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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미국은 한국의 천안함 사태 대응에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동맹국으로서의 도리로 보면 당연해 보인다. 실제 미국은 한국을 지지하면서 그런 입장을 나타내고 있고 중국 설득에 나서고 한국의 유엔 안보리 회부 노력에도 지지하고 있다. 미국의 전폭적인 한국 지지를 어떻게 볼 것인가? 그 이전에 미국은 실제 한국의 천안함 사태 대응에 전적으로 같은 입장일까?


Ⅰ. 전폭적인 한국 지지?

 

천안함 사태에 대한 미국의 대응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가? 3월 26일 천안함 침몰 이후 우리 군이 구조 수색 작업을 전개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사태 발생에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북한의 연루 가능성을 부정하였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은 3월 29일 간담회에서 "사고에 제3자가 개입했다고 믿을 근거는 없다"고 했고, 크롤리 국무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선체 자체 이외의 다른 (침몰) 원인을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4월 2일 방한한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북한의 연루가능성에 대해 "추측하지 않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때 미국 측은 충분한 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는 어떠한 예단도 하지 않고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입장과 상통하는 것이었다. 6자회담 재개 논의도 천안함 침몰사고 원인이 규명된 이후에 추진될 것이라는 것도 한미 양국의 공통된 입장이었다.

 

한국의 민군 합동조사단은 4월 16일 천안함 침몰 원인으로 외부폭발 가능성을 발표하자, 다음날 북한은 사고 이후 처음으로 북한 관련설을 "날조"라고 말하면서 "이명박 역도"라는 표현을 다시 사용했다. 또 합동조사단은 25일 사고 원인을 비공식 외부폭발에 의한 침몰이라고 발표하였다. 5월 6일 한국 국방부는 어뢰탄약으로 추정되는 화약성분을 천안함에서 검출했다고 발표하였다. 이런 일련의 상황 전개는 남북한 긴장고조를 예고하는 것으로 읽혀졌다. 드디어 5월 20일 민군 합동조사단은 북한제 250kg 중어뢰에 의해 천안함이 공격받았다고 공식 발표하였다. 이어 24일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다각적인 제재를 담은 성명을 발표하였다.

 

사회 일각에서는 일전불사의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강경여론도 일어났다. 이때 미국은 대통령, 국무장관 등이 직접 나서 한국의 조사가 "객관적이고도 체계적으로 진행됐다"고 평가하고 북한의 도발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한다는 한국 정부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히고, 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적절하다"고 말했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중국을 방문하여 대북 제재에 중국이 동참할 것을 촉구하였다. 5월 28일 크롤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원자바오 총리의 방한 기회를 통해 한국의 천안함 조사결과를 인정하고 지지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제재 발표에 맞춰 한국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면서 천안함 사태를 둘러싼 한국의 대북 강경정책을 측면 지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오바마 행정부는 천안함 사태로 추락한 한국의 안보 태세를 다잡으려는 이명박 정부의 초강수에 박수를 보낸 것이다. 동시에 북한을 향해서는 한미동맹이 견고함을 과시하며 오판과 도발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앞으로도 한미 양국은 서해상에서 해상합동훈련, 한국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등을 통해 동맹을 과시하고 북한에 대한 제재 의지를 극대화할 기회를 남겨두고 있다.


Ⅱ. 냉정한 이익 계산

 

