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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 황토갯벌 용산마을 영농조합' 주민들과 '생태지평연구소'는 3월 21일부터 4월 2일까지 제주도에 '생태관광 및 주민참여형 마을 만들기 사례 답사'를 다녀왔다. 이 행사의 목적은 무안의 갯벌을 보전하고 동시에 살기 좋은 용산마을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와 배움을 얻는 것이다.

 

첫날 도착한 곳은 제주도 남원읍 신흥2리에 위치한 '동백마을'이었다. 이 마을은 주민 500여명 대부분이 감귤 산업에 종사하면서도 동백나무 가꾸기를 통해 살기 좋은 마을을 꾸려가는 곳이다. 특히 '신흥2리 동백고장보전연구회'는 마을의 발전방향을 연구하고, 동백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는 주요한 마을 공식기구이다. 참가자들은 김현섭 회장에게 동백마을에 관하여 더욱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연구회는 마을의 300년 역사를 기억하고, 미래의 300년을 준비하며, 경기침체와 한미FTA 등 사회적 조건에 따른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발족했으며, 현재 지역의 고유자원과 연계하여 농촌의 실질적인 경제 활성화를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연구회는 3가지 중요한 목표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제주의 환경보전인데, 문화재인 동백마을 숲을 보전하고, 확대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두 번째는 주민 생활 공동체의 복원이다. 마을역사 박물관, 주민토론회, 화합축제 등 함께하는 행사를 통해 마을과 소통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주민 소득사업을 전개하는 것인데, '동백마을 방앗간' 건립과 이를 통한 '동백기름'의 생산이 대표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동백마을은 2007년 제8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전통마을 숲 분야 어울림 상'을 수상, 전국주민자치센터박람회에서 '농어산촌분야 최우수'로 선정, 2009년에는 동백고장보전연구회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숲 지기 상' 등을 수상하는 등의 성과를 이루었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는 동백마을 방앗간에서 동백기름을 생산하여 판매하고, 2010년 2월4일에는 '아모레퍼시픽'과 업무협약을 맺는 등의 성과를 이루었다. 동백마을의 지난 4개월간 수익은 2000만 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제주에서 마을 만들기 사업을 하며 동백마을에서도 함께 하고 있는 '산과들농수산' 라해문 팀장에 의하면 연구회의 마을 만들기가 성공적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는 무엇보다도 연구회가 역사적인 관점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동백마을이라는 역사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공동체를 추구하는 연구회와 주민 간의 협력이 성공의 핵심요인이다.

 

물론 연구회와 이장 혹은 일부 마을 주민들 사이에 긴장관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연구회의 조정 및 통합의 노력을 통해 극복되었다고 한다. 연구회는 단순히 주민들의 소득 보전을 위한 수익사업이라는 협소한 목표에 그치는 것을 넘어 '마을 공동체의 복원'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마을자치경영'을 목적으로 가진다. 다른 지역의 경우처럼 마을 만들기가 수익에만 한정될 경우, 주민 간의 갈등을 증폭시켜 마을을 오히려 망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생태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구회가 비영리로 운영되고, 의사결정은 민주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동백마을의 마을 총회와 연구회-마을 간 협의 시스템이 이러한 의미를 잘 담고 있다.

 

동백마을은 공동체 자치를 통해 친환경적인 생태마을이라는 미래지향적 가치와 주민들의 소득 보전의 조화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두 사람에게 동백마을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다보니, 날이 어두워져 부랴부랴 동백나무 숲을 탐방하러 나섰다.

 

동백나무 숲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나무 하나 하나는 두 팔에 안을 수 없을 정도로 컸다. 마을의 동백나무는 높이 10∼12m, 가슴높이의 줄기둘레 50∼80㎝, 수관(樹冠) 지름 7∼10m에 이른다고 한다. 나무들 사이의 길을 걸으니 상쾌함이 느껴졌다. 제주도 특유의 돌담은 동백나무 숲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었다. 자연과 인위적인 자연 혹은 자연적인 인위의 조화. 동백마을의 동백나무 숲은 한국에 얼마 되지 않는 동백나무 군락으로 생태적 가치가 높다. 마을의 주민들은 동백나무와 함께 역사를 만들어 나가기를 선택했고, 그 선택은 옳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둘째날 아침, 참가자들은 빗속에서도 길을 나섰다. 새로 만들어진 '새연교'를 건너 '새섬'의 산책로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주로 바위로 이루어진 작은 섬에는 갈대와 초록빛 숲이 우거져 있었고, 여러 종류의 새들을 볼 수 있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청량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어서 제주도의 명물인 올레길 중 8코스를 탐방하기로 했다.

 

'올레'란 원래 "거릿길에서 대문까지의, 집으로 통하는 아주 좁은 골목길"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는 현대에 와서 본래의 의미와 '제주에 올래?'의 의미를 동시에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jejuolle.org) 올레길 8코스의 상당부분은 바닷가에 절벽을 옆으로 끼고 있는, 바위와 둥근 돌로 이루어진 길이었다. 해병대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다는 돌길이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참가자들은 비에 젖어 반들반들한 돌들을 조심조심 밟으며 올레길을 거닐었다.

 

제주의 올레길은 걷기의 미학을 추구한다. 제주의 절경들을 배경으로 여유로운 마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그 사실 하나에 많은 올레꾼들이 열광한다. 그것은 고층빌딩과 자동차, 화려한 전광판과 끝없는 소음으로 가득한 곳에 사는 도시인들의 반작용은 아닐까? 자연과의 조화, 자연에 대한 그리움은 현대 도시인에게 행복의 결핍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연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생태계와 어우러지는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는 없는 걸까?

 

이명박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거짓 모토 아래에서 '친환경 녹색 4대강 사업'이라는 거짓 주장을 하며 불도저식 공사로 강을 파헤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강의 생태계는 걷잡을 수 없이 파괴되고 있다. 콘크리트로 강을 재정비하겠다는 그들의 '녹색'은 우리의 '녹색' 미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우리가 가야할 미래는 진정으로 생태적인 친환경 도시·마을의 재구성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생태사회여야 할 것이다. 제주도에서의 탐방과 견학은 그 길을 가기 위한 작지만 큰 발자국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생태지평연구소 홈페이지(ecoin.or.kr)에도 게재하였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생태지평연구소, #생태지평, #제주도, #동백마을, #올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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