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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광주세계光엑스포(아래 '광엑스포') 행사장을 가는 택시 안에서 '사람이 많이 오느냐'고 물었다. "별로 사람이 없다"고 했다.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는 "무슨 말이야. 학생들 많이 온다"며 "주말에는 미어 터지더라. 주차할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란 답이 나왔다.

'광엑스포' 홈페이지 관람 후기도 다소 엇갈린다. "정말 즐겁고 재미있었다"나 "유익하고 볼 만 했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그 중간 중간 "실망스럽다"거나 "돈 아깝다"는 의견도 눈에 띈다. 각자 처지에 따라 소감이 엇갈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도 객관성을 '한 번' 버리고자 한다. 지극히 주관적인 관람 후기라고 할까. 개막 하루 전 언론사를 상대로 한 미디어데이, 다시 20일 야간 콘텐츠 홍보 차원에서 열렸던 야간 미디어데이, 모두 두 차례 행사장을 둘러봤다. 다음은 판단에 참고하시라고 프로필.

평균 이하 체력. 귀차니즘을 신봉하고 주말에는 주로 집에서 뒹굴뒹굴함. 사람 '복작복작'거리는 장소를 기피함. 극장에서 영화 본 지도 꽤 됐음. 공원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가족을 보면 가끔 부아가 치미는 노총각. 본인은 까칠하다고, 주위에서는 히스테리라고 함.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역시 이소연 박사가 탑승했던 소유즈 우주선과 동일 기종의 귀환 모듈. 특히 실물 전시로는 국내 최초라는 점에서 호기심이 발동했다. 허나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먼저 이소연 박사의 우주 체험을 소개하는 기록영상을 봐야 했다.

갑자기 스크린 갈라지며 등장하는 우주선

이소연 박사가 탑승했던 소유즈 우주선과 동일 기종의 귀환 모듈
 이소연 박사가 탑승했던 소유즈 우주선과 동일 기종의 귀환 모듈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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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보도나 다큐를 꼭 챙겨 봤다면 다소 지루함을 느낄 무렵이었다. 기록 영상이 이소연 박사의 귀환 과정을 보여주며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는데, 갑자기 스크린이 좌우로 갈라지며 우주선 모듈이 '짠'하고 나타났다. 인상적인 '등장'이다.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크기가 작다. 가로 2.2m, 직경 2.3m, 높이 2.57m. 사람 한 명 간신히 들어갈 공간이라고 생각하며 내부를 들여다보니 좌석이 3개다. 도킹 해제로부터 착륙까지 걸리는 시간은 3시간 23분. 이소연 박사는 그 안에서 바깥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재질은 강철, 알루미늄 합금, 발포 플라스틱, 유리섬유 등으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지구 귀환시 대기권 통과할 때 마찰열은 1500도를 넘는다고. 대기권을 통과하며 그을린 흔적이 적나라했다. 착륙 15분 전 2개의 보조 낙하산이 펴진다고 한다.

그만 나도 모르게 '헉', 아...창피해

20일 빛주제영상관 앞에서 펼쳐진 빛음악분수쇼. 워터스크린에 영화 장면이 나오면서 절정을 이룬다
 20일 빛주제영상관 앞에서 펼쳐진 빛음악분수쇼. 워터스크린에 영화 장면이 나오면서 절정을 이룬다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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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역시 '씨드 라이트(SEED LIGHT)'였다. 100% 국내 기술로 만들어졌다는 3D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기대가 컸다. 15분 분량을 제작하는데 총 10억 원이 들었다고 했다. 이쯤에서 위 프로필을 참고하시라. 최근 극장을 간 일이 별로 없다.

무슨 안경을 쓰라고 한다. 겉으로야 익숙한 듯 행동했지만, 속으로는 두근두근. 시작부터 깜짝 놀랐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함선으로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가려는 센티넬. 그것과 흡사한 '놈'이 눈앞으로 확 다가서는 것 아닌가. 그만 나도 모르게 '헉'하는 신음을 내뱉고 말았다.

얼른 주위를 돌아봤다. 음, 음, 창피하군. 지구를 구하는 로봇과 외계인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면서, 실감나는 입체 영상에 속으로 '헉'을 외치는 숫자도 그만큼 늘어났다. 한 마디로 볼 만 했다. 요즘 아이들의 눈 높이가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랬다.

다음 기대작은 '루미보울'로 명명된 빛주제영상관 앞에서 펼쳐지는 빛분수쇼. LED 기술을 이용하여 빛과 음악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한다고 했다. 오후 7시가 되자 경쾌한 음악과 함께 분수들이 용틀임을 시작했다.

워터 스크린에 나타난 디카프리오, "예쁘다"는 탄성

씨드 라이트가 상영되는 빛주제영상관 앞. 모형 크기에 대한 아쉬움이 든다
 씨드 라이트가 상영되는 빛주제영상관 앞. 모형 크기에 대한 아쉬움이 든다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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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의 '루팡'인가? 신나는 음악에 함께 보던 아이들이 환성을 터뜨린다. 음악 분수가 이런 것이구나. 음악에 따라 분수 높이가 달라지는데, '포르테'일 때는 높이, '피아니시모'일 때는 '낮게', 이런 식이다. 직선만이 아니라 곡선으로도 춤을 춘다.

역시 이제 구세대인가 보다. 카라 노래보다는 타이타닉 주제가가 '편하다'. 음악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을 때, 워터 스크린에 '디카프리오'가 나타났다. 옆에서 아이와 함께 보던 어머니가 "예쁘다"고 감탄한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아름다움이 더 선명해진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다. 빛을 주제로 하는 만큼, 박람회는 오히려 저녁에 볼거리들이 많다. 하지만 평일 저녁 입장 시간은 7시 반까지. 오랫동안 준비한 만큼 더 많은 시민들이 즐기면 좋지 않을까. 앞으로 해도 길어지는데 말이다. 실제 20일 박람회장 입구에서는 적지 않은 시민들이 발길을 돌렸다.

핵심 콘텐츠에 대한 부각도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씨드 라이트'는 주최측이 주제영상으로 소개할 정도로 공을 들인 작품. 건물 외부에 영화 간판 같은 홍보물이라도 크게 붙여 놓으면 어떨까. 소유즈 우주선 모듈 그림도 좀 크게 걸어 놓고 말이다.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5천원짜리 쌀 자장면은 좀 '거시기'

광엑스포는 야간에 오히려 볼 만 하다. 개막 하루 전 날 시민 파빌리온 모습
 광엑스포는 야간에 오히려 볼 만 하다. 개막 하루 전 날 시민 파빌리온 모습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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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었다. 기존 공원 시설에 있는 벤치뿐이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 하는 박람회 특성을 감안하면, 임시 벤치라도 더 늘리는 것이 어떨까.

종합음식관의 5천 원짜리 쌀 자장면도 좀 '거시기'했다. '짬통'에 대한 배려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주변에 관람객들이 오랜만의 외식을 즐길 만한 음식점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하면, 행사장 내 음식점을 더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몇 가지 아쉬움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볼 만하다는 결론이다.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약간의 '예습'을 하고 오면 '보람'도 더 커질 것 같다. 추천하는 입장시간은 저녁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는 오후 4시쯤이 어떨까 한다.


태그:#광주, #엑스포, #소유즈, #이소연,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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