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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1일 화요일, 늦깎이로 한글을 배우는 어머니들의 기초한글학교인 '마들여성학교'가 33기 수료식을 가졌다.


이번 수료식에는 축사나 상을 주고받는 것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어머니들이 그동안 배우고 익힌 것을 발표하는 축제의 시간으로 만들어 보자고 했다. 학교에서 주관하는 대로 움직이던 수동적인 수료식이 아니라 어머니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보태져 정말 잔치집다운 흥겨운 마당을 만들어 보자는 의미에서였다.


진달래 반의 '반달', '갑돌이와 갑순이'를 시작으로 수료식 축제가 시작되었다. 이런 발표는 갑자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수업이 끝나면 별도로 모여 열심히 연습들을 하셨다. 서로 의견을 나누고 마음을 모으며 준비하는 시간들로 학교가 들썩들썩 했었다.


"70이 넘은 지금에 와서 공부를 하려니 눈이 침침해서 보이지 않고, 기억력이 떨어져서 머리에 들어가지 않고, 억지로 되지 않으니, 공부하는 시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글을 알게 되고, 책을 읽게 되는 것이 신기하고, 꿈이 이루어 진 것 같습니다."

 

부농 집안이었지만 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학교를 다니지 못하셨다는 어머니, 옆도 돌아보지 않고 살아온 세월이 꿈만 같다는 어머니는 감정표현을 이만큼이나마 글로 나타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목이 메여 하신다. 


한글 완성반 어머니가 글을 낭독하실 때는 모두가 눈시울이 붉어져서 고개 숙여 살며시 눈가를 문지르기도 했다. 영어 돋음반 어머니의 재치 넘치는 글에서는 함께 폭소가 터진다.


"어머니들만 발표를 하란 법 있나요? 우리 교사들도 함께해요" 해서 어머니들과 교사들의 연합 합창단을 만들었다. 어머니들은 기본멜로디를, 교사들은 화음을 넣기로 했다. 모두 외우라고 해서 어머니들은 서로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른 반면, 교사들이 외우지 못해 한 손에 악보를 들고 부르기도 했다.

 

마들여성학교의 어머니들은 학과목인 한글이나 수학, 영어, 한문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서예, 하모니카, 연극, 합창 등 동아리 활동도 하신다.  처음에는 "한글만 배우면 된다"고 하시다가 막상 시작하면 매우 열심이다.

 

 

서예동아리는 전시회로 수료식 발표를 대신했다.

"사실 손이 떨려서 잘 쓰지도 못해, 처음에는 꼭 못 넘을 산 같더니만 계속 연습하니 한 숨 돌리겠더라구" 한 어머니는 서예를 처음 배울때를 회상한다.

 

하모니카 동아리의 연주에는 모두들 탄성이 터졌다. 처음 하모니카 반을 결성한다고 했을 때 할 수 있을까 했던 분들이 앙코르곡가지 마련했다. "보통 연주가 끝나며 앙코르를 외치셔야 하는데, 그렇게 가만히 계시면 어떻해요. 그래서 스스로 앙코르곡을 연주하겠습니다"라는 강사의 말에 장내에 웃음이 가득했다.

 

수료식의 대미 연극공연이 시작되었다. 중등반 어머니들의 '흥부놀부전'이다. 놀부는 종이로 만든 갓을 쓰고, 흥부는 헝겊으로 머리끈을 두르고, 각자의 가슴에 맡은 배역을 써서 붙였다.

 

'옛날 옛날 한 옛날에 흥부 놀부 살았다네' 도입부와 중간 중간에 타령을 넣어 모두가 함께 부르게도 했고, 놀부가 박을 타는 곳에서는 "자 첫째 박이오!"하며 어머니들께 소리를 지르라고 유도했다.

 

어머니들은 대본을 다 외울 수가 없어 들고 하신다. 배역들이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순서를 잊고 헷갈릴 때도 있었지만, 그것이 즐거운 웃음이 될 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다. 대본을 읽을 수 있다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어머니들은 벅차했다.


그렇게 수료식을 끝내고 각 반끼리 삼삼오오 모여 조촐한 다과회를 가졌다. 그동안 함께한 교사에게 고마움의 인사도 나누고, 새로 시작할 학기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나누었다. 모두에게 즐겁고 귀한 시간이었다. 마침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설렘으로 마무리 되었다.

 

"이번 학기에도 우리 선상님을 만났으면 좋컸구만!" 자원 교사들에게는 가장 힘이 되는 소리다.

덧붙이는 글 | 마들여성학교는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해 있으며, 성인을 위한 기초한글학교로 일 년에 두 번 학기별로 수료식을 갖습니다.


태그:#마들여성학교, #마들여성학교수료식, #기초한글학교, #성인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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