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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26세. 지금까지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를 포함해서 생각보다 많은 투표를 해봤다. 그러나 직접 선거운동을 해본 적은 없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를 보면서 민주당에 기대지 않고 진보의 길을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직접선거운동에 뛰어들기로 했다.

 

마침 이재오씨가 은평을에서 출마한다고 들었고, 이에 맞서 지난 지방선거와 같은 야권연대냐, 진보연합이냐는 논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사회당의 금민이 '기본소득'을 중심으로 진보대안, 진보단일후보를 외치며 은평에 출마했다. 나는 이 선본에 다른 대학생들과 함께 결합하기로 결심했다. 20대 젊은이들의 손으로 직접 한국사회의 진보정치를 일구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쁜 모자와 넥타이를 매고 이것저곳을 뛰어다녔다. 재밌고 톡톡 튀는 구호와 율동도 했다. 주민들도 재밌었는지, 우리를 기억해주셨다.

 

"참 예쁘다, 대학생들이 제일 열심히 한다."

 

하루는 저녁 늦게 구호를 외치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그런데 뒤이어서 많은 어른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얼마 받고 일하냐고 물어보신다.

 

"얼마 받고 일해? 자리 있으면 얘기 좀 해줘, 우리 딸 좀 시키게."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진보정당의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로 일하지 않는다. 은평에서 뛰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자원활동가들도 돈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보통 아주머니들이 주로 하는 선거운동 아르바이트는 일당 7만 원을 받는다.

 

좀 더 공격적인 아저씨는 "선거비용 돌려받지도 못할 건데, 미리 현금으로 받아놔"라고 하신다. 아르바이트 아니고 당의 정책을 지지해서 모인대학생이라고 말씀드리면 "다 알아, 거짓말하지 마, 우린 그런 말 안 믿는다"라고 하신다.

 

이럴 때면 함께 하는 대학생들은 속이 무척 상한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는 '우리는 아르바이트가 아니다'라고 모자에 표찰을 달자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우리는 20대 아르바이트생의 권리를 주장하는데, 아르바이트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면, 알바생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생각해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새벽같이 나와서 밤늦게 들어가는 힘든 일정을 돈도 안 받고 한다는 젊은 애들을 은평 구민들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이렇게 힘든 일을 돈만 받고 한다면, 당연히 의욕이 떨어지고 목소리에 힘도 떨어질 것이다. 정말로 자발적으로 정책을 지지하고 후보에 반해야만이 신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이러한 속상함을 이겨내게 해주는 것도 주민들의 힘이다. 순수하게 금민 후보를 지지해서 모인 대학생들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얼굴이 변하면서 좋은 일 한다고 격려해주시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일까? 은평선거에서 많은 분들이 '진보단일화'에 힘을 실어주고 계시기도 한다. 어제 (7월20일)는 진보신당 브리핑에서 사회당의 금민후보를 지지하고 노회찬대표가 지지유세에 참여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관악구에 사는 진보신당의 한 당원이 이 발표가 있는 당일 달려와서 함께 선거운동을 하기도 했다. '자본론'의 번역자 김수행 교수님, 촛불을 통해 유명해진 우희종 교수님도 지원유세를 나오기도 하셨다. 이렇게 멀리서만 보던 쟁쟁한 인물들을 현장에서 보는 것은 선거운동에서 얻는 조그마한 재미다. 88만원세대의 저자 우석훈씨는 개인 블로그에 금민 지지를 밝히기도 했다.

 

어쩌면 20대 젊은이들이 은평에서 새로운 진보의 정치를 만들어 버릴지도 모르겠다. 진보신당 사회당으로 대표되는 진보정치는 은평에서 이렇게 젊은이들의 열정과 패기로 시작되고 있다. 은평에 사는 주민들에게 알려드리고 싶다. 은평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는 분홍색의 넥타이를 맨 친구들은 알바생이 아니라고, 순수한 열정과 패기를 가진 멋진 청년들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태그:#은평, #이재오, #금민, #사회당,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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