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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로 나눠준 2개의 오이를 쫄래쫄래 들고 찾아간 김영갑갤러리
▲ 오이, 누가 좀 더먹을래? 조별로 나눠준 2개의 오이를 쫄래쫄래 들고 찾아간 김영갑갤러리
ⓒ 김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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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아니 이모, 얼마나 더 가야 갤러리가 나오나요?"
"글쎄, 우리도 초행길이라 잘 모르겠는데..."

"그런 게 어딨어요?"
"아휴~~~"
"<1박 2일>에 나왔을 땐 아름답기만 하던데."
"내가 다시는 올레길, 걷나 봐라!"

제주올레 3코스, 통오름과 독자봉을 지나 김영갑 갤러리로 향하는 길이다. 장장 22km, 올레 중에서 난이도 '상'에 속하는 코스다. 아직 1/3도 못 왔건만, 오전 6시에 출발한 우리의 시계는 9시를 훌쩍 넘어섰다. 6~7시간 길이라던데, 우린 아마도 9~10시간은 족히 걸어야 할 모양이다.

제주로 떠난 3박4일, 12명의 아이들은 덤?

첫날 부푼 가슴을 안고 출발한 올레 3코스 시작점인 온평리
▲ 새벽 6시, 드디어 출발이다 첫날 부푼 가슴을 안고 출발한 올레 3코스 시작점인 온평리
ⓒ 김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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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소개 중인 중1 소녀들
▲ 선녀와 나뭇꾼 짝소개 중인 중1 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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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3일부터 16일까지 3박 4일 동안 초등 5학년부터 고2까지 12명의 청소년들과 함께 올레 3코스와 7, 8코스 일부를 걷는 여행을 했다. 겨울에 가는 25일짜리 라오스 여행을 준비하기 위한 3박 4일 제주도 여행. 서로를 아는 것이 안전한 여행의 첫걸음이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여행 사전모임을 '여행'으로 기획한 것이다.

우리를 포함해 모두 14명, 성산 온평리에 있는 생태 해오름학교 '퐁낭'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른 새벽 부푼 가슴을 안고 길을 나섰다.

룰루랄라, 비릿한 바닷바람에 맘은 한껏 설레고 검은 돌담은 멀리 떠나온 여행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두 시간쯤 지나 난산리에 있는 '고정화 할망집'에서 정성껏 마련한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거미줄에 걸린 제비도 살려주고, 통오름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제주의 너른 들판과 돌담 속에 시인도 되어 본다.

왼편에선 파도가 출렁이고 오른쪽에선 소들이 풀을 뜯으며 이동 중이다
▲ 바다목장 왼편에선 파도가 출렁이고 오른쪽에선 소들이 풀을 뜯으며 이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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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고개를 숙여버린 뙤약볕에서 반짝 웃음을 안겨준다
▲ 돌 틈에 피어난 꽃 모두 고개를 숙여버린 뙤약볕에서 반짝 웃음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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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서 암벽도 타고 밀림도 걸었다니

어제만 해도 제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나 쭈뼛쭈뼛 서로 눈빛도 마주치지 않던 아이들이 함께 길을 걷고 땀을 흘리며 어느새 다정한 친구가 되었다. 내심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역시 나잇살만 '먹은' 어른의 기우일 뿐이다. 아이들이 어른보다 나은 게 참 많다.

친구도 빨리 사귀고, 포기해야 할 때 얼른하고, 방금 짜증내다가도 금방 환하게 웃는다. 게다가 좋고 싫음의 표현이 어찌나 적나라하고 직설적이며 다양한지, 무자식(?)인 우리 부부에게 '아이들이 원래 이래요', 한 수 가르쳐준다.

막내둥이 초딩 5학년 현서는 운동화를 안 가져와 샌들을 신고도 '가파른' 오름을 오르고 그 험난한(?) '암벽타기'도 무사히 끝마쳤다. 세상에~! 잠시 숲길을 걸었을 뿐인데 아마존 밀림을 온 것 같다느니, 해안을 따라 솟아있는 바위에 오르면서 암벽타기를 한다느니, 완만한 산등성이를 오르면서 엄청 가파르다고 엄살을 부린다. 나름 힘들었다는 표현을 '세게'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올레길 4시간만에 도착한 김영갑갤러리에서 달콤한 잠에 빠진 아이들
▲ 시원한 에어컨 바람아래 올레길 4시간만에 도착한 김영갑갤러리에서 달콤한 잠에 빠진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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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달콤한 휴식, 힘이 불끈 솟는다
▲ 다시 힘찬 발걸음을 내딛다 잠깐의 달콤한 휴식, 힘이 불끈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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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친구는 부모님께 쓰는 엽서에서는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라는 광고 문구에 정말 너무나도 공감하고 있어, 라는 말로 사서 하는 고생을 실감하기도 한다.

왜 사서 고생을 할까?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 정상에 오르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쾌감이 있기 때문이다. 고진감래(苦盡甘來), 자신이 들인 노력만큼 뿌듯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배낭여행을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힘든 여행일수록 기억에 더 남는다는 사실을 몸과 맘으로 톡톡히 체험했기에...

덧붙이는 글 | 967일간의 배낭여행을 하고 [길은 사람사이로 흐른다](예담) 책을 펴냈으며, 그 책 날개글에도 썼듯이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계획했던 일 중 하나, 청소년 여행학교를 드디어 실행에 옮길 예정이다. 초등학생이던 조카와 두 차례, 총 세달 간 여행을 하면서 서로에게 여행이 훌륭한 '학교'가 될 수 있음을 느꼈기에 시도해 보고 싶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4년 만에 라오스로 한 달 답사여행을 다녀왔고, 올 겨울 제주 올레를 함께 걸은 12명의 청소년들과 라오스로 여행을 떠난다.



태그:#제주도, #올레길, #여행학교, #배낭여행, #3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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