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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의 교사 체벌로 문제가 되고 있는 H고 홈페이지. 확인 결과 이사장, 교장, 교감, 교사, 기획실장이 모두 한 가족이다.
 교장의 교사 체벌로 문제가 되고 있는 H고 홈페이지. 확인 결과 이사장, 교장, 교감, 교사, 기획실장이 모두 한 가족이다.
ⓒ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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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오장풍 교사'의 학생 체벌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매 맞는 교사' 사건으로 다시 한번 교육계가 시끄럽다. 경기도 평택 H고교 김아무개(82) 교장이 학생들의 복장과 두발이 불량하다며 학생들 앞에서 교사들을 회초리로 때린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일부 교사들은 매를 거부하다 더 심하게 맞았고, 어떤 교사는 도망을 가서 몸을 숨겼다고 한다.

어떻게 21세기에, 그것도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교장이 교사들을 때릴 수 있을까? 그러나 사립학교라면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교장이 일시적으로 흥분해서 벌어지거나 교장의 인권의식이 낮아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바로 사립학교의 구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벌어진 이 학교는 1968년 E중학교라는 이름으로 개교하면서 현재의 김 교장이 설립자이자 초대 교장으로 부임했다. 이후 학교 이름은 1971년 S중학교로, 그리고 2000년 다시 H고교로 바뀌었다. 이처럼 모든 게 바뀌는데 바뀌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학교장이다. 그러니까 이 교장은 40세에 시작하여 82살이 된 현재까지 무려 42년간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셈이다. 정년도, 임기도, 연임 제한도 적용되지 않는, 이른바 '만년 교장'의 전형이다.

H고, 이사장·교장·교감·교사·기획실장 모두 '가족'

이 학교에는 '만년 교장'말고도 특이한 점이 또 있다. 오아무개 이사장이 김 교장의 부인이고, 김아무개 교감은 교장의 딸이다. 또 기독교학교인 이 학교 기획실장이자 교목인 황아무개씨는 교장의 사위이며, 또 다른 김아무개 교사는 교장의 아들이다. 그러니까 교장 아버지와 이사장 아내, 교감 딸, 교사 아들, 기획실장 사위가 학교의 요직을 모두 차지하고 있는 전형적인 족벌사학이라는 것이다. 가족이 요직을 모두 차지하고 있어 학교인지 종친회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이 학교와 같은 족벌경영 상황에서 학교장은 거의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어 이번 같은 교권 침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수년 전에도 이 교장은 교사의 뺨을 때려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그 후 10년 동안 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 일면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이번 교사 체벌 사건이다.

이렇듯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족벌사학은 이 학교뿐만이 아니다.

[비리사학①-한국조리고] 재단과 학교, 행정실 완벽하게 장악

최근 문제가 된 사학들의 족벌운영 현황. 횡령, 입시부정과 이번 교장의 교사 체벌 등이 벌어지고 있는 사학들이 대부분 족벌경영을 하고 있었다.
 최근 문제가 된 사학들의 족벌운영 현황. 횡령, 입시부정과 이번 교장의 교사 체벌 등이 벌어지고 있는 사학들이 대부분 족벌경영을 하고 있었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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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기독교 사학 한국조리과학고 진아무개 교장과 교무부장 등이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되고 교감 등 교사와 직원 20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학교장이자 설립자인 진씨는 최근 5년 동안 1인당 500만 원~5000만 원씩 총 2억3천만 원을 받았다가 덜미를 잡혔다.

이외에 식자재 구입과 공사 건으로도 1억2천만 원을 수수, 국고보조금과 기숙사비 등 1억9천만 원을 횡령해 적발됐고, 도의원에게 각종 지원금과 협조를 부탁하며 400만 원의 뇌물까지 주었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학교에서 착복한 돈으로 부동산을 구입하고, 아들 유학비로도 사용했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그 답 역시 족벌 운영에 있었다. 이 학교 재단 이사장 이아무개씨는 구속된 교장의 부인이며, 그의 조카 2명은 행정실에, 딸은 교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재단과 학교, 행정실이 완벽하게 장악된 전형적인 족벌사학이다.

이사장과 교장, 행정실, 교사가 한가족들이었으니 교장이 이들과 짜고 학교돈을 횡령하고 교사 채용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는 일은 어쩌면 그들에게는 식은 죽 먹기만큼 쉬웠을 지도 모른다.

