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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청이 지난 1일 홍대 앞의 '작은 용산' 두리반에 경유 발전기를 제공했지만 4일 이후로는 발전기를 돌릴 경유가 부족해 또 다시 두리반은 어둠과 폭염 속에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두리반은 5일 오전 마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마포구청의 약속은 두리반을 우롱하는 거짓이었다"고 규탄했다.

마포구청이 제공한 경유발전기이다. 그 크기만큼 잡아먹는 연료는 어마어마하다. 두리반 측에서는 24시간 발전기를 돌리면 하루 5만원의 경유가 들어간다고 밝혔다.
 마포구청이 제공한 경유발전기이다. 그 크기만큼 잡아먹는 연료는 어마어마하다. 두리반 측에서는 24시간 발전기를 돌리면 하루 5만원의 경유가 들어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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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섭 마포구청장은 지난달 31일 두리반 대책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마포구청은 두리반 문제 해결에 노력을 다하겠다", "두리반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때까지 전기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음 날 구청은 두리반에 경유발전기를 설치하고 경유 60리터를 제공해 임시로 전기가 공급되도록 조치했다. 이러한 소식에 지난 달 26일부터 "주민의 에너지 기본권을 보장하라"며 마포구청에서 농성을 벌여온 두리반 대책위는 농성을 풀고 곧장 두리반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마포구청에서 지급한 경유로는 3일도 못 버티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하루에 5만 원이 넘는 기름 값을 두리반은 감당할 수 없기에 마포구청에 경유 공급을 요청했다. 마포구청은 4일 "더 이상 경유를 공급할 수 없다"고 두리반에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채림 두리반 사장은 마포구청의 조치에 대해 '밥 달라고 했더니 밥 안주고 밥솥만 준 꼴'이라며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채림 두리반 사장은 마포구청의 조치에 대해 '밥 달라고 했더니 밥 안주고 밥솥만 준 꼴'이라며 비판했다.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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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전기 끊고, 구청은 연료 끊으면 철거민은 목숨 끊어?

이날 기자회견의 사회를 맡은 윤성일 민주노동당 마포구위원회 위원장은 "어제 너무 더워서 오늘 아침에 두리반에 갔는데 모두가 잠을 한 숨도 이루지 못했다"며 "구청을 믿고 원만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조금은 기대했지만 이 자리에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분노를 느낀다"라고 말했다.

'촛불을 켜는 그리스도인 모임'의 최헌국 목사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현 마포구청장은 두리반을 찾아와 철거민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을 했었다"며 "구청장이 발전기를 제공한 것은 철거민의 아픔을 함께 하기 위한다기보다는 구청에서 농성하고 있는 안종려 두리반 사장을 내몰기 위한 것이었다"고 마포구청장을 성토했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마포구청이 GS건설사와 한국전력이 저지른 살인행위에 눈뜨고 가만히 보고 있다"며 "폭염 속에서 전기가 끊긴다는 것은 직접적인 살인행위라 생각한다"며 마포구청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지난달 26일부터 5일간 마포구청에서 농성을 벌여왔던 안종려 두리반 사장은 "마포구청에 들어와서 전기를 해결해 달라고 일 주일도 안 있었지만 구청 공무원들 우리를 사람 취급도 안했다"며 "바닥에 신문지 깔고 자면서 전기 넣어 달라고 애걸복걸했기에 결국 구청장이 전기를 주겠다고 나한테 약속을 했지만 다시 우리를 우롱했다"고 눈물을 훔쳤다.

이날 서울이 올해 들어 최고 기온을 보이는 등 열대야와 폭염주의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두리반은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의 협조로 현재는 5개의 태양광 발전기를 준비한 상태다. 마포구청에서 준비해준 발전기만 믿고 있다 사용하지 않던 태양광 발전기를 다시 두리반 옥상에 설치했다.

연료비 마련에 고심 중인 마포구청

5일 마포구청 앞 기자회견에서 안종려 두리반 사장은 발전기를 제공했지만 연료를 주지 않는 마포구청에 대해 '철거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성토했다
 5일 마포구청 앞 기자회견에서 안종려 두리반 사장은 발전기를 제공했지만 연료를 주지 않는 마포구청에 대해 '철거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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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을 마친 두리반 대책위는 마포구의회 오진아 의원과 유동균 의원(마포구의회 행정건설위원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유동균 의원은 "두리반에 연료를 제공하는 문제는 긴급구호자금의 형태로 사용이 가능하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대책위는 마포구 주민생활지원과와 협의를 거쳐서 연료예산안을 올릴 예정이다. 윤성일 민주노동당 마포구위원회 위원장은 "마포구 주민생활지원과에서 두리반에 제공될 연료를 긴급구호자금의 명목으로 예산 계획을 올려 구청장에게 결재를 요청할 계획"이라며 "연료비는 하루 5만 원의 비용으로 두 달치 300만 원을 책정해 예산에 반영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포구청 공보담당 관계자는 "구청장은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며 연료비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고민 중에 있다"며 "어떻게 결정이 날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26일 유채림 사장이 한국전력에 전기 공급을 재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판단을 미뤄 온 한전은 지난달 29일 공문을 통해 '계량기 철거 및 전기공급계약 해지는 정상적인 조치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두리반 대책위는 5일 한전에 단전 사태에 대한 공식입장을 전하면서 "전기의 실사용자인 두리반에게 의사를 묻지 않고 불법단전을 용인한 한전이 다시 한 번 두리반에 전기공급 불가 방침을 밝히는 것은 에너지 기본법을 어기는 엄중한 행위"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강민수 기자는 오마이뉴스 12기 인턴 기자입니다.



태그:#두리반, #철거민, #발전기, #마포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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