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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다시 찾은 낙동강에서 목격한, 확연히 구별되는 두 가지 색의 물줄기는 과연 살려야 할 '강'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그것은 지금 '4대강 살리기'란 헛구호로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을 죽이고 있는 가짜 '강 살리기'를 당장 중단하고, '진짜' 강 살리기를 해야 할 때란 것을 웅변해 주고 있었습니다. 바로 도심을 흐르는, 강물은 썩고 죽어가고 있는, 그 수많은 치천들을 살려야 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기자 주

 

낙동강 순례, 화원유원지 일대를 둘러보다

 

24일 '낙동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정기 '낙동강 순례' 일정으로 일행은 강정보 바로 아래의 위치한 화원유원지를 찾았다. 화원유원지는 낙동강변에 들어선 작은 동산(화원동산)으로 이곳 전망대에 서면 저 아래로 낙동강이 큰 호를 그리면서 유유히 흘러가는 모습을 조망할 수 있고, 이 화원동산 또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작은 공원으로 많은 대구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특히 이곳의 낙동강은 대구를 흐르는 또 다른 큰 하천인 금호강과 진천천이라는 작은 지천이 만나는 바로 그 지점이어서 이 일대의 풍경은 장관이다. 세 개의 강이 만나는 곳답게 이곳은 여러 물길이 만나면서 자연스러운 습지가 형성되어서 생태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하고 의미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 이곳이 바로 그 유명한 '달성습지'인 것이다.

 

'낙동을 생각하는 대구사람들'은 우선 이 화원유원지 들머리에 있는 골재노동조합 사무실에 들러 골재노동자들과 만나 지금 그들이 처한 현실을 들었다. 이들은 낙동강에서 수십년을 골재를 채취하면서 살아온 노동자들로서 일자리를 창출한다면서 시작한 '4대강 사업'이 도리어 자신들의 일자리를 앗아간 기막힌 현실을 개탄했다.

 

'4대강 사업'으로 평생 일터에서 쫓겨나는 골재노동자들

 

이들은 대부분 장비기사와 준설선 선장들로서 대구경북 구간의 낙동강 17개 회사에 56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다고 했다. 그리고 '4대강 사업'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는 골재노동자들이 낙동강에만도 7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골재노조 권태완 위원장은 말한다.

 

"낙동강에서 준설하는 모래의 양은 4억3천만 루베(입방미터)입니다. 그 양은 우리 골재노동자들의 연간 생산량 30~40만 루베로 환산하면 34년간을 준설할 수 있는 양이고, 이것은 우리들이 앞으로 34년간 아니 영원히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골재를 한꺼번에 다 퍼내어버리고 나면 이후 당연히 골재값이 상승할 것이고, 이것은 곧바로 건설자재값 상승 그리고 집값 상승으로 또 이어질 것이 뻔합니다"

 

그렇다. 지금 정부가 벌이고 있는 '4대강 사업'은 이들의 일자리뿐만 아니라 이후 건설자재시장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임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한 골재노동자는 "우리가 준설을 하려면 거의 일년에 가까운 시간의 환경영향평가를 철저히 받은 후에 준설을 해서, 낙동강 환경에도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데, 이 미친 '4대강 사업'은 4개월 안에 환경영향평가를 끝내 버렸어요. 그것도 실질적은 조사는 보름 정도 밖에 하지 않았다고 하지요. 이런 지경이니 작업장에서 그렇게 흔히 보았던 고라니나 노루, 그리고 심지어 수달까지 이젠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고, 그 많던 철새 또한 날아들지 않습니다" 한다. '4대강 사업'이 바로 이 땅의 총체적 환경 위기란 것이다.

  

낙동강에서 본 두가지 색 물줄기, 과연 살려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렇게 골재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은 후 일행은 골재노동자들과 함께 낙동강변을 따라 걸으면서 '낙동강 순례'를 했다. 그리곤 그 총체적 환경 위기란 말을 어렵지 않게 낙동강에서 실감했다. 일행이 강변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심한 악취였다.

 

 

반대편 강변에선 굴착기가 열심히 강바닥을 파내고 있고 그런 현장을 보면서 다가간 낙동강의 강물은 탁한 빛을 띄웠고, 특히 강바닥에는 검은색의 부유물이 마구 침전되어 있었다. 낙동강 달성보에서 발견된, 그 유명한 '낙동강 오니'가 어떻게 해서 생성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광경은 상류로 올라갈수록 더 심하게 나타났고, 급기야 화원동산에 올라서 바라본 두가지 색의 물줄기는 무엇이 잘못인가를 확연히 일러주었다. 마치 검은색 물감을 퍼부어 놓은 듯, 강물의 탁도 면에선 회색빛깔의 낙동강물도 만만치 않은데 반대편에서 검은 빛을 띄우면서 흘러드는 금호강과 지천인 진천천이 만들어내는 물줄기를 욕지기를 넘어 오싹 소름을 끼치게 했다.

 

부산경남의 식수원, 낙동강이 썩어가고 있다

 

저 물을 시민들이 그것도 부산·경남 사람들이 마시는 식수라고 생각하니, 더 이상 할 말이 떠오르질 않고 과연 저 물을 먹어도 되나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낙동강 원줄기마저 이 미친 '4대강 사업'으로 파헤쳐지며 오염되고 있는 실정이지 않은가 말이다.

 

그렇다. 살려야 할 것은 지금 거의 2급수나 되는 '4대강'이 아니라, 저 검회색 빛깔을 띄우면서 '4대강'을 위협해 들어오는 수많은 지천들인 것이다. 이 썩고 병들어가고 있는 지천들을 살려야 할 때인 것이다.

 

그래서 일행은 저 강물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함께 외쳤다. "'4대강 살리기'란 헛짓거리를 당장 그만두고, 지금 당장 '지천 살리기'를 행하라"고 말이다.

 

그리고 아래의 모습은 그래도 낙동강이 아직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모습들이다. 아래의 모습들을 이후에도 계속해서 목격하려면 '4대강 사업' 당장 중단하고, 시급히 요청되는 지천 살리기를 행해야 한다. 백로들이 물고기를 잡아 먹고, 아이들이 낚시를 하고 있는 저 평화로운 낙동강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려면 말이다.

 

"4대강 사업, 당장 중단하라!!!!"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블로그 앞산꼭지'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태그:#4대강사업, #낙동강, #지천, #골재노동자, #화원유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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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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