그러나 한국과 미국이 이렇게 겉으로 행동통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이에도 천안함 사태에 대한 양국의 입장과 이익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것 같은 징후가 감지되기 시작하였다. 흥미롭게도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제재 성명 발표는 미중 전략-경제대화가 시작된 날이었다. 이 대화에서 미국은 천안함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대응을 취하는데 중국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한국을 향해서는 할 만큼 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사태 발생 직후부터, 그리고 사태 발생이 북한의 소행이 원인이라고 판정하면서 대북정책의 이슈를 천안함 사태로 국한하고 정책수단은 제재 일변도로 나아갔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때부터 대북정책의 일순위로 삼았던 북핵문제도 뒷전으로 쳐졌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위해 전개하던 부분적인 온건책도 완전 중단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달랐다. 천안함 사태에 대한 원인 규명 이전에는 6자회담 개최가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두 사안에 대한 연계에는 반대하였다. 4월 29일 크롤리 국무부 대변인은 천안함 사건의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6자회담 재개 노력을 미룬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냐는 질문을 받고 "반드시 두 사안을 직접 연계시키지는 않을 것"라고 답변했다.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5월 26일 서울을 방문해 유명환 외교부 장관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천안함 사태에 대한 한국정부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한반도 비핵화, 북한 주민들의 생활수준 향상 등 장기적 차원에서 북한이 방향을 전환토록 하는 대응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우리는 이 두 가지 트랙의 일을 동시에 해야 하며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안함 사태 이후, 더욱이 그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정부는 대북정책을 북한에 대한 제재에 초점을 두는 집중성을 보여주고 있다. 클린턴 장관이 말한 "한반도 비핵화, 북한 주민들의 생활수준 향상"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구상인 '비핵 개방 3000'의 목표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그런데 천안함 사태에 직면하여 이명박 정부는 오직 대북제재에 전념하는 대신 미국은 그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면서도 비핵화 등 대북정책의 주요 관심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이 같은 입장은 한미 동맹관계와 한반도 안정, 그리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 분위기 조성을 동시에 겨냥한 고도의 외교로 평가할 수 있다.

 

미국은 천안함 사태 발생 직후부터 지금까지 수차례 화려한 언사로 한국정부의 대응에 지지를 표하면서도 전쟁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조치들에 대해서는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왔다. 그리고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양국은 천안함 사태 발생 이후 한반도 정세를 논하며 지역안정의 중요성에 공감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제재 성명 이후 국방부가 밝힌 서해상 한미합동 대잠 훈련에 참가할 군함과 훈련 시기가 조정되고 있는 점과 대북 비난방송을 북한의 태도를 지켜보며 검토하겠다는 입장은 처음 강도 높게 추진하던 대북제재의 수위가 조정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은 한국의 대북제재를 지지하면서도 그 수위는 한반도 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결정하는 것이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다.

 

천안함 사태 이후 한국사회의 반북보수 진영에서 전시작전권 전환을 연기해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서도 미국은 두 사안의 연계를 경계했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은 5월 10일 "천안함 침몰 사고와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가 연계돼 있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미 양국이 "한반도 안정뿐 아니라 아프간, 해적 문제 등 글로벌 협력 등 다른 이슈에 대한 공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의 이런 발언은 천안함 사태로 한미 양국이 한반도 및 국제 문제와 관련하여 기존에 합의한 협력 방침이 영향을 받아서는 곤란하고, 오히려 천안함 사태에 대한 미국의 지지 대가로 미국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한다는 의사 표시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런 분위기는 미 의회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 의회는 천안함 사태에 대한 한국정부의 대응을 지지하는 대신 미 자동차 수입, 30개월 이상된 쇠고기 수입 등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한미FTA를 타결 지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요컨대, 천안함 사태에 한정된 대북제재 일변도의 우리정부의 외교 환경이 북한과의 대결, 중국의 의심, 미국의 국익 챙기기 등으로 녹록지 않아 보인다.

