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MBC의 유일한(?) 개그 프로그램인 '하땅사'(하늘도 땅도 사람도 웃는다)가 폐지됐다. 별다른 마무리 멘트도 없이 슬쩍 문을 닫고 말았다. 물론 시청률 부진 때문이다. 사실 이 프로그램을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볼 때마다 그다지 재미있다는 생각을 못 했던 터라, 이번 폐지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방송 3사의 대표적인 개그 프로그램들 중 유일하게 '개그콘서트'가 독주하는 입장에서 MBC의 하땅사와 SBS의 웃찾사가 그 뒤를 쫓는 형국이었는데, '하땅사' 폐지로 MBC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입장이다.

 

한때 MBC 강국인 때가 있었다. 각종 드라마를 비롯해 쇼 프로그램이나, '일요일일요일밤에'와 같은 버라이어티 등 전반에 걸쳐 좋은 내용의 방송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줬다. 그러나 몇 번의 방송사고와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못 맞추고, 아이디어의 부재 탓인지 하락을 거듭하더니 결국 대표적인 프로그램들이 속속 폐기되고 말았다.

 

물론 경영상의 문제도 있지만, 방송 콘텐츠의 부재를 경영의 탓으로 돌리는 것도 무책임한 일이다. 결국 방송을 만드는 작업은 제작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낙하산 인사나 직원들의 파업투쟁 등을 핑계로 방송에 대한 최소한의 약속이 파기되기도 했다.

 

노조의 파업 투쟁, 방송 공백에 대한 자기반성도 있어야

 

물론 MBC의 사장단에 대한 노조의 저지 투쟁에는 100% 공감한다. 그러나 일반 시청자들은 적어도 자신들이 봐야되는 드라마나 약속된 시간에 나와야 하는 출연자들은 약속을 지켜주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스페셜'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재방송'에 냉소적인 것이다.

 

'하땅사'의 폐지를 두고 확대해석 할 생각은 없지만, 비단 이 프로그램 뿐 아니라 기타 프로그램들에서도 제작진들의 프로그램을 살리려는 노력이 엿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MBC의 잘못이다. 지난 천안함 추모기간에 결방됐던 '개그콘서트'에 대한 시청자들의 방송요청을 MBC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개그맨들만 재미있어 깔깔대는 '하땅사'

 

다시 '하땅사'의 문제로 돌아와서, '개그콘서트'에 시청자들이 호응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우선 '재미'를 주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감동과 눈물은 기대하지 않는다.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한다. 감동은 그 다음이다. 그 '재미' 라는 주체는 바로 '관객' 또는 '시청자'들에게 있어야 된다.

 

개그콘서트의 출연자들은 이런 점에서 훈련이 잘 됐다. 어떤 코너를 봐도 개그맨들이 '애드리브'를 하면서 낄낄대거나 어색해 하지 않는다. 능청스러울 정도로 진지하지만 결국 그 상황을 보는 시청자들과 관객들은 '포복절도' 할 정도로 재미있다. 왕비호의 '독설'이나 '동혁이형'의 '독설'이 왜 재미있고 웃긴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러나 '하땅사'의 출연진들은 '개그베틀'이라는 형식을 가지고 있고 현장감을 전면에 내세우고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산만하고 독자들이 웃어야 할 자리에서 개그맨들 스스로가 낄낄거리며 웃어버리니 관객들은 웃을 일이 없어지고 황당해져 버린다.

 

문제는 출연자들의 이런 행동에 대해서 제작진들의 검증이 없었다는 것이다. '하땅사'를 보면서 "도대체 PD를 비롯한 제작진들은 저 상황이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방송에 올렸을까?"라는 의문이 수 차례 들기도 했다.

 

MBC '웃으면복이와요'나 '일밤' 등은 과거 방송계의 독보적인 존재였다. '코미디'의 정통을 보여준 수준높은 코너였고, 지금의 이경규, 강호동, 유재석, 이경실, 조혜련, 김국진, 이윤석 등 지금 최고의 예능 방송인을 배출한 코너이기도 했다. 그런데 '개그콘서트'라는 형식의 개그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대세가 기울더니, 결국 MBC도 콘서트 형식의 개그로 돌아섰다.

 

문제는 이런 코너에 MBC만의 색깔이 없었다는 점이다. '개그콘서트'는 상황극이 특징이다. 또 '웃찾사'는 출연진들의 '몸개그'가 특징이다. 그런데 '하땅사'는 왕년의 '개그콘서트'와 '웃찾사'를 거쳐온 멤버들이 대거 투입되는 바람에 마치 '개콘'과 '웃찾사'를 섞어놓은 어중간한 프로그램이 돼 버렸다.

 

MBC만의 강점을 찾아라

 

MBC에 한 가지 주문을 하자면, 결국 정통코미디의 강자로 다시 되돌아가라는 것이다. 무대를 과감히 버리고 '세트'로 돌아가서 과거 MBC가 '웃으면 복이와요'에서 보여줬던 정통코미디를 지향하라는 것이다. 드라마의 절대강자인 MBC만의 특별한 '코미디물'을 만들어야 한다.

 

MBC는 이경규, 조혜련, 이경실, 이윤석, 서경석 등의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코미디언들을 배출했다. 이처럼 단순 슬랩스틱 코미디가 아닌 '정통' 연기력을 갖춘 코미디가 MBC의 장점이다. 과거 개편 이전의 웃으면복이와요에서도 구봉서, 서영춘, 남성남, 이주일, 배일집, 배연정, 김영하, 신소걸, 김명덕 등 지금은 원로급의 배우들을 배출하면서 '코미디' 지존의 자리를 지켰었다.

 

이들이 20년 가까이를 장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연기력' 덕분이었다. 그것이 MBC의 장점이었고, 자랑거리였으며, 시청자들을 웃고 울리면서 '안방극장'을 점령했었다. 이제 그 영광을 다시 되찾아야 한다.

 

이번의 노조파업을 통해서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을 몸으로 저지했던 MBC의 노고를 잘 알고 있다. <PD수첩>이라는 대표적인 시사프로그램으로 권력의 감시자 노릇을 해 주고 있고, 기타 방송장악 음모에 맞서서 투쟁을 한 점은 높이 사고, 끝까지 그 고집을 꺾지 말아주기를 바란다.

 

그런 고집으로 '대장금'이나 '허준'과 같은 한류 드라마를 만들었듯이, '하땅사'를 반면교사로 해서 MBC만의 특별한 '코미디' 프로그램이 곧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하땅사, #개그콘서트, #웃찾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키워드 부산, 영화, 문화, 종교 중심의 글을 쓰는 <뉴스M> 기자 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