[비리사학②-서울외고] 아버지는 횡령으로 징역형, 아들도 횡령으로 구속

2대에 걸쳐 100억대를 횡령한 것으로 밝혀져 국민을 아연실색케 한 서울외고도 족벌사학이었다. 이 학교는 지난 6월 김아무개 이사장과 그의 어머니인 이아무개 교장이 학교공금을 17억 원을 횡령하고 학부모 7명에게서 부정입학 대가로 55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인해 아들인 이사장은 구속되고, 어머니 교장은 불구속기소돼 이 교장은 결국 지난 8월 교장직에서 물러났다.

더 황당한 것은 이들 가족의 비리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학교의 설립자이자 전 이사장 이아무개(이 교장의 아버지)씨는 2000년엔 26억 원을, 2006년엔 24억 원의 공금을 횡령해 징역3년을 선고받은 뒤 학교에서 쫓겨났다.

그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이사장으로 온 이 교장의 아들도 이번에 구속됐다. 이번 수사에서 쫓겨난 아버지가 학부모 20여 명으로부터 부정입학 대가로 1억7천여만 원을 받은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는데 공소시효가 지나서 처벌할 수 없단다.

지금 이 학교에는 이사장도 없고, 교장도 없다. 우습게도 이 학교의 교훈은 '정직·근면·책임'이란다. 지금 이 학교의 학부모들과 교사들은 하루 빨리 족벌 비리 당사자들은 물러나고 올바른 교육철학을 가진 교육자들로 임시이사가 파견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부정한 족벌사학이 자초한 자업자득이다.

[비리사학③-신흥학원] 처남이 실형 받자, 누나가 바통 받아

전 신흥학원 이사장이자 민주당 국회의원인 강성종 의원. 그는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전 신흥학원 이사장이자 민주당 국회의원인 강성종 의원. 그는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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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있다. 얼마 전 8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15년만에 현직 국회의원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낳은 강성종 민주당 의원이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신흥학원이 그 주인공이다. 경기도 동두천의 기독교 사학인 신흥학원은 강신경 목사가 설립한 사학법인인데, 신흥대학과 한북대학교, 신흥중, 신흥고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의 이사장, 학교의 총장과 교장, 법인사무국장 등 주요 보직에 대부분 이들의 가족들이 포진하고 있다. 우선 구속된 강성종 의원은 신흥학원 이사장이었으며, 설립자 강신경 목사는 그의 부친으로 지금은 한북대학교의 총장이며 최근까지 신흥중과 신흥고, 신흥유치원의 학교장이었다.

신흥학원의 대표격인 신흥대학 김아무개 총장은 그의 아내(강 의원의 어머니)이며, 총장의 큰 아들이자 강 의원의 형 강아무개는 안산공대 학장이다. 이외에도 그들의 가족과 사돈까지 이들이 운영하는 학교의 이사장, 학교장, 교수 등으로 재직하고 있다.

강 의원에 앞서 횡령 혐의로 구속되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법인 사무국장은 강 의원의 처남(강 의원 여동생의 남편)이었으며, 그의 뒤를 이어 현재 그의 누나가 사무국장을 하고 있다. 이사장에서 총장, 학장, 교장, 그리고 법인사무국까지 가족들이 맡고 있으니 누가 이들을 감시하고 이들에게 바른 소리를 할 수 있었을까?

교육청에 친인척 교장 승인 요청한 사례는 단 3건

사립학교를 개인의 사유재산으로 인식해 전횡을 일삼는 족벌운영의 폐해는 이전부터 지적되어 온 것이다. 그래서 참여정부 시절인 17대국회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해 족벌사학의 문제점을 개선하려고 했다. 그 결과 2005년 사립학교법이 개정되면서 "이사장의 친인척은 학교장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이 신설되었는데 한나라당과 사학재단의 극단적 반발로 2007년 재개정되면서 "이사정수 2/3의 찬성과 관할청의 승인을 얻는 경우에는 이사장의 친인척도 학교장에 취임할 수 있다"는 예외적인 단서 조항이 달렸다.

