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PC방 하면 어두컴컴하고 담배 연기 자욱한 것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경기도 안성에 가면 전혀 별세계의 PC방이 있다. 바로 '아이비스 PC방(대천동 지점)'이다. 소위 '카페형' PC방. 일단 거기를 들어서면 세 가지 때문에 놀란다. PC방 같지 않고 카페 같음에 놀라고, 대낮처럼 환한데 놀라고, 담배 냄새 전혀 안 나서 놀라고.

 

하지만, 이 모든 놀람은 잠시 뒤로 하시라. 지금부터 들려줄 이야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니까.

 

여성이 혼자서 PC방 시작한 이유

 

사실 이 PC방의 여사장 임삼성씨는 심장병을 앓고 있다.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고 본인이 고백한다.

 

PC방을 시작하기 전엔 안성 일죽에서 18년 동안 여성 혼자의 몸으로 돼지 농장(관련기사 : 여성 '돼지박사'의 '돼지사랑'18년)을 경영했다. 혼자서 똥 치우고, 분만시키고, 주사 놓고, 팔고 등등. 전직 간호장교 출신이라 가능했다.

 

"내가 PC방을 시작한 것은 나의 심장병 때문입니다. 돼지 농장에서 혼자 일하다가 쓰러지면 아무도 모르게 죽을 거 같아서죠.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들끓는 일을 하면, 내가 혹시 쓰러져 아무도 모르게 죽지는 않을 테니까요. 호호호호호."

 

참으로 아픈 이야기를 참으로 쉽게 하는 임삼성씨. 그녀의 정신력과 생활태도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PC방 오는 아이들이 '엄마'라고 불러요

 

전직 간호장교 출신의 호방함과 화끈한 성격 탓에 PC방에 오는 아이들이 그녀를 '엄마'라고 부른다. 사실 엄마라고 부르는 것은 그녀의 성격보다 더 훈훈한 이유가 있다.

 

한겨울 밤늦게 오갈 데 없는 학생에게 차비 3만 원을 줬더니, 며칠 뒤에 갚은 이야기는 서막에 불과하다. 소위 '날라리'라 불리는 청소년에게 고구마 장사를 하도록 고구마 통과 고구마 한 박스를 사준 이야기도 있다. 돈 버는 것보다 손님들의 고구마 사가는 태도를 보면서, 인생 공부 좀 하라고 했다.

 

PC방 바닥에 침 뱉는 청소년에게 자장면을 사 먹인 후, 일 좀 도와달라고도 했다. 그 청소년에게 청소하는 걸 맡겼더니, 이젠 솔선수범해서 청소한다. 뿐만 아니라 다른 청소년에게도 더럽히지 말라고 선도하기까지.

 

가끔 청소년들과 '사다리 타기'를 해서 햄버거를 함께 사먹는 건 기본이다. 그동안 주위로부터 '비행 청소년'이라고 불림 받던 청소년 7명이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PC방에 오는 동안 결심을 세운 청소년들이다. 때론 일자리가 필요한 청소년들에겐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서 일자리를 구해주었다.

 

"울 엄마는 경찰서에도 소문났어요"

 

한 번은 안성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경찰서에 붙들린 청소년들이 임 사장을 '엄마'라고 불러서다. 그래서 요즘도 경찰서에선 청소년 문제로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해오기도 한다. 이미 안성경찰서에서도 그녀는 청소년들의 '엄마'로 통하고 있다.

 

"가끔 뒤통수치는 아이들은 없나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뒤통수 맞는 게 두려우면 이 일 못하죠. 그리고 뒤통수 맞는 게 겁나서 나머지 착한 아이들을 의심할 순 없잖아요. 하하하하"라며 웃는 임 사장의 여유를 보며 괜히 청소년들이 '엄마'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 오는 청소년들은 '엄마'에게 '성 상담, 진로상담, 진학상담, 취업상담'등을 스스럼없이 해온다. 얼마나 임 사장이 그들과의 교감을 잘 이끌어내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요즘 청소년들, 아무한테나 마음 잘 안 털어놓는다. 심지어 부모에게까지도.

 

요즘도 안성 시내를 걷다보면 자신은 몰랐는데, 먼저 '엄마'라고 반기며 안기는 아이들. 그들이 임 사장의 보람 중 보람이다. 

 

임 사장의 건강이 간혹 그녀를 힘들게 한다. 기자가 찾아간 날도 몸이 아주 좋지 않아 병원을 다녀왔단다. 그럼에도 생애 불꽃을 'PC방에서 얻은 자식'들과 함께 태우는 듯보였다. 하여튼 임 사장이 웃으며 들려준 말, "나야 고정 고객이 많아 좋고,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좋고"라는 솔직한 고백이 귓가에 맴돈다.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1일, 아이비스 PC방 대천동 지점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태그:#아이비스 PC방, #카페형 PC방, #임삼성, #안성, #청소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