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10년 6월 지방선거의 화두는 무엇일까? 이명박과 박근혜의 치열한 정치적 투쟁의 장? 세종시 문제에 대한 충청 도민들의 심판? 민주대연합, 진보대연합?

 

모든 것을 제치고 '무상급식'이라는 의제가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정치 세력의 화두가 되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부분적으로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는 지역이 몇 군데 있다. 이것을 토대로 작년 경기도 김상곤 교육감이 경기도의 무상급식을 시행하려고 했지만 지방의회에 막혀 시행되지 못했다. 그러나 2010년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무상 급식 타령이다.

 

여야 모두 무상 급식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지만 그 특성은 조금 다르다. 한나라당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은 선별적 무상급식이다. 이들의 논지는 부자과 중산층에게까지 무상 급식을 시행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대신 저소득층을 조사하여 그들만 무상 급식을 시행하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보 정당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전면적 무상급식을 주장하고 있다. 소득의 여부를 떠나서 한국 사회에서 교육을 받는 초/중/고 학생이라면 누구나 최소한 권리로서 무상급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교육 받기 위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적어도 학교에서 교육받는 시간에 소득의 여부에 따른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난한 집 자녀라고 해서 점심을 굶고 학교에 다니거나, '나는 가난한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혀 학교에 다녀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즉 무상급식은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교육을 받을 권리로 필요한 것이다.

 

선진국-개도국 경제는 평평하지 않다

 

현재 세계 경제 또한 무상급식과 같은 권리로서의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을 선진국이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장하준 박사는 <나쁜사마리아인들>(부키 펴냄)에서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개발도상국에 독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선진국의 경제 성장의 과거의 역사를 살펴보며 현재 개발도상국들에게 선진국이 강요하는 신자유주의적 질서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지적한다. 과거 영국의 사례를 들어 경제이념으로는 아담 스미스가 주장했던 '보이지 않는 손'의 논리를 주장하면서 실제로 그들이 추구했던 정책은 '유치산업 육성', '보호무역을 위한 높은 관세' 등의 국가가 시장을 규제하는 식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작가는 선진국이 현재 개발도상국에게 시행하라고 압박을 넣고 있는 자유무역, 외국인 투자, 민영화와 공기업, 특허권 등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경제 발전을 위해서 국제무역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경제 발전이라는 목표에 이르는 최선의 길은 자유 무역이 아니다. 한 나라가 자국의 필요와 능력이 변화하는 정도에 어울리도록 조정된 보호와 보조금의 혼합 정책을 꾸준히 사용할 때에만 무역은 그 나라의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

 

"19세기 자유주의자들은 대부분 민주주의에 반대했는데, 그것은 민주주의는 자유 시장과 양립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들은 민주주의는 가난한 다수가 부유한 소수를 착취하게 될 정책들을 도입할 수 있게 하고, 그에 따라 부를 창출한 동기를 무너뜨린다고 주장했다."

 

장하준 박사는 앞서 <사다리 걷어차기> 라는 책을 통해 개도국의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것은 선진국이 강요하는 신자유주의적 질서라고 지적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는 더 나아가 경제 정책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문제, 문화주의적 관점 등에서 선진국들의 취하는 입장을 서술하고 있다.

 

"어떤 나라가 '근면하고' '규율이 잘 선'(그리고 그 밖에 긍정적인 문화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경제가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가 발전해 가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특성을 갖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 휠씬 더 정확한 설명이다."

 

"민주주의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유리한 근거도, 불리한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마르코스 치하의 필리핀, 모두투 치하의 자이레 등은 독재 치하에서 형편없는 경제 성고를 낸 사례들이다. 그러나 수하르토 치하의 인도네시아의 경우는 독재 치하에서 대단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상당한 경제적 성과를 올린 사례들이다."

 

부자나라들이 나쁜사마리아인들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면?

 

장하준 박사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선진국은 자신들의 경제 성장을 이룩한 과거를 숨긴 채 경제 성장 이후 경제, 문화, 정치 체제를 개발도상국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개발도상국의 경제 상태를 보면 이것은 경제 성장을 위한 정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지금 개발도상국에게 필요한 것은 거대 기업과의 경쟁을 위해 유치산업을 보호하고, 일정 정도의 높은 관세와 국가가 금융과 시장의 질서에 적절한 규제다.

 

책의 결론을 보면서 안전한 경제를 구축하는 것 또한 무상급식과 마찬가지로 현재 이 세계를 살아가기 위한 사람들이 누려야 하는 무조건적인 권리라고 생각된다. 개발도상국의 현재 상태를 보면 하루하루 밥을 먹기 위해 일하는 사람, 돈이 없어 굶어가는 어린이, 선진국과의 무역에서 언제나 불평등한 조약을 맺는 등 경제적 이유 때문에 삶을 살아가기 힘들어 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자나라들이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같이 현재 신자유주의적 질서를 개발도상국에게 강요하면 안 될 것이다. 작가는 마셜플랜 발표 이후부터 1970년 이전까지 미국의 사례를 통해 그 희망을 찾고 있다.

 

"1947년 6월 미국은 마셜 플랜틀 통해 고의적으로 독일 경제를 약화 시켜 왔던 기존 정책을 폐기하고, 유럽의 전후 재건에 대량의 자금을 지원하는 일을 개시했다. 마셜플랜은 필수적인 수입 비용과 사회간접자본의 재건 비용을 조달함으로써 전쟁으로 파괴된 유럽의 경제 발전에 시동을 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마셜 플랜의 경우 미국이 과거의 적국들까지 포함한 다른 나라들의 번영이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본다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부자 나라들이 과거에 나쁜 사마리아인들처럼 행동하지 않은 적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그 역사적인 시기는 경제적으로도 훌륭한 결과를 낳았다. 개발도상국 세계는 그 이전과 그 이후를 통틀어 경제적으로 가장 높은 성과를 올렸다. 그 경험에서 교훈을 찾는 것은 우리의 도덕적 의무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10주년 특별판) - 신자유주의는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가?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부키(2018)


태그:#나쁜사마리아인들, #장하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