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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사업에 사활을 건 유력 언론사들의 전방위 압박과 연내 사업자 선정이라는 정부의 '일방통행 시나리오' 앞에 걸림돌은 없었다. 방송법 효력 상실을 우려해 사업자 공모 일정을 헌재 결정 뒤로 미루자는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의 주장도, 일간신문 시청점유율 산정이 먼저라는 야당 국회의원의 '속도위반' 논란도 전혀 완충장치가 되지 못했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아래 방통위)는 17일 종합편성채널(아래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 사업자 승인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2일~3일 두 차례 공청회를 거쳐 9월 중 기본계획을 확정하기로 하는 등 종편 사업자 선정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방통위, 언론사 첨예한 이해 갈등에 '복수안'으로 회피

 

휴가철인데 이날 광화문 방통위 기자실은 아침부터 밀려든 취재진들도 붐볐다. 이번 발표가 현재 종편 사업을 준비 중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는 물론, 보도전문채널을 준비하는 국민일보, CBS, 연합뉴스, 헤럴드미디어 등 신문방송 업계의 큰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탓일까. 이날 방통위에서 발표한 기본계획안은 지금까지 단일안 위주였던 기존 방송사업 허가 승인 방식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가장 민감한 사업자 선정 방식은 사업자 숫자를 미리 정하지 않고 일정한 심사기준을 충족하는 사업자를 모두 선정하는 절대평가 방식과 사업자 숫자를 미리 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고득점 순으로 정하는 비교평가 방식이 모두 제시됐다. 

 

비교평가로 할 경우에도 종편 사업자를 2개 이하 선정하는 방안과 3개 이상 다수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안, 2가지를 구분했다. 보도채널 역시 이미 YTN, MBN 등 2개 사업자 있음을 감안해 1개 사업자만 선정하는 방안과 2개 이상 다수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준상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사업자 선정방식, 사업자 수 등 주요 쟁점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시각에서 복수안을 제시하여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업자 선정 과정이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우력 언론사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에서 방통위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종편 사업자 숫자에 지상파 감안해야" vs. "법적 개념으로 따져"

 

고민 끝에 내놓은 복수안이지만 상임위원들의 비판을 피해가진 못했다. 양문석 상임위원은 "일반 시청자들은 유료 방송과 무료 방송을 구분 않고 시청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보도 채널은 이미 2개 있어 1개 사업자 선정 방안을 낸 것처럼 종편도 사실상 KBS, MBC, SBS 등 3개 '종편' 사업자 있는 상황을 감안해 1개 사업자 선정안과 2개 이상 선정 방안을 내놓는 게 앞뒤가 맞는 게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김준상 국장은 "(지상파 3사가) 실질적인 영향력에서는 종편이지만 선정 자체는 법적인 개념으로 플랫폼(주파수)을 가지지 않은 사업자 기준으로 정했다"면서 "그동안 토론회에서 소수로 할 경우 2개 이하, 다수로 할 경우 3개 이상이란 의견이 많아 편의상 논의의 범주를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거꾸로 최소 납입자본금 규모를 종편의 경우 3000억 원, 보도채널은 400억 원 단일안으로 제시한 것에 대해서는 '1개년도 영업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규모'로 정한 것에 이의가 제기됐다.

 

양문석 위원은 OBS와 SBS 전례를 들어 "신규 방송사업자가 첫 해 흑자나기 힘든 구조에서 최소 3~5년 기본적인 운영자금이 필요하다"면서 "최소 3개년도 영업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규모로 2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사업자 공모 일정 연기 놓고 여야 추천 상임위원간 설전

 

사업자 공모 일정을 놓고는 여야 상임위원들간에 뜨거운 설전이 벌어졌다. 지난 12일 종편 기본계획안을 놓고 비공개로 진행된 상임위원 워크숍(티타임) 당시 격앙된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김준상 국장조차 이날 보고 말미에 "지난 워크숍에서 심도있게, 격한 감정에 치달을 정도까지 토론해 제시된 의견들을 반영해서 기본기획안을 마련했다"고 강조할 정도였다.

