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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에도 아이들은 쉴 시간이 없다. 영어캠프다 과학캠프다 쫓아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고가의 캠프 참가비를 마련해야 하는 부모들은 등골이 휜다.
 방학에도 아이들은 쉴 시간이 없다. 영어캠프다 과학캠프다 쫓아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고가의 캠프 참가비를 마련해야 하는 부모들은 등골이 휜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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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주일 또는 이 주일 후면 각 학교마다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방학이 시작되기 약 한 달 전부터 여름캠프에 대한 기사와 소개글이 넘쳐난다. '우리 아이가 영어에 관심이 있으니까 영어캠프에 보내볼까? 과학에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 어디 과학캠프 괜찮은 곳 없을까? 이렇게 캠프 일정과 내용이 소개된 기사를 보던 학부모들은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캠프 가격이 비싼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요즘 캠프 참가비를 보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4박5일 기준에 40~50만 원은 기본이고 요즘은 80~90만 원대 캠프교실도 늘어나고 있다.

왜 이렇게 캠프 참가비가 비싼 것일까? 한 캠프교실에 전화를 해보았다. 4박 5일에 53만 원. 아이들의 인성을 육성한다는 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캠프 참가비의 책정에 대해 "수준놓은 커리큘럼과 훌륭한 강사진, 유기농으로 제공되는 식단을 생각할 때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라고 했다. 게다가 한 특정부서 장관의 직인이 찍힌 증명서를 발급하기 때문에 학부모로부터 상당한 신뢰를 얻고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6월 초를 기준을 했을 때, 이미 접수가 끝난 상태라고 했다.

또 다른 캠프에 문의를 해보았다. 5박 6일에 참가비가 89만 원인 한 과학캠프. 초등학교 2~6학년을 대상으로 한 이번 캠프 역시 대답은 비슷하다. 전문적이고 창의적인 강의 내용과 전문적인 교육 스케줄이 그 이유다. 또한 K대학에서 이뤄지는 수업인 만큼 수업의 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게다가 그 대학에 다니는 언니오빠들과 생활해 보았다는 그것 자체만으로도 학생들에게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관계자 측의 설명이었다. 3백 명을 모집하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1%도 안 되는 아이들이 참여한다고 덧붙였다. 대학입학 준비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기에는 초등학교 3학년도 결코 빠른 시기가 아니라는 점도 누차 강조했다. 이 역시 6월 초순에 접수마감된 상태다.

결국 '포트폴리오'를 위한 캠프? 

캠프 비용이 상당한 고가임에도 이처럼 빠른 시간 내에 캠프가 접수 마감을 이루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캠프 자체의 프로그램 수준이 높고, 역량 있는 강사진과 유기농 식단으로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든다는 점은 수긍할 만하다. 하지만 80만~90만 원으로 치닫는 캠프 참가비는 어지간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한 달 월급과 맞먹는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간단히 '퀄리티(질)'만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

한 캠프 단체의 관계자는 "아이들이 나중에 대학에 들어갈 때 캠프를 마치고 수여하는 증명서나 수료증이 훌륭한 포트폴리오가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이길 "강요는 안하지만 학부모나 캠프 쪽에서도 이런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이 점을 기대하고 보내는 학부모들이 많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제에 추가할 경력과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사실을 캠프 주최 측이나 학부모 측 모두 부인하지 않았다. 부인은커녕, 오히려 이러한 목적을 가진 캠프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영어나 과학 같은 학습 캠프만 있는 것도 아니다. 4박5일 일정에 참가비 49만 원의 한 마술캠프. 이곳에서는 아이들에게 과학마술, 환경마술을 지도한다. 이 캠프의 관계자는 "이곳은 딱히 특기가 없는 아이들이 와서 마술을 배워간다. 그러면 특기도 생기고 친구들에게 인기도 높아져서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다. 물론 수료증도 나온다. 마술특기도 만들고, 다양한 경험을 한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역시 만만찮은 캠프 가격에 주머니를 선뜻 열 수 있는 학부모들 역시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이같은 '증명서'나 '수료증'이 입학사정관제로 대학을 진학할 때 과연 높은 영향력을 발휘할까. 한 입학사정관은 이와 관련, "입학사정관제의 취지는 공교육만으로 대학입학이 가능하도록 공교육 강화와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살린 제도"라며 "대부분의 대학들이 중고등학교 시절 봉사활동이나 동아리 활동 등 교내활동이나 경력에 비중을 두고있는 만큼 그러한 고액캠프는 입학사정관제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마다 전형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미치지 않는다고 단정지어 말할 순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이야기한 과학캠프의 경우, 만약 캠프에 참여한 학생이 훗날 이공계 분야로 대학을 가고자할 때 대학의 전형에 따라 무시할 수 없는 '스펙'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빈익빈 부익부' 위화감 낳는 캠프 비용

입학사정관제 실시에 따라 부모들은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아져 버렸다. 사진은 한 입시학원이 주최한 입시설명회 모습.
 입학사정관제 실시에 따라 부모들은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아져 버렸다. 사진은 한 입시학원이 주최한 입시설명회 모습.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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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를 다녀온 후 아이들 사이에서 생길 위화감도 문제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서 캠프를 못 다녀온 아이와 90만 원대 캠프를 다녀온 아이 사이에서 갈등이 없으란 법은 없다.

물론 모든 캠프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캠프 '본연'의 역할과 목적에 충실한 캠프 프로그램도 있다. 하지만 대학입학시 필요한 '포트폴리오'를 목적으로 캠프에 보내는 분위기가 계속 확산된다면 이러한 캠프들의 존립 자체가 약해지거나 그 목적이 바래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결국, 사교육비를 줄이고 학생들 개개인의 창의력과 다양한 활동력을 중시하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입학사정관제'가 또 다른 사교육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번 여름방학때 두 아들을 과학캠프에 보내려고 했던 S씨는 "캠프 참가비를 계산해 보니 내 한 달 월급 맞먹는다. 결국 돈없는 서민들은 캠프도 못가겠다. 결국은 돈 있는 사람들만 캠프에 보내서 '증'하나 더 따라는 소리 아니냐"고 말했다.

방학을 이용하여 아이에게 더 다양하고 넓은 체험활동을 해주고싶은 것은 모든 부모마음이다. 하지만 돈으로 인해 아이들의 마음에 또 하나의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닌지, 캠프 본연의 목적이 바래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봐야할 문제다.


태그:#여름캠프, #입학사정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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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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