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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0. 광역단체장 16명, 기초단체장 228명, 광역의원 761명, 기초의원 2888명, 시도 교육감 16명, 시도 교육의원 82명 등 3991명을 뽑는 제5회 지방선거가 20일 남았다. 사상 최대 규모다. 한 사람이 무려 여덟 명의 지방 선출직을 동시에 뽑는다. 정치·지역적으로 매우 중요한 선거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선거가 코앞인데 "이런 선거는 처음 봤다"는 유권자들이 많다. 이유가 있다. 언론의 선거보도가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주요 신문들과 방송들이 딴전을 피우고 있다. 선거와는 전혀 다른 엉뚱한 곳에 신경을 곤두세워왔다. 유권자들에게 유용하고 다양한 선거정보 전달기능을 수행하는 데에는 게을리 하는 대신 갈등과 대립의 '이념' 프레임에 갇혀 다양성과 공정성을 놓친 듯하다.

 

선거기간, 시민토론 광장의 역할과 파수견 역할, 동원주관자 역할에 충실해야 할 언론이 선거의제에는 딴전을 피우고 있다. 천안함과 북풍 이슈를 쫓느라 너무 힘을 소진한 탓일까? 핀잔을 들어도 싸다. 일찌감치 '지방선거 특별취재단'을 가동해 놓고도 눈과 귀는 지금도 다른 곳을 향해 쫑긋 세우고 있다. 의제에서 묻어난다. 

 

사상 최대 지방선거 카운트다운, 언론은 '안갯속 표심'만 반복

 

꼭 판박이 같다. 사상 최대의 지방선거인 '6월 대전'이 카운트다운 됐지만 여전히 '안갯속 표심'이라는 분석들만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치 앞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투표일이 20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좀처럼 분위기가 뜨지 않는다. 선거에 눈을 돌리지 않는 건 언론뿐만 아니다. 유권자들도 마찬가지다. 시큰둥하기만 하다. 그동안 언론이 유권자들의 이목을 천안함과 북풍 등 정치·사회적 이슈에 너무 몰입시킨 결과다.

 

최근 40일간의 보도태도에서 묻어난다. 아직 선거가 끝나지 않았지만 그간 주요 언론의 의제에서 읽을 수 있다. 정책과 공약 등 선거전 상보를 전하는 데 인색하기 짝이 없었다. 천안함 침몰 이후 파생된 돌발변수가 오래도록 선거공간을 좁혀버렸다. 온갖 이슈들이 선거전에 울타리를 친 형국이다.

 

그래도 여당은 좀 낳은 편이다. 전선에 찬바람이 분다고 해서 애달파 할 이유가 없다. 잠자는 미디어 선거라고 하지만 양적으론 가장 많은 기사 빈도를 차지했다. 문제는 야당, 특히 군소정당과 정당 없는 신인 예비후보들이다. 도무지 얼굴 알리기가 쉽지 않다는 푸념이 갈수록 늘고 있다. 유권자들도 그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다. 가장 눈에 띄는 정량적 데이터를 통해 비교·검증해 보았다. <한국언론재단>이 제공하고 있는 '카인즈(KINDS)'란 기사검색 서비스를 통해서다. 전국종합일간지뿐 아니라 TV방송, 인터넷신문, 지역신문, 각종 전문지 뉴스까지 검색이 가능하다. 한눈에 파악하기가 쉽다. 선거가 끝나면 언론학자 또는 정치학자들이 줄곧 연구에 활용하는 뉴스검색 시스템이지만, 선거 직전에 이를 통해 검증해 보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돼 시도해 보았다. 

 

검색기간은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4월 1일부터 5월 10일까지 40일 동안으로 설정했다. 돌발변수와 굵직한 이슈들이 유난히 많았던 이유에서다. 기사검색 시스템인 '카인즈'를 통해 기사제목과 본문에 수록된 주제어를 검색해 보았다. 주제어는 이 기간 동안 언론에 부각된 주요 이슈들 중 핵심 주제어를 택했다. 주제어를 검색했을 때 전체기사에 해당되는 '뉴스통합'과 '전국종합일간신문', '지역종합일간신문', 'TV뉴스'를 각각 분류하여 비교해 보았다.

 

선거의제 가라앉힌 '천안함', '북풍'... 서울과 지역언론 큰 차이

 

40일 동안 수록된 기사 중 주요 이슈, 초점 인물, 주요 정당별로 살펴보았다. 먼저 주요 이슈를 검색한 결과, '천안함'과 관련된 기사가 가장 많은 수치를 차지했다.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언론은 온통 천안함에 함몰돼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려 2만5675건의 기사를 쏟아냈다.  

 

이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 전후 기사가 지방선거 의제를 또 뒤 덮었다. '북한'과 '김정일'을 주제어로 기사제목과 본문을 검색한 결과, 이 기간 동안 1만4257건이 검색됐다. '천안함' 뒤를 이은 것이다. 이른바 '북풍'에 언론이 춤추는 꼴다. '지방선거'는 '북풍' 다음으로 1만3040건을 기록해 간신히 3위에 그쳤다.

