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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더 이상 모독하지 말라."

"조현오 후보자의 발언을 통해 현 이명박 정권이 이 시대를 바라보는 인식의 단면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막말'이 공개된 지 사흘째인 15일 노무현재단과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 '쌍끌이 공세'를 펼쳤다.

 

노무현재단, 시민주권, 청정회 등 참여정부 인사들은 이날 한자리에 모여 조현오 후보자를 즉각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만약 조현오 후보자로 계속해서 청문절차를 진행한다면 최종 임명권자인 이명박 대통령께서 그의 발언에 동의한다고 인식할 수밖에 없다"고 이 대통령을 겨냥했다.

 

"허위 사실로 전직 대통령을 파렴치범으로 몰아"

 

15일 낮 1시 30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노무현재단 사무실에서 열린 긴급 공동기자회견에는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를 비롯해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 장하진 전 여성가족부 장관, 이기명 노무현재단 고문 등 참여정부 인사 30여 명이 총출동했다.  

 

이들은 조현오 후보자가 지난 3월 31일 경찰 기동대 지휘요원 1000여 명이 참석한 강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전날 거액 차명 계좌가 발견되었다",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가 민주당에 특검을 막아달라고 요구했다"고 한 발언을 '명백한 허위사실'이자 '패륜적 망언'으로 규정하고, 경찰청장 내정 철회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장하진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읽은 공동 기자회견문에서 이들은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일 뿐만 아니라, 현 정권과 검찰의 표적수사로 인해 이미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과 유족들의 명예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패륜적 망언이 아닐 수 없다"면서 "조현오 후보자의 망언에 대해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며, 끝까지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내부적 발언이었다"는 조현오 후보자 해명과 관련해서도 "조 후보자 말대로라면 일선 경찰에게 시위 진압 의지를 고취시키기 위해 허위 사실로 전직 대통령을 파렴치범으로 몰아간 것"이라며 광주민주항쟁 당시 광주시민을 폭도로 호도한 군사정권의 행위에 비유하기도 했다.

 

또 청와대를 향해서도 조 후보자의 이 같은 발언을 알고도 후보자로 지명했는지 묻고 "알고 지명했다면 이는 청와대가 조현오 후보자와 같은 인식이라는 뜻이고, 모르고 지명했다면 이는 공직검증시스템이 전혀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당장 조현오 후보자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현 정부 공안통치 구조 속 사정기관들 충성 경쟁"

 

이 자리에 참석한 참여정부 인사들은 조현오 개인 자질 못지않게 이명박 정부가 지금까지 보여준 행태에 본질적 책임을 돌렸다. 한명숙 전 총리는 "지난 금요일 KBS 특종 보도 후 며칠 지났음에도 현 정부는 청장 파면은커녕 청문회 후보자 철회조차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것은 현 정부가 조현오 발언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졌는지 방증한다"고 밝혔다.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 역시 "조현오 후보자 문제는 국가공무원과 관료로서 있을 수 없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패륜 행위"라면서 "법률 이전에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국민 앞에 사죄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출신 정치인 모임인 '청정회' 대표인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개인 자질도 문제지만 공안 통치라는 현 정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면서 "맹목적으로 충성해야 승진·발탁된다는 걸 알아 사정기관에서 충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현 정부를 직접 겨냥했다.

 

전해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조 후보자 발언은 형법상 사자와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하고 국가공무원법에 의해서도 처벌 가능하다"면서도 "조현오 개인의 법률적 책임 문제에 앞서 정부의 책임을 먼저 물어야 하지만 실무적으로 준비되는 대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해찬 "5개월 동안 은폐된 사실이 더 중요"... 조직적 은폐 의혹 제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인 백원우 민주당 의원은 "조 후보자 지명과 동시에 이런 내용이 확산돼 우리도 CD 확보를 위해 노력했었다"면서 "강희락 전 경찰청장 사퇴 후 청와대에서도 당연히 이런 내용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으며, 때문에 정부 책임도 크다"고 밝혔다.

 

이해찬 총리는 한 발 더 나아가 "3월 31일 망언이 지난 5개월 동안 은폐되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면서 "(강연 동영상이 담긴 CD가) 한두 개도 아니고 모든 경찰서에 배포됐음에도 지금까지 은폐해 왔다"며 현 정부의 조직적 은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울러 "모 방송국에서 자료를 입수하고도 보도할까 말까 감추고 있었다"면서 이번 발언을 특종 보도한 KBS에도 화살을 돌렸다. 

 

이에 기자회견장에 있던 KBS 기자가 "우리(KBS)가 조직적 은폐를 했다는 것이 확인된 사실이냐"라고 묻자 이 전 총리는 "확인했다"고만 짧게 대답했다. 해당 기자가 "우리도 확인 과정을 거쳐 보도했다"면서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인사청문회 강행 시 임채진·이인규 증인 채택해야"

 

앞서 이날 오전 11시 박지원 민주당 비대위원장이 주관한 기자간담회에서, 조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를 시행하는 행안위 간사인 백원우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 계좌 관련) 조현오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즉각 인준 절차를 중지하고 지명을 철회하라"면서 "청문 절차를 계속 진행한다면 최종임명권자인 이 대통령이 조현오 발언에 동의한다고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박지원 원내대표는 "17일 원내대책회의를 의원총회로 전환해 (조현오 문제를) 활발하게 논의하겠다"면서 "백 의원 얘기는 인사 청문회를 안 한다는 게 아니라 조현오 청문회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무현재단 회견에서도 백 의원은 "조현오 후보자가 청문회에 설 자격이나 가치도 없고 23일 청문회 전에 당연히 내정 철회되거나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현 정부와 한나라당이 청문회를 강행한다면 오는 17일 청문회 증인 채택과 자료 제출을 논의하는 국회 상임위원회 자리에서 조현오 망언 진실 규명을 위해 임채진 당시 검찰총장과 이인규 중수부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등에서 조현오 차명계좌 발언의 진실 규명을 위해서라도 인사 청문회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한 민주당쪽 반격인 셈이다.

 

앞서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조현오 내정자는 발언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실제 차명계좌가 존재했는지 청문회에서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그:#조현오, #경찰청장, #인사 청문회, #노무현, #참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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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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