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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 대구면 청자촌에서 마량면 마량항에 있는 '온누비호' 승선을 위해 그곳으로 향했다. 강진청자축제기간(8월 7일부터 15일까지) 동안 하루 오전 11시와 오후 3시, 2회 만을 운항하는 '온누비호'는 이곳에서 고려청자보물선으로 불려지고 있었다. 마량항에 정박해 있는 이 배는 국립문화재연구원이 고증을 통해 제작한 배로 2011년 7월까지 강진군에서 임대를 한 배였다.

 

지난 2007년 5월 충남 태안 안흥항 대섬 앞바다에서 한 어부가 낚시를 하면서 낚은 쭈구미가 사발을 물고 왔는데 그 도자기가 고려청자로 밝혀지면서 온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후 좌초된 배 목관 화물표에 강진(탐라)에서 개경으로 가는 청자운반선으로 밝혀지면서, 강진군과 해양문화재연구소의 지속적 노력으로 고증을 통해 제작한 배가 청자보물선 '온누비호'였다.

 

'온누비호'는 충남 태안 대섬 앞바다에서 발견한 청자보물선의 선현부를 토대로, 국내에서 출토된 고려시대 선박 5척과 한선 등을 참고자료로 약 8개월 간에 걸쳐 옛 모습 그대로 복원했다. '온누비호'는 강진군이 설계를 했고,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복원을 했다. 목포에서 제작한 배는 19m, 폭 5.8m, 돛 2개, 높이 2.2 m, 호롱, 치, 노 등을 갖추고 최대 승선인원 12명을 태울 수 있는 20톤 급 선박이었다. '온누비호'라는 명칭은 전국 공모를 통해 지어졌다.

 

특히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자료와 자문을 통해 고려시대의 건조방식으로 만들었고 대형 돛 2개와 방향타, 동력추진이 가능하도록 현대식 엔진 450마력을 장착했었다. 이 배는 지난해 8월 3일부터 8일까지 6일간 강진 마량항에서 개경까지 뱃길 재연에 나섰다. 평속은 10노트 정도의 속력을 낼 수 있었지만, 뱃길 재연에는 7.3~7. 8노트로 항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남북 경색 국면으로 강화도 외포항 북방한계선(1058km) 앞까지 항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재 강진 마량항에는 청자보물선 '온누비호'가 정박해 관광객들에게 승선체험행사를 하고 있었다. 강진청자축제기간 관광객들에게 1000년 전의 고려청자의 역사성과 우수성을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차원에서 강진만 근해를 운항(약 1시간 20분 소요)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가 지나 온누비호를 타기 위해 마량항에 도착했다. 승선장 입구는 오렌지색 바탕에 흰 글씨로 '강진청자축제와 함께 하는 고려청자보물선 '온누비호' 승선체험'이라고 쓴 현수막이 보였다. 현수막을 보니 제대로 찾았구나 하는 안도의 한 숨이 나왔다. 안내장소로 가니 강진군 경제발전팀에 근무하고 있는 이미라 씨가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나성연 강진숙박협의회 회장, 김한성 강진군다산기념관 관장도 함께 했다. 이미라 씨는 '온누비호'에 관한 얘기를 친절하게 자세히 설명해 줬다. 김한성 관장은 남양주가 집이라고 한 나에게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남양주와 강진군이 자매 결연을 맺은 지방자치단체라고 했다.

 

다산 정약용 선생과 관련 있는 지자체이기 때문에 두 군이 자매결연을 맺은 듯했다. 그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태어난 곳은 남양주이지만 18년간 유배생활을 한 곳이 강진"이라면서 "사실상 다산의 생활권은 강진이라고 해도 무방하다"고도 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목민심서>, <경세유포> 같은 대작을 남겼다는 말도 전했다.

 

'온누비호'는 승선 인원이 앞서 언급한 대로 12명 밖에 안됐다. 미리 예약을 한 관광객이 있어 '온누리호'를 타는 것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미량항에 외롭게 떠 있는 '온누비호'가, 30분 후면 누군가를 태우고 출항을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더욱 타고 싶은 심정이 솟구쳤다. 하지만 포기했다. 먼저 온 사람들을 제치고 타겠다고 우길 수 없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이 주변 미량항을 둘러보고, 승선장을 빠져 나왔다.

 

다시 돌아가는 길은 왠지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큰 기대를 하고 갔던 '온누비호' 승선을 하지 못한 탓이었다. 승용차 안에서 밖을 보니 푸른 바다와 갯벌이 보였다. 지나자 숲속에 재연해 놓은 강진청자축제를 알리는 청자조형물이 눈길을 끌었다. 어수선한 마음을 달래려고 찻집으로 향했다.

 

생더덕 주스와와 수제비가 유명하다는 대구면 저두리 '다솜찻집'은 내외부가 아기자기하게 잘꾸며져 있었다. 내부는 분재로 정겹게 꾸며졌고, 밖은 화초를 가꾸는 화단으로 잘 정돈돼 있었다. 화초에 얼룩나비가 앉아 휴식을 취하는 모습도 보였다.

 

주차장 앞 '청자축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수제비와 차를 쿠폰으로 드십시오"라고 쓴 현수막 문구가 새삼 청자축제 입장 때의 기억을 떠오르게 했다. 강진청자축제 입장료 7000원 중 2000원을 제외한 5000원의 의미를 잘알 것 같았다.

 

의자에 앉아 20여분이 지났을까 주문한 들깨수제비와 더덕주스가 나왔다. 하얀 생더덕주스는 우유빛과 흡사했다. 들깨수제비도 푸짐하게 먹음직스러웠다. 맛을 보니 정말 일품이었다. 과거부터 내려온 남도음식 중 강진은 한정식이 유명하다.

 

청정해역의 활어해도 먹음직스럽다. 광우병 걱정없는 황금암소 고기도 소문 나 있다. 또 고단백 저칼로리 음식인 갯벌 짱뚱어 맛과 민물장어와 매생이는 강진군이 내놓고 자랑할 만한 향토음식이다. 요즘은 들깨수제비가 뜨고 있었다. 바로 그 수제비맛을 이곳 찻집에서 즐기게 된 것이 영광스럽게 느껴졌다.

 

잠시 찻집을 나와 주변 풍경을 살폈다. 바다와 갯벌 그리고 하늘에 펼쳐진 하얀구름이 잘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지나 가는 한 주민이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나에게 강진에 왔으면 다산 정약용 선생의 남도유배길을 체험해보라는 것이었다. 무슨 뜻인지 재차 물었다. 그는 지역주간신문 <강진신문>에 자세히 나왔다면서 신문을 주고 곧바로 가는 길을 재촉했다.

 

주간 <강진신문> 8월 9일자였다. 신문을 보니 강진축제기간 동안 매일 오후 5시, 도암면 다산초당이 있는 다산수련원에서 해월루, 동백림, 백련사, 늦봄학교, 귤동마을, 보동마을을 거쳐 다시 다산수련원으로 돌아오는 4km구간(2시간 소요)이었다. 관광객들을 위해 지역 문화관광해설사가 설명을 하고 걷는다는 내용이었다. 바로 이 길이 다산 선생이 유배시절 고향과 형을 그리워하면서 찾았던 길이라는 것을 알게됐다.

 

하지만 강진에 머물시간이 그리 녹녹치 못했다. 그래서인지 아쉬움이 남았다. 이렇게해 강진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태그:#청자보물선 온누비호, #다솜찻집, #다산유배길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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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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