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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은 5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 문제와 관련해 "한반도 비핵화를 견지한다는 입장에 어떤 변화도 없다"면서 "북한은 각국과 함께 6자회담 재개에 유리한 조건을 창조하기 위해 노력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공헌하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통신은 또 두 정상이 "9.19 공동성명의 입장에 근거해 한반도 비핵화 목표 실현을 위해 공동 노력할 것이며, 6자회담 참가국들이 반드시 성의를 보여, 6자회담을 진전시키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발언 자체로는 기존의 것과 큰 차이가 없다. 그는 지난 2월 8일 방북한 왕자루이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에게도 한반도 비핵화 실현 의지를 강조하면서 "6자회담을 재개하려는 관련 당사국들의 진정성(sincerity)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었다.

 

정부 "달라진 것 없어... 6자회담 복귀 의사로 보지 않는다"

 

정부도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어, 6자회담 복귀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전과 달리 김 위원장이 '전제조건'을 달지 않았다는데 주목하면서 "6자 회담재개를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최종 협상을 해야 하는데, 거기서 논의하도록 중국에 맡긴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도 "군축 협상을 말하다가 다시 9.19를 말한 건 비핵화의 원칙을 확인하고 협상의 기본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김근식 경남대 정외과 교수는 "'선 천안함-후 6자회담'으로 한국이 미국과 6자회담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6자회담의 진전된 발언을 하기는 처음부터 어려웠다'면서 "이번 방중은 남한과 미국에 대한 장기항전을 위한 북중연대 가시화"라고 표현했다.

 

또 정창현 <민족21 대표>는 "김 위원장이 동북진흥계획에 대해 언급하면서 성과를  인정한 것은, 과거에 그가 장쩌민 전 중국주석에서 중국의 개혁개방을 인정했던 것과 버금가는 것"이라고 강조했고,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는 김 위원장의 다롄과 톈진 방문에 대해 "개방의지의 표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북한과 중국 윈윈

 

북한과 중국은 서로 원하는 것을 얻었다는 점에서 윈윈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김 위원장에게서 6자회담 복귀와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고, 북한은 경제협력과 투자에 대한 중국의 약속을 얻었다.

 

김 위원장이 명시적으로 6자회담 복귀선언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하는데, 지금 국면에서는 천안함 물타기로 인식되고, 중국의 역할도 무시하는 것이 된다. 이전처럼 평화협정 논의, 제재해제 또는 북미양자 접촉 결과를 보겠다는 전제조건이 없다.

 

김 위원장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우호적 조건을 만들기 위해 중국과 협력하겠다고 한 것은, 6자회담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으니 중국이 여건 조성을 위해 나서달라는 것이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최종 협상을 해야 하는데, 거기서 논의하도록 중국에 맡긴 것으로 봐야 한다. 이달 25일 미중전략경제대화가 있는데 그 앞이라도 논의가 있지 않을까 싶다.

 

다롄과 톈진 방문은, 해외투자유치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김평해 조선노동당 평안북도 위원회 책임비서가 동행한 것은 신의주와 나진, 청진에 대한 투자유치의사를, 태종수 당 함경남도 위원회 책임비서가 동행한 것은 함흥과 흥남에 대한 투자유치 의사를 밝힌 것이다.

 

북한 매체들이 베이징 방문과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았는데, 이는 추후보도나 또는 정치관련은 중국에 일임했기 때문일 수 있다.

 

후계체제 문제를 암시하는 대화도 나눴다고 하는데, 북한의 2인자로 불리는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수행했고 중국도 2012년에 권력이 교체된다는 점에서 세대교체의미가 더 큰 것 같다.

 

[김근식 경남대 정외과 교수] 6자회담 재개? 희망 없다

 

처음부터 김 위원장이 6자회담 복귀에 대해 진전된 말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미국에 공이 넘어가 있는 상태이고, '선 천안함-후 6자회담'으로 한국이 미국과 6자회담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방중은, 북한이 남쪽없이 미국없이 가겠다는 것이다. 남한과 미국에 대한 장기항전을 위한 북중연대 가시화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게 현재의 전략적 판이다. 명분상으로는 중국이 초청한 것이지만, 시점은 북한의 필요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 안에서 '천안함 정국' 전환도 생각한 것 같다.

 

경협문제도 원자바오 총리가 지난해 10월에 방북했을 때 맺은 것과 별 차이가 없다. 다롄, 톈진은 이전에 다 갔었다. 이번 방중은 정치적인 측면이 가장 크다.

 

6자회담 재개는 상당기간 어려울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급선회 해야 하는데, 천안함 사건을 북한 소행이라고 한 상황에서 그럴 가능성은 없다. 김 위원장이 굴복할 가능성도 없다.  화폐개혁이나 방중도 그런 측면에서 짜놓은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해 결심하고 북미협상에 대해 속도를 낸다면 모를까 희망이 없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다롄, 톈진 방문 개방의지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탈냉전 이후 남북, 북미, 북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으나 큰 성과가 없었고 지금도 그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전통 우방인 중국을 다시 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이번 방문은 양국 관계의 재설정을 시작하는 계기라고 본다.

