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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경기도 여주 신륵사 앞 남한강 공사현장에서 삽차와 덤프트럭이 준설작업을 벌이며 모래를 퍼 나르고 있다.
 26일 오후 경기도 여주 신륵사 앞 남한강 공사현장에서 삽차와 덤프트럭이 준설작업을 벌이며 모래를 퍼 나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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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경기도 여주 남한강 이포대교 인근 이포보 건설현장에서 대규모 탁수가 발생하고 있다.
 26일 오후 경기도 여주 남한강 이포대교 인근 이포보 건설현장에서 대규모 탁수가 발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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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신륵사 인근 남한강 물줄기 여강을 끼고 '여강선원'이 터를 잡은 지 40일이 지난 27일, 전날부터 내린 비가 아침까지 이어지자 '여강선원' 모니터링팀은 분주해졌다. 비가 오는 날이면 강 준설공사 현장에서는 불법으로 준설토 적치장(강바닥에서 퍼 올린 흙을 쌓아두는 곳) 흙탕물을 본류로 흘려보내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오전 8시부터 4대강사업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4대강저지범대위) 소속 장재원 불교환경연대 교육국장과 김종겸 생태지평 연구원이 준설토 적치장을 중심으로 현장모니터링에 나섰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 모습을 드러낸 이호대교 하류에서는 적치장의 흙탕물이 본류로 그대로 방류되고 있었다.

"흙탕물이 본류로 들어가면 물고기는 모두 폐사"

이호대교 하류 준설 현장에서 나온 흙탕물이 침사지 단계를 거치지 않은 채 본류로 그대로 방류되고 있다.
 이호대교 하류 준설 현장에서 나온 흙탕물이 침사지 단계를 거치지 않은 채 본류로 그대로 방류되고 있다.
ⓒ 장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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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대교 하류 '적발현장'에 서자 모니터링팀의 한숨 소리가 커졌다. 얼마 전 논란이 됐던 여주군 능서면 내양리 일대 물고기 1000여 마리 집단 폐사도 이 같은 준설현장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장재원 국장은 "일반적으로 본류 옆에 단계별로 침사지를 만들어 흙탕물을 가라앉히면서 맑은 물만 본류로 내보내야 한다"며 "하지만 공사를 급하게 진행하다 보니 침사지 단계를 거치지 않고 준설현장 흙탕물을 본류로 그대로 방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국장은 "흙탕물이 본류로 그대로 들어올 경우 아가미로 숨 쉬는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고 탁해진 물 때문에 햇빛이 강 깊은 곳까지 침투하지 못해 강바닥은 썩게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여강선원이 문을 열고 이제껏 큰 비가 내린 적은 서너 번. 이날 동행한 정나래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처음에는 버젓이 보이는 다리 밑에서도 흙탕물을 방류했지만 이제는 시야 확보가 안 되는 곳을 골라 비 오는 날이나 야간에 흙탕물을 방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한강 석양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흥원창(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흥호리)과 단양쑥부쟁이 군락지인 삼합리(경기도 여주군 점동면)에서도 아침부터 공사가 진행됐다.

강 준설현장 곳곳에 설치해 놓은 소규모 침사지의 형편은 어떨까. 높이 12∼13m의 준설토를 몇 개의 침사지에서 정화한다는 것이 처음부터 불가능해 보였다. 장재원 국장은 "강바닥에서 흙을 파내기 때문에 적재된 흙에서 물이 빠져나오는데 이 물을 정화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크고 많은 침사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남은 생태습지 '부처울'

정나래 환경운동연합 활동가가 강길걷기체험에 참가한 원주 MBC 노조원들에게 공사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정나래 환경운동연합 활동가가 강길걷기체험에 참가한 원주 MBC 노조원들에게 공사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장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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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울 습지, 이곳만큼은 지키고 싶습니다."

오후 1시부터 원주 MBC 노조원 10여 명을 인솔해 '강길걷기체험'에 나선 이선화 녹색연합 활동가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해설이 아닌 호소에 가까운 목소리로 이선화 활동가는 "강의 훼손된 모습을 보고 난 후 강의 원형을 보면 지금 4대강이 어떻게 망가지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며 "공사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단 한군데라도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막기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을 이어갔다.

이처럼 4대강저지범대위 측은 공사현장 모니터링 뿐만 아니라 강길걷기체험을 통해 공사로 강이 훼손되고 있는 현장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선화 활동가의 말처럼 여주군 흥천면 계신리 산 5번지 부처울 습지는 그야말로 생태습지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습지에 들어서자마자 체험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고라니 발자국과 배설물은 이곳이 고라니 서식지임을 짐작게 했다.

습지 하중도(하천 가운데 생긴 퇴적지형)에서 왜가리, 물떼새들이 떼 지어 날아오르자 MBC 노조원들의 감탄이 이어졌다. 이선화 활동가는 하중도를 가리키며 "저런 작은 섬의 모래톱과 자갈이 물을 정화하는 기능을 한다"며 "공사가 시작되면 자연정화능력조차 없는 강이 돼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길걷기체험은 거세진 비바람 때문에 2시간여 만에 끝났다. 체험자들이 떠나자 부처울 습지 인근 나무들에 매달아 놓은 석가탄신일 봉축등 만이 바람에 흔들리며 고요한 습지의 적막을 깨고 있었다.

탁도검사는 기준치 '초과'

아직 공사가 진행되지 않은 부처울 습지의 모습
 아직 공사가 진행되지 않은 부처울 습지의 모습
ⓒ 장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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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링팀의 하루는 탁도(물이 흐린 정도) 검사로 이어졌다. 이 검사는 철저히 수작업으로 진행되는데 수십 미터 다리 아래로 바가지를 내려 물을 길어 올린 다음 직접 탁도를 재야 하는 고된 작업이다.

유난히 탁도가 짙은 이포대교에서 마지막 일정인 탁도 검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여m 아래서 끌어올린 물은 눈으로 보기에도 그 농도가 짙어 보였다. 검사결과는 기준치 초과.

김종겸 생태지평 연구원은 "보통 40도 이하이면 탁도가 정상이고 그 이상이면 기준치를 초과한 것"이라며 "이포대교 강물은 기준치를 훨씬 초과했다"고 설명했다. 이포대교 하류 이외에도 몇 군데 탁도 검사가 진행됐지만 기준치를 초과하지는 않았다.

탁도 검사를 끝낸 모니터링팀이 여강선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경,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하지만 여강선원은 여강의 등불역할을 하며 밤늦게까지 보고서작업을 이어갔다. 그렇게 여강선원의 하루가 저물어갔다.


태그:#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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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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