 

방통위는 기본계획을 9월 중순까지 확정하고, 10월 중 세부심사기준 의결을 거쳐 10월~11월 중 사업자 신청 공고를 할 예정이다. 이후 11월~12월 중 심사계획을 확정하고 심사위원회를 운영해 늦어도 올해 안에 사업자 선정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경자 부위원장과 양문석 위원 등 야당 추천 위원들은 여전히 사업자 공모 일정을 10월 중순쯤 예상되는 국회 방송법 처리 과정 부작위 소송에 대한 헌재 결정 이후로 미루자고 주장했다. 양문석 위원은 "기본계획 의결과 세부심사기준 10월 중 하는 것까지는 신중하게 하더라도 사업자 신청 공고는 헌재 결정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있는 만큼 헌재 결정 이후에 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이경자 부위원장 역시 "헌재가 방송법은 유효하지만 통과 과정 절차상 문제를 인정했는데 만약 헌재에서 국회에 적절한 행위를 취하라고 결정하면 방송법에 근거한 종편 사업자 선정 작업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면서 "구체적 사업자 선정에 들어간 이후 법제도가 바뀐다면 그로 인해 구체적으로 이익과 불이익이 발생하는 만큼 방송법 마지막 매듭이 다 풀어진 이후에 사업자 선정에 들어가는 것이 맞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청점유율 산정 기준 먼저" vs. "사업자 선정 일정과 동시 진행"

 

아울러 전날 국회 문방위 소속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 문제 제기와 관련 이 부위원장은 "시청점유율 판단 기준이 준비 안 된 상태에서 종편 선정 작업에 착수하는 것은 '방송법 위반'이라는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면서 "고시나 시청점유율 산정 기준까지도 충분히 완성된 상태에서 다음 단계로 나가는 세심함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용경 의원은 16일 "신문사업자의 경우 현행 구독률을 시청점유율로 환산하여 이 환산치가 30%를 넘을 경우 신규 허가 승인이 불가능하다"면서 "시청점유율 환산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종편 사업자 선정을 하는 것은 명백한 방송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에 여당 추천위원인 형태근 위원은 "헌재에서 이미 지난해 미디어관련법 효력을 인정했고 확실한 법적 기반하에 시행령을 만들었다"면서 "시청점유율 고시 문제 역시 다른 종편 사업자 선정 일정과 동시 진행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송도균 위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연말까지 하겠다고 한 이상 난관이 있더라도 사업자들이 종편을 성공적으로 시작하기 위해선 우리가 무리하더라도 시간을 더 단축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시중 위원장 역시 "헌재에 제기된 부작위 소송 문제는 우리 준비 과정에서 매듭지어지리라 생각되고 이용경 의원이 문제 제기한 부분도 이미 (미디어다양성위원회에서) 진행하고 있어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면서 종편 사업자 선정 일정 연기 주장을 일축했다.

 

결국 이날 오전 오후 3시간에 걸쳐 진행된 방통위 전체회의는 일단 공론의 장에서 여론을 들어보자는 데 의견을 모으고 기본계획안을 받아들였다.

 

종편 선정 일정 첫 단추... "헌재 결정-반대 여론, 걸림돌 안돼"

 

방통위는 기본계획안에 관해 오는 9월 2일 준비사업자 대상, 3일 학계와 시민단체 등 대상으로 각각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시청점유율 산정 기준' 관련해서도 오는 19일 미디어다양성위원회(위원장 오택섭) 주최로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헌재 결정 뒤로 종편 일정을 미뤄야 한다는 여론 압박에 대해 김준상 방송정책국장은 "향후 종편 절차가 여론 때문에 무시되지 못할 것"이라면서 "유효한 법에 따라 정해진 일정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늘 결정이 좋은 추억으로 남도록 다 같이 노력합시다."

 

이날 오전 회의 도중 "오늘 일이 훗날 좋은 추억이 될 것"이란 운세가 나왔다는 이경자 부위원장 말에 최시중 위원장은 이렇게 화답했다. 결국 이날 종편 사업자 선정을 위한 첫 단추는 우여곡절 끝에 꿰어졌다.

 

하지만 앞으로 이해 당사자인 언론사들과 시민단체와 학계의 부정적 여론 사이에 낀 지금 방통위 상황을 감안하면, 이날 결정이 '좋은 추억'이 될지 '나쁜 추억'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태그:#종합편성채널, #방통위, #종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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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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