 

그런데 과거처럼 혈맹이 아니라 호혜적 관계로 나가야 하는데, 양국 사이에는 그 고리가 있다. 중국으로서는 동북진흥계획을 본격화하고 있는 중국은 북한의 항구와 자원이 필요하고 북한은 중국의 경제지원과 체제안전 보장에 대한 도움이 필요하다.

 

김 위원장의 다롄, 톈진 방문은 나진항 개발에 대한 참고용일 수도 있지만, 조금 확대해보면 개방의지, 자본주의 세계 경제 편입이라고 볼 수도 있다. 북한이 100일 전투, 150일 전투, 화폐개혁을 했지만 성과를 못 냈고, 경제난을 돌파할 다른 방법이 없다. 이번 방문은 형식은 중국의 초청에 응답하는 것이지만, 북한의 욕구가 강한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G2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제적, 경제적 영향력 커진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 눈치안보고 북한 껴안고 가겠다는 의미가 있어 보인다.

 

김 위원장이 6자회담 복귀선언을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복귀선언해도 소용없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복귀선언 자체로 환영받지만, 지금은 천안함이 걸려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과거와는 달리 문을 열어놓겠다는 것이고, 조건이 맞으면 언제든지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창현 <민족21>대표] 6월 말쯤 6자회담 구도로 갈 듯

 

6자회담에 대해서는 이미 북중간에 사전에 공감대가 있었다.  빠른 시일 내에 재개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 북한 쪽에서 그런 언급이 있었다고 한다. 천안함 문제 종결되면 6월 말쯤 6자회담 구도로 가지 않겠냐고 본다. 6자회담에 대한 김 위원장의 발언 자체는 이전과는 차이가 없지만, '북미접촉-예비회담-본회담'의 3단계안으로 간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미국이 확고한 의지가 있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나갈 것이다. 미국에게 잘 말해달라는 것이다.

 

리커창 부총리와 다롄에서 만났을 때는 창지투(창춘, 지린, 투먼) 개발 계획과 관련해 나진, 청진 개방에 대해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서로 양보가 있는 것 같다. 북한은 중국이 얘기하는 개방노선을 일정하게 수용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중국은 과거 개별기업들이 나서는 식이었는데 정부 차원에서 도로 등 인프라 투자에 나서겠다고 한 것 같다. 다롄, 톈진 방문은 중국의 동북진흥계획을 수용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김평해 책임비서의 수행은 압록강의 황금평, 위화도 개발과 태종수 책임비서가 간 것은 함남의 단천, 검덕 광산 개발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동북진흥계획에 대해 언급하면서 성과를 인정한 것은, 과거에 그가 장쩌민 전 중국주석에서 중국의 개혁개방을 인정했던 것과 버금가는 것이다. 김영일 노동당 국제부장이 지난 2월에 동북3성을 돈 것은 중국이 동북진흥계획에 대한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고, 김 위원장은 이번에 이를 수용하겠다고 답한 것이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군축협상 말하던 북, 다시 비핵화 원칙 확인

 

비핵화의지를 밝히고 9.19공동성명을 재확인한 것은 평이하게 보일 수 있으나 지금 시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군축협상(4월 21일 북한 외무성은 비망록을 내면서, 핵보유국임을 전제로 핵군축 노력에 참여하겠다고 밝힘) 얘기하다가 9.19 말한 건 다시 비핵화의 원칙을 확인하고 협상의 기본으로 돌아온 것이다.

 

지금 당장 6자회담 참여하겠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미국이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미국 방문 비자를 내주지 않은 등 계속 머뭇거리는 상황에서, 천안함 사건으로 다시 흔들리고 있다. 6자회담이 재개된다 해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미중간 대화가 중요하다.

 

6자회담 재개에 대한 비핵화의지를 밝혔기 때문에 이제 그에 대해서는 미국이 판단할 문제다. 미국은 한국 입장을 감안하면서도 6자회담을 계속 미룰 수도 없는 사실상 양다리를 걸친 상황이다. 결국은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에 달렸다. 정치적으로 보면 북한과 중국은 우호관계를 확실히했다.

 

신화사 통신이 "신 압록강대교의 건설은 양국 우호협력의 새로운 상징"이라는 김 위원장의 말을 보도한 것은, 이제 북중경협이 정부 차원의 인프라 투자로 확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국의 경협 확대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치는 유엔안보리로 가서 제재하는 것인데, 여기서 결정적인 것이 중국의 참여 여부다. 그런데 중국과 러시아가 인정할 만한 증거가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


태그:#김정일 방중, #천안함, #신압록강 대교, #창지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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