는 백매가 주종을 이루지만 홍매, 청매 등 컬러풍의 매화도 섞여 있다.

봄바람에 매화꽃잎이 흩날리면 장관이다. 흰색, 분홍색, 청색 등 갖가지 매화꽃잎이 날려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그 풍광에 반한 영화감독들이 찾아와 앵글을 맞춘 일도 다반사였다. 매화나무가 평탄한 황토밭에 Y자 형태로 터널을 이루고 있어 밤새 하얀 눈이 내린 것 같은 착각도 불러일으킨다.

봄바람에 몸을 실은 매화 꽃잎이 하늘을 나는 풍경도 숨을 멎게 한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한 폭의 수채화가 따로 없다. 비가 내릴 때 우산 쓰고 돌아보는 매화밭 풍경도 낭만적이다.

보해 매실농원의 매화. 매화밭이 평지여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드나들며 매화를 감상할 수 있다.
 보해 매실농원의 매화. 매화밭이 평지여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드나들며 매화를 감상할 수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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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선 매화사진 촬영대회도 열린다. 보해양조가 주최하는 이 사진촬영대회는 모델부문과 자유부문으로 나누어져 있다. 모델부문 촬영은 2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되는데 이수정, 정세온, 황리아, 문세림씨 등 레이싱걸 4명이 모델로 나온다. 대상에 상금 200만원, 부문별 금상엔 각 상금 70만원, 은상엔 각 50만원을 시상한다.

매화축제도 열린다. 제2회 해남땅끝매화축제는 20일과 21일 이틀 동안 열린다. 가급적 유흥을 배제하고 매화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주최측의 설명이다. 어린이 매화그림 그리기 대회, 소망매화나무 만들기, 봄나물 캐기, 꽃마차 타기 등 소소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있다.

통기타 공연, 도전 가요열창 등도 마련된다. 황토 천연염색, 겨울배추김치 담그기 같은 체험프로그램도 다채롭다. 매화꽃으로 만든 화전, 매화차, 매실음료, 매실주 등을 맛볼 수 있는 풍물 야시장도 운영된다. 상업적이지 않는 매화꽃처럼 축제프로그램도 소박하다.

보해매실농원은 서해안고속국도 목포나들목에서 자동차로 1시간이면 거뜬히 닿을 수 있다. 목포나들목에서 영산강하구언을 지나 진도 방면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현대삼호중공업과 금호방조제를 지나면 구성삼거리가 나오고, 여기서 마산면 방면으로 좌회전해 산이면사무소를 지나면 바로 오른쪽에 보해매실농원이 자리하고 있다.

순천 향매실마을 풍경. 순천시 월등면 계월리의 매화는 마을을 중심으로 심어져 있다. 산이 둘러싸고 있어 매향이 유난히 짙다. 지난해 촬영한 것이다.
 순천 향매실마을 풍경. 순천시 월등면 계월리의 매화는 마을을 중심으로 심어져 있다. 산이 둘러싸고 있어 매향이 유난히 짙다. 지난해 촬영한 것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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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향매실마을 풍경. 관광객이 매화밭에서 매화꽃잎을 줍고 있다. 지난해 촬영한 것이다.
 순천 향매실마을 풍경. 관광객이 매화밭에서 매화꽃잎을 줍고 있다. 지난해 촬영한 것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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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은 순천에도 있다. 순천시 월등면 계월리가 그곳이다. 바랑산과 문유산, 병풍산이 감싸고 있는 마을의 지리적 특성상 매화가 피면 그 향이 산을 넘지 못한다. 하여 마을에 매향이 오래도록, 짙게 남는다. 이른바 '향매실마을'로 불리는 이유다.

향매실마을의 매화나무 재배면적은 보해매실농원의 2배 정도 된다. 매화밭이 마을을 중심으로 조성돼 있는 것도 다른 점이다. 순백의 매화가 돌담과 구불구불한 산길과 어우러져 더 정겹다. 돌담길을 따라 걸으며 매화를 감상하는 멋이 색다르다. 그다지 알려지지 않아 한산한 것도 더 좋다.

마을엔 변변한 문화재나 유적지가 없다. 술집이나 식당, 찻집도 없다. 편의점은 물론 제대로 된 슈퍼 하나 찾기도 힘든 곳이다. 그러나 산골마을의 정취와 문화를 느끼고 체험하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일부러라도 찾아가 볼만한 곳이다.

순천 향매실마을 풍경. 마을길을 따라 걸으며 매화를 감상할 수 있다. 지난해 찍은 것이다.
 순천 향매실마을 풍경. 마을길을 따라 걸으며 매화를 감상할 수 있다. 지난해 찍은 것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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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여기서도 마련된다. 축제라기보다는 동네잔치에 가깝다. 프로그램도 소박하다. 21일 하루 동안 열리는데 매화차를 비롯 매화초콜릿, 매화양초, 매화비누 만들기, 매화압화 체험 등을 해볼 수 있다. 공든탑 쌓기, 매실씨앗으로 새총 쏘기, 대피리 만들기, 매화밭 보물찾기 등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도 푸짐하다.

어린이 매화그림 그리기대회도 있다. 통기타, 색소폰, 관현악 연주 등 작은 공연도 마련된다. 산골마을답게 매화도 상업적이지 않고 볼거리도 소박한, 그런 축제로 준비되고 있다. 향매실마을의 매화는 아직 20∼30%밖에 피지 않았다. 25일부터 3월 말까지 절정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순천 향매실마을은 순천과 구례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호남고속국도 서순천 나들목에서 구례방면으로 방향을 잡아 가다보면 송치터널이 나온다. 이 터널을 지나 왼쪽 마을이 퇴색되지 않은 원색 그 자체의 봄을 만날 수 있는 계월리다.

순천 향매실마을 풍경. 산길과 마을길, 돌담길을 따라 걸으며 매화를 감상할 수 있다. 지난해 찍은 것이다.
 순천 향매실마을 풍경. 산길과 마을길, 돌담길을 따라 걸으며 매화를 감상할 수 있다. 지난해 찍은 것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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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향매실마을 전경. 바랑산과 문유산, 병풍산이 감싸고 있어 매향이 유난히 짙고 오래 간다. 지난해 찍은 모습이다.
 순천 향매실마을 전경. 바랑산과 문유산, 병풍산이 감싸고 있어 매향이 유난히 짙고 오래 간다. 지난해 찍은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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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보해매실농원, #향매실마을, #계월리, #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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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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