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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책 PDF판 소셜웹이다.
 공개책 PDF판 소셜웹이다.
ⓒ 유신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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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강국이란 말을 기억하는가. IMF 직후 우리가 품었던 도전 정신의 표상이었다. 이명박 정부 IT정책은 논외로 하자. 애플 아이폰이 최소한 정부정책의 산물은 아니었으니. 갤럭시가 등장해 발버둥을 쳐본다 한들 이미 우리는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주도권과 희망을 상실한 지 오래다. 이 책은 잃어버린 희망에 관한 이야기다.

S#1 만남

책을 만나게 된 동기부터 풀어 놓아야겠다. 문제는 휴대폰이었다. 휴대폰이 고장나서 가게에 들러보니 스마트 폰이라는 게 눈이 간다. 요모조모 기능을 살펴보다가 덥썩 가져왔다. 구입하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거라는 지인의 조언도 한몫했다.

휴대폰에 없는 게 없다. MP3와 비디오 플레이어는 기본이고 카메라와 동영상 기능도 쓸 만하다. 네비게이션과 DMB기능까지 된다. 게다가 어디서든 음성으로 검색되는 강력한 무선인터넷까지. 이런 것들이 하나로 통합됐다. 밤에 산책을 나갈 때 MP3를 따로 들고 다녔는데 이젠 어딜가든 전화기 하나만 챙기면 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용자의 편의에 따른 수많은 응용프로그램(어플)들이 나와 있거나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그중 백미는 소통도구다. 최초에 말을 주고 받는데서 시작한 언어 소통도구 전화기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 진화의 한 끝에 트위터라는 어플이 있다.

S#2 트위터

호기심에 트위터 계정을 등록하고 새로운 세상을 힐끗거리던 중이었다. 소셜 웹에 관한 책을 배포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스마트폰에 빠져 이쪽 세계가 궁금하던 차에 그의 책을 만났다. 처음에는 책을 다운받는 방법조차 몰라 헤매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일단 들이대라는 조언이 여기서도 유용했다.

책은 일반적으로 서점에서 팔리는 상품이다. 당연히 저자에게 수고의 대가를 지불하고 읽어야 하는 물건이다.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을 뜻하는 단어 베스트'셀러'도 그렇게 탄생했을 테니까. 세상은 변하는 모양이다. 240페이지의 책이 공짜라니. 놀라웠다. 그러나 놀람이 현실이 되기엔 아직 역부족이었다. 스마트폰에 다운받았으나 4.0인치 화면에서 다 읽지 못하고 노트북으로 옮겨 그의 책을 읽었다.

S#3 희망의 씨앗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인문사회 과학도였던 저자가 어떻게 인문과학적 배경에서 생각하기 어려운 IT와 열애에 빠지게 됐는지, 대한민국 IT의 황야에 소셜 웹의 희망을 전하는 IT전도사로 180도 방향전환을 하게 됐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때는 2006년. 평범한 인문사회과학도였던 그는 중화권의 미래를 보고 홍콩의 한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떠난다. 익숙하지 않는 거리의 풍광에 젖어 배회하는 것도 지겨워졌을 무렵, 그는 생활비로 쓸 돈까지 쇼핑으로 날리고 기숙사에 칩거하는 운명을 맞는다.

칩거 중에 만난 책이 토머스 프리드먼의 '세계는 평평하다'였다. 심심풀이로 인터넷에서 프리드먼 동영상을 찾던 중 MIT에서 오픈한 프리드먼의 저자 직강 동영상을 만나게 된다. 마침 동영상을 제공한 곳이 MIT 오픈 코스 웨어(Open Course Ware)였다.

그는 이곳에서 프리드먼의 동영상뿐만 아니라 대학의 모든 강의가 웹 생태계를 통해 사회 전체에 공개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날부터 그는 웹을 누비며 MIT의 공개강의를 듣는데 푹 빠져 그야말로 홍콩의 잠 못 이루는 밤을 만끽하게 된다.

수많은 공개강의를 섭렵하며 엄청난 지적 충격을 경험하고 그의 삶에 변화가 생겼다. 일상이 시들했던 교환학생이 강의시간이 즐거워지고 배우는 즐거움을 통해 능동적이고 창조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 그는 MIT의 공개강의에서 값없이 받은 것을 갚고 싶었고 그 감동과 흥분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그는 나누는 IT라는 희망의 씨앗을 품고 귀국하게 된다.

S#4 소셜 웹이다

그는 귀국해서 인터넷 신문 블로터 닷넷(WWW.bloter.net)에 비전디자이너라는 필명으로 글을 올리며 개방과 참여, 공유와 협력이라는 방법을 통해 '평범한 사람도 탁월하게 공헌할 수 있는 세상'을 시도하고 있다. 그 첫 번째 결실이 이 책 '소셜웹이다'의 무료 공개다. 검색해보니 실제 오프라인에서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제작되어 유통, 판매되고 있다.

책은 세 단원으로 나눠져 있다. PART1 / 소셜 웹이 오고 있다에서는 위기의 한국IT를 진단하고 소셜웹에서 비전을 제시했다. PART2 / 소셜 웹은 이것이 다르다에서는 네트워크를 이끄는 새로운 리더십을 살펴본다. PART3 / 소셜 웹이 바꾸는 세상은 금융개혁, 빈곤문제, 학습 혁명 등 소셜 웹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그는 책에서 자주 리눅스와 위키토피아의 공개를 통한 나눔의 사례를 인용하며 소셜 웹의 가능성을 설파한다. 그는 일관되게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속가능한 '나눔질'을 지향한다. 홍콩의 잠못드는 밤, MIT 오픈 코스 웨어를 통해 받은 감격을 함께 나누려는 것이다. 희망의 씨앗을 함께 심고 가꾸어 보려는 것이다.

기업가 정신없는 경제발전,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화 그리고 인터넷에 대한 사명과 애정이 없이는 인터넷도 웹도 미래가 없다며 IT의 진정한 위기는 거기에 있다고 그는 조언한다. 인터넷은 우리에게 너무나 예기치 않은 선물이라며.

그는 며칠 전부터 소셜 웹이다를 미디어 위키같은 형태의 문서로 다시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책의 콘텐츠 공유에 그치지 않고 편집과 수정 개선 권한까지 웹 피플과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리눅스와 위키피디아가 이룬 위대한 업적을 이 책의 완전공개를 통해 실현하겠다는 의지다. 지난 시절 카피 레프트의 숭고한 정신 아닌가.

단테는 신곡 지옥 편에 이렇게 썼다. 여기에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릴지니. 지옥문에 써 있는 글이다. 지옥은 죽어서 가는 데가 아니라 어디든 희망이 없으면 거기가 바로 지옥이라는 의미다. 지옥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희망을 갖는 일뿐이다. 그가 전하는 나눔의 메시지가 IT버블 이후 수렁에 빠진 이 땅에 새로운 희망의 종소리로 널리 울려 퍼지기를 기대한다(그의 공개 책을 PDF파일로 기사에 덧붙인다).
첨부파일
CAGBZRAG.pdf


소셜 웹이다 - 리눅스의 전설과 위키피디아의 신화를 넘어서

김재연 지음, 윤종수 감수, 네시간(2010)


태그:#소셜웹이다, #김재연,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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