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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근이 거리로 간 까닭은

 

30일 강남역 오후 6시 퇴근길 사람들의 발걸음은 분주하다.  곁눈으로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걸음을 재촉하는 싸늘한 이들 앞에 배우 문성근이 '대국민 제안서'를 가지고 선다. 준비된 제안서는 무려 6천부, 배우 문성근을 알아본 이들은 두말없이 제안서를 받아들고 반갑게 악수를 청하기도 하지만 그이를 잘 모르는 대부분 젊은이들은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배우 문성근, 그가  왜 거리에서 서서 제안서를 나누어 주는 것일까?  많은 이들 기억 속에 <그것이 알고 싶다>와 배우 문성근은 샴쌍둥이처럼  강렬하게 각인돼 있을 것이다. 문성근을 빼놓고 <그것이 알고 싶다>를 떠올린다거나 <그것이 알고 싶다>를 기억하는 이치고 문성근을 떠올리지 않을 사람은 드물 것이기 때문이다.

 

그이가 처음 거리로 나서 시민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 것이 8월 27일이고  30일로 어느덧 나흘째가 된다.

 

문성근이 비를 쫄딱 맞으며, 또 땀이 시시각각 온 몸을 적시는 더위를 참아가며 단일 야당이라는 민심을 들고 거리로 나서 시민들에게 말을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혼신의 힘을 다해 일구어 냈던 시민들의 희망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잃고 삶의 흥을 빼앗긴 그 자신만큼이나 역주행을 거듭하는 정부를 바라보며 시민들이 느낀 공포감과 위기의식이 깊고 크다는 사실을 감지했기 때문이 아닐까.

 

시시각각 숨통을 조여 오는 절망의 늪을 헤쳐 나와 함께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그가 구상한 것은 '유쾌한 준법 민란'이다. 문화예술인다운 시적이고 비현실적인 발상 같지만  의외로 그 이면에 담긴 의지는 맵짜다.  그의 목소리는 나직하지만 단호했다.

 

"이런 방법 말고 다른 대안이 있습니까?시민의 잠재된 힘을 믿습니다. 물방울이 모여 강을 이루고 강과 강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루듯 민주의 꽃 한 송이를 피우려는 백만 시민이 모여  함께 꿈을 꾸면 그 꿈은 현실이 될 것입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 완결 시기를 1년으로 잡고 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지치고 않고 차근차근 발걸음을 떼겠다는 계획이다. 그렇다면 시민들의 힘으로 다시 한번 희망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그의 제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5만이 모이면 '촛불'을 들고, 10만 모이면 '벽' 이라도 두드리겠다

 

문성근이 '유쾌한 백만 민란 프로젝트'라는 다소 이상으로 보이는 기치를 들고 과감히 첫걸음을 뗄 수 있었던 것은 변화를 지향하는 시민들 가슴 속에 숨겨진 무한한 잠재 가능성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홈페이지 이름이 "국민의 명령', 영문 도메인이(www. powertothepeople)이라는 데서도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을 바탕으로 시민의 꿈을 실현시키겠다는 그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대선 연도인 2012명이 그와  발걸음을 함께 하겠다고 약속하면 국민의 명령으로 알고 거리로 나가겠다는 약속을 한 그이는 2012명이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그가 처음 거리로 나서는 데는 적어도 일주일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홈페이지를 열고 회원 가입이 시작된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2012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미 시민들은 누군가가 도화선만 돼 준다면 활활 타오를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는 기꺼이 궂은비를 마다하지 않고 거리에 나서 흔쾌하게 시민들에게 제안서를 나누어 주었다.

 

두 번째 목표, 1만 명이 채워지면 '단일정당 추진 발대식'을 할 예정이다. 1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어 머잖아 '단일정당 추진 발대식'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후에는 목소리를 함께하는 시민이 5만 명이 되면 결연한 의지와 마음으로 시민들의 야권통합 바람을 전하기 위해 촛불을 들겠다는 것이 그의 약속이다.

 

촛불에 담긴 국민의 간절한 의지와 명령을 보고도 야권이 단일정당으로 통합하지 않는다면 10만 시민의 목소리를 빌려 벽이라도 두드려 꼭 통합의 꿈을 이룰 작정이다. 10만이 벽을 두드려도 귀를 막고 외면한다면 20만,  50만,  백만 시민 민주의 꽃이 피어나는 그날까지 그이는 외칠 것이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니

 

"대한민국의 정치가들이여, 국민의 목소리를 제발 좀 들어라. 그리고 깨어나라."

 

문성근의 목소리에는 세상을 시민의 힘으로 바꾸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배어난다. 백만 송이 장미를 꽃 피우듯 백만 시민의 마음을 모아 민주의 꽃을 피워내겠다는 그이의 단호함에서 그의 희망이 실현되리라는 느낌이 전해졌다. 인터뷰를 위해 강남역에 나와 처음부터 끝까지 그이의 행보와 시민들의 모습을 지켜본 <시사 in>  기자 역시 같은 예감을 전하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희망은 꿈꾸는 자의 것이라고 했던가. 문화예술인이 자신의 신념에 따른 발언을 소신껏 하면서 창작욕과 예술혼을 마음껏 불태울 수 있는 사회, 조상 대대로 땅 갈아 농사지으며 소중하게 일궈온 삶터를 잔디공원과 레저 시설 때문에 일순간에 강제로 빼앗기지 않아도 되는 사회, 대학을 가지 않아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 가진 것이 없어도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 속에서 인간다움을 잃지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 그런 세상을 꿈꾸며 거리로 나선 그이의 발걸음의 끝이 어디를 향하든 비록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

덧붙이는 글 | 라디오 21에 송고했습니다.


태그:#유쾌한 민란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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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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