 

한편, 북한은 천안함 사태 발생 초기에는 침묵, 4월 16일 이후에는 남한정부 비난에 나서면서도 미국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다가 미국이 한국정부의 조사결과 발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자마자, 북한 외무성은 5월 21일 "미국이 우리 공화국을 고립 압살시키려는 적대시 정책을 변함없이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하고, 북미 간 뉴욕 실무접촉 중단을 지적하며 오바마 행정부가 강경정책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그에 앞선 5월 12일 핵융합 반응을 성공시켰다고 주장하였지만 한국과 미국의 제재 움직임을 완화시키지 못하였다. 급기야 북한은 미국이 천안함 사건을 "조정하고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Ⅲ. 예상되는 통상·안보 압력

 

천안함 사태에 관한 미국의 대응은 미국 단독, 한국과의 양자, 국제기구를 활용한 다자 대응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취하는 일방적 제재는 한국전쟁 기간부터 지금까지 공산주의, 인권침해, 대량살상무기개발 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 촘촘하게 취해져왔는데, 2009년 북한의 미사일발사 및 2차 핵실험으로 취해진 유엔 안보리의 두 가지 제재로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제재가 취해지고 있다. 미국은 한국이 취하는 남북교역 중단, 개성공단 사업 축소 등을 지지하는 한편 서해상 대잠합동훈련 등 군사 시위와 정보 공유 강화와 같은 방법으로 북한을 압박 감시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에서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이 이뤄지더라도 상징적인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 미국은 이란 제재를 위한 안보리 결의안 채택을 위해 중국, 러시아의 지지가 필요한 형편이다. 여기에 이스라엘의 잇따른 민간 구호선 나포에 대한 국제사회(중국, 러시아 포함)의 비난이 거세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안보리 대북제재 수위는 의장성명을 넘어서지 못하고 그 내용도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각국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천안함 사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은 서서히 줄어들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딜레마가 있다.

 

미국은 천안함 사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전폭 지지한 것을 활용하여 또는 그 대가로 다른 사안에 대한 한국의 양보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중국과의 FTA 협상을 추진한다는 점이 미국의 한미FTA 타결 의지를 촉진시킬 수 있다. 미국 내에서 지적되고 있는 자동차산업과 쇠고기 수입개방의 조건 완화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가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고 미국이 문제시된 쇠고기 위생 및 검역체계 개선 결과를 보일 경우 타결이 물살을 탈 수도 있다. 무엇보다 미국은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해 일어났다고 판정되었기 때문에 대잠능력 향상과 관련되는 무기 수출 및 관련 기술 이전을 통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하토야마 정권이 사퇴하게 된 후텐마 기지 문제도 미국은 자국의 입장(오키나와 내에서의 기지 이전)을 관철시켰다. 미국은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민간인 살상이 일어나 현지 주민은 물론 아프간 정부로부터도 불신을 받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이 추가 파병을 해준다면 더없는 힘이 될 수 있다. 미국이 천안함 사태에 직면한 한국정부에 지지와 성원을 표할 때 내놓은 것이 동맹국이 어려울 때 돕는 것은 동맹국의 의무라는 논리이다. 이 논리는 아프간 사태의 경우 한국에게 되돌아올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장래 예상되는 미국의 외교·통상 압력에 면밀히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은 대북제재 문제로 중국과 외교적 입장 차이를 보였지만 미국은 중국과 G2 협력관계를 훼손시키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 안보 등 전반적인 문제에 걸쳐 양국 간 그리고 세계적 차원에서 상호 협력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에 천안함 문제로 갈등을 벌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은 중국과의 일정한 협의 하에 천안함 관련 상징적인 대북 제재를 추진한 이후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공동보조를 맞출 수도 있다. 이를, 한국이 대북제재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미국은 이를 지원할 것이라는 말과 연결해 이해한다면 미국의 실리 추구 입장을 쉽게 알 수 있다. 북한은 수소폭탄 제조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3차 핵실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은 천안함 사태로 인한 한국의 대북제재에 손뼉만 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것은 출구전략이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이 천안함 사태에 함몰되어 있는 사이 미국 등 주변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좇고 있고 북한의 핵보유 능력은 강화되어 갈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정국을 넘어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현실성 있는 전략을 갖고 북한을 접근할 방안을 수립해나가야 할 것이다. 미국은 그럴 의향을 분명히 밝혔다.(201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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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천안함, #한미관계, #코리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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