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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이번 7.28 재보선에서 애초 설정했던 목표를 달성하는데 실패했습니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이 28일 오후 10시 40분 '패배'를 선언했다. 이미 개표상황실이 차려진 영등포 민주당사의 분위기는 한없이 가라앉은 뒤였다.

 

개표 직전만 하더라도 민주당은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에 기대감을 표했다. 전통적으로 높은 투표율이 야당에 유리하단 공식을 상기시키며 투표율 40%를 넘긴 최대 격전지 서울 은평(을)에서의 승리를 조심스레 점치기도 했다. 그러나 투표함이 열리자 그 작은 기대감은 그대로 무너졌다.

 

한 당직자는 민주당이 선전하고 있는 강원도의 개표현황판을 보면서 "강원도 지역이 민주당의 아성이 됐다"며 쓴 웃음을 지었고, 김진표 최고위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당의 개표 집계원들에게 강원 철원·인제·화천·양구의 개표상황을 직접 묻기도 했다.

 

얼마 안 있어 송영길 현 인천시장이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인천 계양(을)에서의 이상권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 확정 소식이 들어왔다. 그 뒤를 이어 서울 은평(을)의 이재오 한나라당 후보가 장상 민주당 후보를 꺾었다는 방송이 나오자 당사의 침통한 분위기는 더욱 짙어졌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재오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뒤에야 당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개표상황실에 모여있던 당 관계자들과 기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하며 "고맙다", "수고하셨다"고 말을 건넸다.

 

정 대표는 "저뿐만이 아니라 우리 민주당, 지도부, 대의원, 당원 동지 여러분들이 최선을 다한 선거였다"면서도 "국민 여러분들의 뜻을 겸허하게 받들겠다"고 밝혔다.

 

"승부처에선 단일화가 늦었고 우세한 곳에선 투표율이 낮았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승부처에서의 때늦은 단일화'와 '우세지에서의 낮은 투표율'을 패배 원인으로 꼽았다.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투표율이 낮으면 조직투표가 강한 한나라당이 유리하단 공식이 천안과 인천에서 그대로 적용됐다"며 "은평(을)에서는 단일화가 단순한 덧셈을 넘어선 시너지 효과 발생을 원했는데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평했다.

 

우상호 대변인도 "충주는 예외로 보더라도 은평(을)에서 단일화를 했음에도 패배한 것이 뼈 아프다"면서 "투표일을 임박해서 이룬 단일화의 한계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단일화를 해서 진행했던 민주당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 대변인은 앞선 공식 논평에서도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고자 했던 수많은 국민 앞에서 제1야당 민주당은 무한 책임을 느낀다"며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서민정당의 면모를 일신하겠다"고 다짐했다.

 

우 대변인은 또 전반적으로 투표율이 높은 상황에서도 패배한 이유로 "민주당이 승리할 것으로 예측됐던 지역에서의 투표율이 낮았고 열세 혹은 경합이라고 파악했던 지역에선 투표율이 높았다"며 "지금으로선 여당 지지층이 강하게 응집됐다고 보인다, (투표율과 여·야 승패에 대한)전통적인 분석이 이번 선거에선 좀 틀렸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한나라당 지지층이 지방선거 패배 이후 강하게 응집한 반면 우리 측 지지층은 전국적인 심판을 내린 지방선거 이후 좀 이완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민주당이 공천 등에서 이 같은 상황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지 않았나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인천은 너무 안일한 판단이 아니었나 싶다"며 당의 후보 공천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은평(을)의 장상 후보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안일했다고 생각된다"며 "이번 선거에서도 MB심판 여론이 있었지만 민주당이 안일한 선택을 한 것이다, 국민이 무섭다"고 덧붙였다.

 

전당대회 앞둔 민주당, '책임론' 불거질 듯... 박지원 "지금은 그럴 때가 아냐"

 

한편, 민주당이 이번 재보선에서 참패를 당하면서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전당대회를 한 달 여 남겨둔 상황이라 재보선 국면에서 잠시 잠잠했던 주류·비주류의 갈등이 더욱 노골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당 관계자들은 이 같은 전망에 대해 말을 극히 아꼈다.

 

박 원내대표는 "지금 지도부에 (책임론을) 제기할 때가 아니다"면서 경계하고 나섰고 우 대변인은 "(책임론이 제기됐을 때) 말하는 게 바람직한 것 같다"면서 "향후 전당대회에서 선거 평가와 향후 대안을 함께 논의하지 않겠나"라고 원론적으로 답변했다.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주류·비주류 할 것 없이 모두 선거전에 나섰던 만큼 이제 주류·비주류 모두 전열을 가다듬고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실질적으로 전당대회는 전당대회 준비기구가 구성돼 치르게 돼 있다"며 "이 기구가 당내 협의를 통해서 원만한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금 지도부는 전당대회 시기를 일부러 늦추고 하지 않는다"며 "전당대회 준비기구가 금주 중 구성되면 물리적인 시간을 고려해 그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7.28 재보선, #민주당, #박지원, #정세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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