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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완연한 봄입니다.
봄이 오면 오는 것도 있지만 가는 것도 있습니다.
겨우내 땅의 옷이 되어주었던 이끼는 이제 이끼의 삭을 비워내고 있습니다.
 

 

'텅 빈 충만', 포자낭을 다 퍼뜨린 이끼의 삭은 작은 종지를 닮았습니다.

그 종지 안에 물방울 담기고, 그 물방울 햇살에 빛나며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빛을 발합니다.

 

가는 빗방울과 햇살이 섞인 날은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 합니다.
햇살에 물방울 빛나면 세상의 어떤 보석보다도 아름다운 빛을 발합니다.
그럼에도 장식장에 진열된 보석에는 혹하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보석에는 무관심한 것이 사람입니다.
 

모든 사랑을 다 주어도 정작 받는 사람은 그 사랑을 모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준 사랑을 자식이 모르듯,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사랑을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갈때가 되었음을 알고 서둘러 짐을 챙기듯 떠나려는 그들, 겨울과 봄 사이 그 짧은 시간에 그들은 떠나려나 봅니다.
 
봄입니다.
오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는 것도 있습니다.
 
겨울과 봄사이, 그 짧은 아름다움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충만한 날입니다.

태그:#이끼, #물방울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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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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