 

이밖에 '검사 스폰서', '전교조 명단 공개' 파문과 '4대강', '새만금', '봉은사' 등의 이슈들도 지방선거 의제에 울타리를 쳤다. 이 기간 동안 유독 심하게 요동친 이슈들이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지방선거'로 제목과 본문에서 검색된 기사 중에 전국종합일간신문과 지역종합일간신문 간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무려 3배 가량 차이가 난다. 물론 지역종합일간지들이 많다. 반면 '북한'과 '김정일'을 주제어로 검색한 결과, 전국종합일간신문들이 현저히 높은 빈도수를 보여 대조적이다.  

 

기사제목과 본문에서 검색된 인물들 중 누가 가장 많은 빈도를 차지했을까? 지방선거기간 임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8561건으로 단연 앞섰다. '천안함'과 '북풍'을 잠재울 것으로 진보진영에서 기대했던 '노풍'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행사가 전국적으로 열렸으나 언론의 보도 건수는 1514건. '이명박', '김정일' 주제어에 한참 모자란 수치다. 대신 '한명숙' 전 총리가 2446건으로 약진했다. 여기서 또 주목할 대목이 있다. 서울시장 후보 중 '한명숙'과 '오세훈'을 주제어로 검색한 보도량이다. 한명숙 전 총리는 오세훈 현 서울시장에 비해 매체별로 고른, 그리고 오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빈도수를 나타냈다.     

                     

최고 30배 이상 차이... 이러고도 '공정보도' 자신할 수 있을까?

 

다음은 주요 정당명을 차례로 검색해 보았다. 그 결과, 한나라당이 이 기간 동안 가장 많은 기사 빈도수를 기록했다. 1만4327건이다. 민주당은 그 뒤를 이어 1만1978건이었으나 나머지 야당과 무소속은 이에 비해 매우 낮은 빈도수를 나타냈다.

 

물론 선거기사가 모두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부정적이거나 중립적인 기사들도 있다. 그러나 기사 빈도수에서 정당 또는 인물별로 현격한 차이를 보임으로써 선거보도의 본령인 공정성에 의문을 언론 스스로 제기했다. 이러고도 과연 '선거보도가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누구나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같은 정당이지만 전체 기사량에서 다른 정당에 비해 10분의 1도 채 안 되는 것을 보면 유권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질까. '도대체 이 정당은 선거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일까?'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 그건 그렇지 않다. 언론의 불공정, 편파보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카인즈' 기사 검색 결과에서 입증됐다. 참고로 '카인즈'의 뉴스검색 메뉴는 '뉴스통합', '전국종합일간신문', '지역종합일간신문', '경제일간신문', '영자신문', '인터넷신문', '지역주간신문', 'TV뉴스', '시사잡지' 등으로 분류돼 있다. 

 

이 중 전국종합일간신문은 10개사, 지역종합일신문은 25개사, TV방송뉴스는 4개사가 생산해 낸 기사들이 수록, 당일 검색이 가능하다. 특히 방송은 검색엔진에 의한 방식으로 결과 열람 시 각 방송사 홈페이지의 해당기사로 연결된다.

 

선거보도 승자독식주의... 지역주의 망령에 힘 실어 주기?

 

유권자들의 가장 큰 선거보도 불만은 불공정, 즉 보도의 편파성 문제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선거에 출마한 모든 후보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비전과 정책, 공약을 유권자에게 선택받아야 한다. 그런데 군소후보는 언론에서 외면 받고, 자신의 정책과 공약을 검증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선거기사 심의기준 제2조(형평성) '언론사는 선거기사의 편집 및 기사 배열에 균형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위배하는 것이다. 유권자들의 또 다른 불만은 선거보도의 승자독식주의다. 언론사들이 선거기간에 보도지침과 윤리강령 등을 마련하고 있지만 뉴스 비중에 대한 자기검열은 특별히 없다.

 

방송과 시청자를 핑계 삼아 유권자들의 관심사안 내지는 시청률에 가장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시·도의원 선거보다 기초단체장 선거에, 기초단체장 선거보다는 광역단체장선거에 관심이 큰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지역마다 정당 공천이 어느 후보자로 결정되는 것인가에 온통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지역언론들은 '공천=당선'이 성립된다는 식의 논리를 앞다퉈 증명해 보이기라도 하듯, '텃밭 정당'에 눈과 귀가 집중돼 있다.   

 

이건 아니다. 뉴스거리는 될지 모르지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특정정당 개별 사안에 불과하다. 왜 특정정당의 공천과정이 시시콜콜 지면과 화면의 주요 뉴스로 장식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단지 경쟁력이 있는 유권자 관심 사안으로 둘러 댈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지역언론들은 공천과정을 꾸준하게 보도함으로써 인지도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더 이상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하는 '지역주의' 망령에 언론이 힘을 실어주는 격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특정정당 공천이 연일 주요뉴스로 장식되어 있는 것은 선거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 조차 가늠하기 힘들다.

 

대부분의 보도가 공천관련 당내 논란에 집중되고 있다 보니 공천과정의 비민주성은 논외 밖이다. 이제라도 지역언론의 분발을 촉구한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태그:#지방선거, #카인즈, #천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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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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