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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개신교의 구원 독점주의와 이로 인한 배타주의 입장

석가탄신일이 얼마남지 않았지만, 아마도 한국 개신교의 90퍼센트 이상 거의 대부분은 보수 근본주의에 속하기에 내심 우상 숭배가 만연한 날로 여기지 않을까 싶다. 이들에겐 적어도 기독교 안에만 구원이 있다고 보기에 다른 종교를 우상숭배라고 여기며, 다른 종교를 믿으면 죽어서 지옥에 간다고 보기 때문에 당연히 기독교 외의 다른 종교와 문화에 대해선 매우 폄하적이다. 즉, 신앙에 있어서부터 배타주의 입장이 아주 자연스러운 신앙관으로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번 아프간 선교 사태에서도 첨예하게 드러났지만, 선교의 막중한 사명을 띤 열혈 개신교인들에게는 그 같은 오지와 위험 지역일지라도 하나님의 지상 명령을 거스를 순 없었다. 만일 선교를 하지 않으면 저들은 죽어서 지옥에 갈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어떻게든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들어가서 전도하려는 것이다.

물론 선교랍시며 의료봉사 같은 사회봉사를 하기도 하지만 이것을 곧바로 기독교 선교 자체와 동일시하진 않는다. 봉사활동의 경우 그것은 주로 선교 방법에 있어서 전략적으로만 채택될 따름이다. 이를테면 병원과 복지센터를 짓거나 하여 일단은 그 지역에 자리잡고자 하는 것이다. 선교로서의 최종적인 궁극적 목적은 <신자화>다. 어떻게든 타종교인들이 지옥에 가지 않도록 기독교 교리를 믿게 하는 신자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따라서 한국교회가 이웃종교인 불교의 기쁜 행사일 중 하나인 석가탄신일에 대해서도 그다지 좋게 보진 않을 것이리라. 심지어 싯달타를 증오하면서 한국인들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끼치는 우상숭배의 원흉으로서 보는 보수 개신교인도 있다. 싯달타가 있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죽어서 지옥 가는 영혼들이 많다는 것이다. 지금 나 자신은 한국 개신교에 대한 사실을 왜곡하는 게 아니라 엄연히 오늘날 대부분의 한국교회 현장에서 통용되고 있는 신앙적 색깔을 분명하게 거론하고 있는 것뿐이다. 

석가탄신일 축하도 좋지만, 공식적으로 인정할 줄 아는 진보 개신교 교단 나와야

만일 한국교회 현장에서 이웃 종교에 대해 호감을 보일 경우 오히려 이단취급 받을 정도로 주변 개신교 신자들에게도 딱 찍히기 알맞지 않은가. 보수 기독교의 행태에 반해 다소 진보적인 기독교 진영에서는 종종 "석가탄신일을 축하합니다"라는 축하문을 보내거나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한다. 사실 이 정도만 하더라도 매우 보수적인 한국교회 현실을 생각해볼 때 다소 흐뭇하고도 훈훈한 장면이라는 생각도 들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좀더 진일보한 행보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솔직히 지금까지조차 아무리 진보적인 기독교 교단에 속해 있다고 하더라도 종교다원주의 입장에 대해서조차 공식적인 입장 표방 하나 없다. 진보란 기존의 오류를 넘어설 때 비로소 진보가 될 수 있는 게 아닌가.

소위 진보적인 교단이라는 '한국기독교장로회'나 '기독교대한복음교회' 등등 몇몇 진보적인 기독 교단들 역시 이웃 종교에도 구원이 있을 수 있다는 소신 있는 공식적인 입장 하나 없다. 종교다원론을 그저 단순하게 혼합주의나 배교로만 알고 있는 보수 개신교인들과 달리 진정한 진보적인 기독교인이라면 이웃 종교와의 교류가 기독교 정체성의 문제를 위협하거나 배교하는 것이 아님을 잘 알 것이라 생각한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http://freeview.org/bbs/tb.php/d002/36 참조).

가끔은 무슨 연례행사처럼 이맘때쯤 걸어놓는 "석가탄신일을 축하합니다"라는 플래카드 역시 이제는 식상할 때도 되었잖은가. 지금까지는 그저 몇몇 양식 있는 기독 신앙인들의 개인적 혹은 소그룹적 차원의 행사에서만 이웃 종교인들과 교류해왔었다. 하지만 이제는 개신교 진영에서도 이웃 종교에 대해 구원이 있다고 소신 있게 공표할 줄 아는 공식적인 기독 교단 하나 나올 때쯤 되었다고 여겨진다. 같은 기독교 뿌리인 제2바티칸 공의회를 거친 가톨릭에 비하면 이웃종교와의 교류와 협력에 있어선 여전히 개신교는 뒤떨어져 있어 보인다.

나 자신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타종교에 대한 공격적 배타성이야말로 사탄의 속성이라고 보기 때문에 하루바삐 이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교회 현장에 "예수천당 불신지옥" 같은 잘못된 비기독교들인이 더이상 생산되어선 곤란하다고 본다. 그것은 이미 예수정신에 기초한 신앙이 아님을 잘 알 것이다.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라는 이 무지막지하게 예수를 빙자한 사탄의 교리에 대해 공식적으로 저항하는 개신교 교단이 여태까지 하나도 없다는 현실은 오늘날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내가 알기에 한국에 몇몇 진보적인 개신교인들은 있을지 몰라도 용기있고 소신있는 진보적인 개신교 교단은 아직까지도 하나 없다고 여겨진다.


태그:#개신교, #진보 교단, #석가탄신일, #이웃종교, #종교다원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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