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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30일 "우리는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전쟁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제주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제3차 한·일·중 정상회의 2차 세션에서 "천안함 때문에 지역 정세가 불안하다는 우려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북한과 전쟁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지만, 북한에 유례없이 강한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전쟁할 생각이 없다"고 하면서도 "이번의 군사도발에 대해서는 (북한이) 재발방지를 약속할 뿐만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왜냐하면 북한이 잘못된 길에서 벗어나 바른 길로 가기 위해서는 적당히 넘어가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동북아가 위기를 조성하는 지역이 아니라 평화의 터전이 돼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열린 자세로 국제사회에 나와야 한다. 그 같은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경제를 살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토야마 일본 총리도 이 대통령의 주장에 적극 동조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만약 일본이 같은 방식의 공격을 받았다면 한국처럼 냉정하고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위권 발동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얘기다.

 

하토야마 총리는 "국제합동조사단의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물증을 통해서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됐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났다"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미친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는 것은 당연하고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하토야마 총리는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해야 하고, 북한의 명백한 반성과 사죄가 전제돼야 6자회담 재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시종일관 남과 북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태도를 유지했다.

 

원 총리는 "이 대통령의 동북아 정세 설명을 잘 들었고 한국 측 입장을 이해하게 됐다"고 이명박 정부를 배려하는 '립 서비스'를 했지만, 그 외에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 천안함 침몰은 불행한 사태이며 한국 국민과 유가족들의 애통한 심정을 이해한다 ▲ 중국은 책임있는 국가다 ▲ 국제합동조사단과 각국 반응을 중시하겠다 ▲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행동을 반대하고 규탄한다는 말은 28일 청와대 정상회담과 29일 정운찬 총리 면담에서 반복적으로 나왔다. 한·중·일 3국의 공동대응으로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구상에 엇박자를 낸 셈이다.

 

또한 원 총리는 "멀리 내다보고 장기적으로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비록 '장기적'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6자회담을 재개해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중국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천안함 사건을 해결한 후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한다는 한국과 일본의 입장과 미묘한 차이가 있다.

 

세 사람이 회담 후 발표한 공동언론발표문에는 "일본과 중국 정상이 천안함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명했고, 한국과 국제합동 조사단에 의해 수행된 공동조사와 각국 반응을 중시했다. 3국 정상은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동 문제를 적정하게 대처하기로 했다"는 문구가 들어갔는데, 청와대는 "이 정도로도 큰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동관 수석은 "중국이 북한에 대한 언급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을 매우 조심스러워 해서 '천안함 사태' 얘기가 발표문에 들어가는 것도 조심스러워 했다"며 "발표문에 천안함 사태에 대한 입장을 담기로 한 것도 큰 진전"이라고 말했다.

 

3국 정상은 이밖에도 ▲ 내년 3국 협력 상설사무국의 한국 설치 ▲ 3국 자유무역협정(FTA) 산·관·학 공동연구의 2012년 완료 ▲ 기술장벽 해소 및 표준협력 도모를 위한 표준협력 공동성명과 과학기술분야협력을 위한 과학혁신 협력강화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데 합의했다.


태그:#하토야마, #이명박, #원자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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