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이게 가당키나 한 소린가.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메뉴판이 보인다.
"안주 값은? … 쥔 장 맘!"'손님이 왕'인 세상에 쥔장 마음이라니. 귀신 신 나락 까먹는 소린가 했다. 눈을 문지르고 다시 봤다. 여전히 '안주 값은 쥔장 맘'이었다. 손님 눈높이에 맞춰 장사해도 될까, 말까인 세상에 쥔장 맘이라니….
세상은 항상 같지만은 않다. 상식을 뒤엎는 게 통할 때가 있다. '쥔장 맘'이 운치와 만났을 땐 귀엽게 봐준다는 이야기다. 막걸리 <한주전자>라면 괜찮지 않을까. 덩달아 자전거와 마라톤까지 녹아 있다. 그래서 이곳은 여수 시민운동가들의 아지트화 됐다.
서대구이는 손으로 발라 양념장에 찍어야 제 맛<한주전자>는 막걸리 집답게 기본 안주가 푸짐하다. 사실 막걸리 안주는 기본으로 나오는 배추, 젓갈, 갓물 김치 등이면 족하다. 가게 세를 내야 하는 사정상 예의로 서대구이를 시켰다.
여수에서 빠지지 않은 먹을거리 '서대'. 서대 요리는 여수에서 찜과 회와 구이로 나뉜다. '서대찜'은 결혼 등 행사 때 빠지지 않는다. '서대회'는 비빔밥과 어울리고, '서대구이'는 막걸리 안주로 제격이다.
그래서 여수의 막걸리 집에는 대개 서대구이가 안주로 갖춰져 있다. 어부들이 잡아 온 서대에 소금 간을 한 다음 그늘에 말려 구이로 쓴다. 소금 간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맛이 좌우된다.
여수시 무선 <한주전자>의 서대구이는 짜지 않고 담백하다. 서대구이는 젓가락으로 깨작깨작 먹으면 맛이 덜하다. 안주를 가져 온 쥔장이 즉석에서 뼈를 발라 찢어 줘야 제 맛이다. 행여, 그냥 놓고 가거든 먹기 좋게 찢어 달라 요청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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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면에는 쥔장이 뛰었던 마라톤과 자전거 타기 등의 사진이 붙어 있다. |
ⓒ 임현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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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개발한 양념장으로 비린 맛 제거 서대구이는 그냥 먹어도 좋지만 양념장에 찍어 먹는 게 좋다. 양념장으로 대개 파장이 나오는데 <한주전자>의 양념장은 좀 다르다. 파장 대신 자신이 개발한 양념장을 낸다.
양념장은 간장에 물, 물엿, 마늘 등을 넣고 불에 달여 준비한다. 손님에게 낼 때는 매운 고추만 다져 넣는다. 쥔장 박인순씨는 "매운 고추가 느끼하고 비린 맛을 없애 준다"고 설명한다.
<한주전자>에는 색다른 맛이 있다. 서두에 말했던 자전거와 마라톤이다. 박인순씨는 매주 '두 바퀴 세상' 회원들과 자전거를 탄다. 마라톤은 남승용 마라톤대회 등 총 10여회에 걸쳐 하프(21.0795Km)를 뛰었을 정도다. 건강한 육체에서 건강한 맛이 나온다는 지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