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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영 이원희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새하얀 점퍼를 입고 아주 밝은 표정으로 나타났다. 지지자와 선거운동원 등 50여 명은 "이원희! 교육감!"이란 구호를 외치며 이 후보의 뒤를 따랐다. 이 후보는 자신의 '기호 1번'을 강조하면서 "교육감 후보 이원희, 첫 번째입니다"라며 엄지손가락 하나를 치켜들고 상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28일 오후 서울 남창동 남대문시장 유세에서 이원희 후보는 '기호 1번'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상인들 가운데 몇몇은 선거운동원들이 건넨 명함을 보며 "색깔(파란색) 보니까 어딘지 알겠네", "나는 여태까지 선거에서 1번 말고 찍어 본 적 없어"라고 말했다. 선거운동원들도 '전교조 퇴출', '무능력 교사 10% 퇴출' 등 후보의 주요 공약과 함께 '기호 1번'임을 강조했다.

 

한 상인은 이 후보와 반갑게 악수하고 "무능교사 10% 퇴출한다는 게 제일 마음에 든다"며 "꼭 찍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도 시종일관 웃음을 지으며 시장 구석구석을 누볐다. 특히 액세서리 상점과 아동복 상점을 중심으로 돌며 여성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이 후보는 "어머니들이 마음 편하게 학교로 자녀를 보낼 수 있게 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일부 시장 상인들은 많은 지방선거 후보들의 방문에 피로가 쌓였는지 차가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명함을 받긴 했지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다시 일에 집중하는 사람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교육감 선거에 대한 무관심도 확인됐다. 이 후보의 명함을 보던 대부분 상인들은 '후보를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처음 알았다"고 답했다. 교육감 선거를 하는지 몰랐던 사람도 절반 가까이 됐다.

 

남대문시장에서 배달업을 하는 한 남성은 "교육감 선거를 하는 줄은 알았지만 누가 나오는 지는 전혀 몰랐다"며 "이 후보가 처음 알게 된 후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후보 인상이 좋다"며 "공약은 잘 모르겠지만 괜찮은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교원평가로 무능한 교사는 재교육에 재교육하겠다"

 

 

남대문시장 유세를 마친 이 후보가 다음 유세장까지 이동하는 동안,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진보 단일후보 곽노현 후보와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에 대해 "내가 상황이 좋은 것 같다"며 "지지율이 조금 다르게 나오는 것은 더 노력하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꼭 당선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나는 교원평가를 수용하고 정착시킬 수 있는 사람"이라며 "사교육비를 줄이고 학교에서 모든 교육을 끝낼 수 있게 지원해 결국 모든 가정이 편안해지게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일부 보수진영에서 제기되고 있는 보수 단일후보 재선출과 후보단일화에 대해서는 의연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한번 단일화를 했는데 이유가 어떻든 이렇게 된 것이 좀 그렇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단일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고 다른 후보들을 끝까지 끌어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자신의 핵심 공약인 '무능, 무자격 교사 10% 퇴출'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드러냈다. 그는 "성희롱, 폭력, 비리교사는 무조권 퇴출"이라며 "교원평가로 무능한 교사는 재교육에 재교육을 실시하겠다"고 설명했다. 교원평가로 '무능' 판정을 받은 교사에게는 3번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공약의 취지는 퇴출해야 하는 10%를 0%로 만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숙 "도덕적 흠결 있는 후보, 스스로 사퇴하라"

 

 

이 후보는 선거운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을 묻는 질문에 "곽노현 후보와 맞장토론을 하면서 성향은 달라도 선거에 관한 한 곽 후보를 좋아하게 됐다"며 "서로 차이가 드러나면서 유권자들이 그 차이를 보고 선택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20일에도 곽 후보에게 맞장토론을 제안하며 진보 단일후보와 보수 단일후보의 정책 대결을 강조했다. 그는 "힘들었지만 여러 차례 토론할 수 있어서 잘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교육감 선거가 주요 이슈가 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사실은 더 이슈가 될 수 있었는데 다른 것에 묻힌 것"이라며 "다른 지방자치선거와 천안함으로 묻혔지만, 좀 더 많은 토론으로 차이를 드러나게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돈과 조직 선거로 하는 정치선거와 다르게 지방교육자치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며 "그것을 잘 알려주는 언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보수 성향의 김영숙 후보는 "중도실용 중심의 단일화만이 승리를 위한 길이다, 본인은 중도실용의 대표 주자로 완주할 것이다, 도덕적 흠결이 있는 후보는 스스로 사퇴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사퇴를 촉구하는 후보가 누구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김 후보와 이원희 후보가 그동안 단일화 협상을 했다는 점에서 이 후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어떤 단체장 선거보다도 교육감 선거에서는 후보의 도덕성 검증이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어야 한다"며 "모든 후보자들은 도덕성에 한 줌의 의혹이라도 있다면 철저히 검증을 받을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태그:#지방선거, #교육감, #이원희, #곽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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