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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을 전공하는 여학생들과 뒤 록밴드 남성그룹..제법 잘 어울린다
 국악을 전공하는 여학생들과 뒤 록밴드 남성그룹..제법 잘 어울린다
ⓒ 진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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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과 서양의 음악이 만났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하나였을 존재들이 비로소 한 자리에 모였을 뿐이다.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그룹 '유화'는 국악을 하는 이들과 록밴드를 하는 이들이 함께 만든 퓨전그룹이다.

이들을 이끄는 조련사는 박서정(36, 현방문레슨 대표)씨다. 피아노를 전공한 그녀가 국악과 록밴드를 뭉쳐서 '유화'로 만든 이유는 우리문화의 대중화가 시급하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총 11명의 단원들 대부분은 함께 일하던 음악 강사들로 구성돼 공연 일정에 따라 함께 연습을 하고 있다. 그녀에게 퓨전을 고집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룹 '유화' 대표인 박서정씨.
 그룹 '유화' 대표인 박서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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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퓨전음악인가. 
"밴드와 국악은 그 마니아층의 구별이 확실하다. 그래서 이들의 융합은 어쩌면 위험한 시도였는지 모른다. 그러나 음악의 뿌리는 하나며 '하모니'야말로 이 음악을 지탱하는 버팀목이자 서로 다른 장르를 묶어주는 연결고리라고 생각했다. 국악과 서양악기가 어우러지는 하모니와 판소리와 록보컬의 어울림은 새로운 도전이자 현대 음악의 신선한 변화라고 믿는다."

- 부산에서 활동하는 이유는.
"부산의 문화적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물론 서울에 집중 돼 있는 문화적 인프라를 하루아침에 부산으로 옮겨올 수는 없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소외된 문화적 수요자들을 위해 음악인으로서 절박한 필요를 느꼈다. '유화'는 그래서 탄생했다고 봐도 좋다. 음악적 도전과 아울러 지역적인 편견에 도전하는 그룹으로 만들 계획이다."

- 서울에도 많은 퓨전그룹들이 있을텐데.
"많은 음악가들은 서울을 활동무대로 꿈을 실현시키고자 한다. 그리고 퓨전음악을 하는 사람들도 약 20개 단체가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은 국악이나 양악 중 어느 한 파트가 주류가 되고 다른 파트는 삽입곡이나 중간밴드로 참여한다. 그러나 우리 '유화'는 처음부터 연주 자체를 함께 할 뿐 아니라 이를 위한 작사와 작곡, 편곡을 새롭게 하고 있다."

-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했나.
"우선 지난 부산 APEC에 초청공연을 했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아울러 올 여름 광안리의 차없는 거리 공연에서도 활동을 했고, 이 밖에도 다양한 공연에 초대되거나 자체적인 공연을 가진다. 아직은 많은 관심을 받지는 못하지만 그만큼 기본적인 실력을 다져나가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이면 멤버들이 함께 모여 연습을 한다."

- 정부에서 문화 공연단체에 지원을 하는 것으로 아는데.
"정부 지원에 의존할 생각도 없지만 지원 자체도 아주 미미하고, 특히 문화재단에서는 순수음악에만 지원을 하는 실정이기 때문에 '퓨전'그룹에 대해서는 지원이 거의 없다. 이런 현실도 극복해야 하겠지만 부산의 공연문화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지원 뿐 아니라 다양한 기업들의 협찬도 뒤따라야 한다. 일각에서는 예술의 상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예술의 대중성이야말로 부산 예술 발전의 초석이 될 것으로 본다."

- 퓨전그룹 '유화'의 미래는?
"멤버들의 꿈은 한결같다. 돈에 얽매이지 않고 음악을 하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거의 무보수에 가까운 활동을 잘 버텨주고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지만, 이들에게도 적정한 보수가 지급되면 순수한 음악활동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때까지는 고생이 되더라도 시민들에게 양질의 음악을 제공하기 위해 멤버들 모두가 힘을 아끼지 않는다."

록밴드 사운드와 국악기의 오묘한 조화가 울리는 연습실
 록밴드 사운드와 국악기의 오묘한 조화가 울리는 연습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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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그 다채로운 소리에 담긴 영혼

박 대표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멤버들이 연습하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연습실을 찾았다. 서면의 작은 카톨릭 문화공간 '떨기나무' 방음실에서 흘러나오는 국악과 전자음향들의 조화는 조금은 이색적이었다. 20대로 보이는 젊은이들은 통풍이 잘 되지 않는 협소한 공간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음색을 맞춰가며 하나의 악보를 응시하고 있었다.

비록 음색과 음정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들이 씨름했던 악기들은 서로 다르고, 전통과 이탈, 자유와 규율이라는 오랜 역사를 지녀 온 악기들이었지만 '유화'에서는 비로소 하나가 돼 가고 있었다.

이들의 꿈은 똑같다. 음악으로 먹고 사는 것이 아니다.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서서 음악으로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전자기타와 키보드, 거문고와 아쟁의 어우러짐 속에는 이미 새로운 '유화' 문화가 만들어져 가고 있었다.

오는 28일 밤 9시에 부산 광안리에서 이들의 공연이 펼쳐진다. 동서양의 음색이 빚어내는 색다른 음악의 세계가 가을을 기다리는 여름밤바다에 또 하나의 추억의 발자취를 남기는 밤이 될 것이다.


태그:#유화, #퓨전음악, #박서정, #국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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