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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을 사용하는 농법은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친환경적이지는 않다.
 비닐을 사용하는 농법은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친환경적이지는 않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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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푹푹 찌는 날씨에 그늘 하나 없는 밭에 나가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더위를 먹는 것은 동물이나 식물이나 똑같다. 그런데 유독 더위에 강한 식물이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잡초'다. 뜨거운 햇살도 아랑곳하지 않고 푸른 빛이 생생하고, 그 성장 속도는 감탄스러울 정도다. 김매기(풀을 뽑는 일)를 하다 보면 검정 비닐을 씌운 주변의 밭을 자주 힐끔 거리게 되면서 자연농법을 하겠다는 의지가 약해질 때도 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던가?

올해부터는 풀과의 한판 승부를 겨뤄볼 생각으로 비닐을 대신해서 풀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여러모로 생각해 봤다. 그렇지만 좋은 생각이다 싶은 것은 공짜로 얻어지지 않았다. 돈으로 재료를 구하거나 환경에 피해가 될 수도 있었다. 결국 불은 불로 맞선다는 '맞불' 작전을 쓰기로 했다. 풀도 풀로 막아보자는 것이다. 옛날 전통농법에서도 풀이나 짚, 왕겨 등을 이용해서 풀을 막았고, 현재의 친환경농법에서도 사용하는 방법이다.

6월 들어서 본격적으로 풀들이 쑥쑥 올라오기 시작했다. 특히나 쇠비름, 바랭이 같은 풀은 옆으로 세력을 넓혀가기 때문에 어린 풀일 때 잡아주지 못하면 제거하는 데 많은 시간과 힘이 소모된다. 김매는 시기를 까닥 놓쳐 버리면 초해전술(草海戰術)로 밀고 올라오는 풀 앞에 달랑 호미 한 자루로 맞서려는 인간의 의지는 꺾이기 십상이다.

풀을 덮개로 사용하려면 일단은 풀을 키워야 했다. 처음에는 두둑 위의 작물 주변 풀들만 제거하고 고랑의 풀들은 키웠다. 6월 말쯤에 나가본 밭은 그야말로 풀천지였다. 무릎까지 올라온 고랑의 풀은 뽑히지 않을 만큼 뿌리를 깊고 넓게 내려서 단단했다. 계속해서 사용할 것이기에 손과 낫으로 베어내기 시작했다. 멀리 옆 밭에서 어르신이 꼿꼿이 선 채로 쳐다본다. 농사 초기부터 지켜봤던 어른 입장에서는 이해 못할 일이기도 할 것이고, 농사를 장난으로 한다고 욕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 많던 풀도 작물 주변에 깔아 주다 보니 많이 부족했다. 겨우 손바닥 정도로만 깔아주고. 2주 후에 다시 밭을 찾았다. 뿌리를 뽑지 않고 베어낸 고랑의 풀들은 이전 만큼이나 훌쩍 자라나 있었다. 작물 주변에 풀을 깔아준 두둑에는 풀이 별로 없었다. 이 정도면 풀을 풀로 막는 것은 효과가 있다. 한 번 더 풀을 덮어서 햇빛을 차단해 풀을 막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작물주변의 풀을 막아 작물 스스로 이겨낼 정도로 성장하면 주변 풀들은 그대로 둘 생각이다.

비닐 덮개를 이용한 농업은 관행농업과 친환경농업에서도 폭 넓게 사용되고 있다. 독한 제초제를 뿌려서 작물과 흙까지 오염시키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본다. 그러나, 자연의 순환으로 본다면 비닐도 생태(生態) 환경에는 오염물질일 뿐이다. 비닐 덮개로 재배한 것은 땅속과 밖의 온도 불균형으로 작물이 약해지고 고유의 특성은 결여된다. 자연상태와 비닐덮개를 해서 키운 작물의 외형은 비슷할지라도 그 속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환경의 지배를 받으며 그 후세대에도 같은 유전정보를 남긴다. 풀과 함께 부대끼며 자란 작물의 유전자는 몇 세대를 거친 후에는 자연스럽게 풀을 이기거나 공생하며, 풀은 다시 거름이 되어 땅 힘을 더 두텁게 만들 것이다. 문제는 인간의 의지다.

풀 덮개를 처음으로 하던날.
 풀 덮개를 처음으로 하던날.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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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 주변에 풀을 두껍게 덮어줄수록 햇빛차단 효과가 크다.
 작물 주변에 풀을 두껍게 덮어줄수록 햇빛차단 효과가 크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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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후의 모습. 고랑에는 풀들이 많이 자랐지만 두둑에는 별로 없다.
 2주후의 모습. 고랑에는 풀들이 많이 자랐지만 두둑에는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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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 주위에 풀 덮개를 한곳에는 풀이 자라지 않았다
 작물 주위에 풀 덮개를 한곳에는 풀이 자라지 않았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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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을 한번 더 덮어주었다. 작물 스스로 성장할 단계에서는 풀과 함께 키울것이다.
 풀을 한번 더 덮어주었다. 작물 스스로 성장할 단계에서는 풀과 함께 키울것이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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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비닐멀칭, #잡초, #자연순환, #생태,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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