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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낙지비빔밥에 들어갈 탕탕 손질해 양념해 놓은 뻘낙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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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업을 이어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에게만은 자신의 일을 물려 주려 하지 않는 게 한국사회다. 단적으로 과외 열풍이 그걸 증명한다. 하물며 쌔빠지게 고생하는 식당 일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식문화에 대한 사회인식의 변화로 요즘은 가업을 잇는 업소들을 종종 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맛집의 경우에는 최근에 대를 잇는 집들이 심심찮게 있다. 산낙지비빔밥으로 유명한 순천의 순광식당도 맏딸(허두례·58)이 어머니에게서 대물림했다.

40년 전통... 13년 전 그때 그 가격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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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 순광식당의 산낙지비빔밥 기본 상차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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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통을 이어가는 이 조그마한 식당에서 산낙지비빔밥을 선보인 지는 어언 13년째. 그런데 특이할 만한 사실은 값도 양도 처음 그대로다. 13년이 흐른 지금 식재료 값과 가게 세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는데도 불구하고 그때 그 값을 한결같게 고집한다.

"13년째 그때 그 가격 그대로여라. 뻘낙지만 쓰는데 낙지가 없으면 장사 안 해 부러라."

하루 준비한 뻘낙지가 다 팔리면 시간에 관계없이 저녁 7시에도 문을 닫는다는 이 업소의 주 메뉴는 도다리매운탕과 산낙지비빔밥이다. 순천시청 건너편 골목에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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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아리에 살아있는 뻘낙지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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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에 1만5천 원 하는 음식가격표를 보고 '낙지비빔밥이 뭐 이리 비싸?' 이러한 생각도 잠시 잠깐이다. 살아 꿈틀대는 탕탕낙지의 접시를 대하는 순간 곧 이런 생각이 부질없는 기우였다는 걸 금방 알아챈다.

"기본 찬은 항시 있고요. 나물 종류는 매일 같이 바뀝니다."

들기름에 볶아낸 아주까리나물, 더덕 장아찌, 향신료 젠피를 넣어 그 맛이 독특한 젠피 배추겉절이가 입맛을 돋운다. 조선간장에 꽈리고추와 함께 볶아낸 찔룩게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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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기름 두른 대접에 산낙지를 적당량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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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탕탕낙지 적당량, 김가루, 토하젓에 쓱쓱 비벼내면 그 맛에 어느새 반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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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낙지비빔밥 함께 비벼볼까요.

참기름 두른 대접에 김이 모락거리는 따뜻한 밥 한 공기를 흔들어 넣는다. 탕탕낙지 적당량, 김가루, 토하젓에 쓱쓱 비벼내면 그 맛에 어느새 반하고 만다. 취향에 따라 고추장에 비벼내도 그 맛이 아주 그만이다. 

식객을 행복감에 들뜨게 하는 남도음식 고유의 맛

이것이 테이블 6개의 자그마한 식당에 점심 무렵이면 식객들이 줄을 서는 이유다. 지인의 말에 의하면 점심 때는 기본이 3바퀴라고 한다.

"처음에는 낙지를 썰어서 팔았어요. 그러다 산낙지를 넣어서 비빔밥을 해봤는데 손님들의 반응이 놀라울 정도였어요. 순천에서 맨 처음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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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낙지비빔밥은 바지락국과 궁합이 잘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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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식재료만을 사용한다는 주인장은 자그마한 가게지만 자신이 만든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정말 대단했다. 맛집으로 소문난 비결은 의외로 간단했다.

"우리 식구들 먹는 거하고 똑같이 음식을 하니까 손님들이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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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낙지비빔밥 한술에, 바지락국 한술이 더해지자 이내 감칠맛 나는 맛의 세상으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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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맛 제대로 보려면 점심시간은 피하는 게 좋을 듯하다.

식재료가 어찌나 신선한지 음식이 전체적으로 살아있는 느낌이다. 생동감은 살아있는 낙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산낙지비빔밥은 바지락국과 궁합이 잘 맞았다. 산낙지비빔밥 한술에, 바지락국 한술이 더해지자 이내 감칠맛 나는 맛의 세상으로 빠져든다. 그 신비로운 맛이 식객을 행복감에 달뜨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