법제처의 2008년 유권해석(법제처 2100-2718)에 의하면, 이사장이 먼저 취임하는 경우뿐 아니라 학교장이 먼저 임명되는 경우에도 반드시 이사 2/3찬성과 관할청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런데도 일부 사학들은 이 예외 조항조차 지키지 않고 불법으로 친인척에게 교장자리를 맡기고 있었다.

국회 교육상임위원회 안민석 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의하면 서울교육청에서 지금까지 이사장의 친인척 교장 승인을 요청한 사례는 ▲청은학원 은일정보산업고 ▲민정학원 상명고 ▲동광학원 서서울생활과학고, 단 3건밖에 없다. 100억 원에 달하는 비리를 저지른 서울외고는 이사장과 교장이 모자임에도 승인 신청을 안 했다. 또 2010년 은평 D고에서는 이사장의 남편이 교장을, 금천구 D고도 이사장 남편이 교장을, D초등학교에서는 이사장 아들이 교장을 하고 있다.

이들 족벌사학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교육 당국의 조치다. 서울교육청이 안민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는 "이사장 친인척 교장의 임명 승인을 위한 교육부나 교육청 차원의 어떤 기준도 없다, 관할청의 이사장 친인척 학교장 승인 행위의 법적 성격은 학교법인의 기본행위에 대한 보충행위이므로 기속행위에 해당한다"고 적혀있다. 승인 신청에 대한 거부권도 없다는 것이다.

"관할청 교장 승인 여부에 상당한 재량권 갖는다"

서울교육청이 안민석의원실에 보고한 '이사장 친인척 학교장 승인 현황' 자료.
 서울교육청이 안민석의원실에 보고한 '이사장 친인척 학교장 승인 현황' 자료.
ⓒ 서울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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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비리 전력자나 불법 등으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자, 현재 부정 등으로 감사를 받고 있는 자 등은 승인 요청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서울교육청 한 담당자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교과부 차원의 지침이나 기준이 없고 사립학교법과 시행령 같은 상위법에도 그런 조항이 없어서 이사 2/3의 찬성으로 승인 요청을 하면 이를 거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신청 학교 현황과 승인 거부 사례가 있는지'에 대해 묻자 그는 "실제로 이사장의 친인척 학교장 승인을 신청한 학교는 극소수이며, 별도로 요청을 하지 않으면 일일이 교육청이 확인하기 힘들다"며 "지금까지 승인 신청을 했는데 이를 거부하거나 반려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결국 국민의 요구로 어렵게 개정된 사학법의 족벌 규제 근거가 휴지조각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이런 논리라면 최근 21억 원의 불법찬조금 모금으로 물러난 대원외고 이아무개 전 이사장도 학교장으로 돌아오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셈이다.

경기도 담당자 역시 서울과 거의 똑같은 답변을 했다. 10일 경기도교육청은 "친인척 교장 승인 여부에 대한 기준은 없다"며 "상위법에 승인 거부의 근거가 없어 승인 요청을 하면 해줄 수밖에 없으며, 지금까지 거부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고 밝혔다.

이런 교육당국의 행태에 대해 안민석 의원실 곽민욱 비서관은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기 17대 국회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을 위해 그토록 노력하여 얻은 성과를 수포로 돌리는 것"이라며 "이럴 거면 사학법을 뭐 하러 개정했나? 교육비리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이를 척결하라는 국민적 여망에도 맞지 않는 것으로 교육 당국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교육 당국의 이런 무대책에 대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회 소속 강영구 변호사는 9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행정법의 기본을 모르는 것"이라며 "승인이나 인가가 반드시 기속행위인 것은 아니며 공익상 필요가 인정될 때에는 불허할 수 있는 재량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 대법 판례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사립학교법 제54조의3(학교장 임명의 제한)의 경우 애초 사학법이 이사장의 친인척 학교장 임명을 금지하고 있고 개정을 통해 이사 2/3 찬성과 관할청 승인이라는 단서를 달아 예외적으로 허용한 것으로 보아, 관할청이 공익적 필요를 고려하여 교장 승인 여부에 상당한 재량권을 가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사학 비리 중심에 사학들의 족벌경영이 있다

국공립학교에서는 이런 비리의 당사자들, 징계 당사자들은 당장 교장 연임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런데 사립학교에서는 이사장의 친인척 교장 임명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도 없다는 것이다. 이런 논란에 대해 서울교육청은 취임 승인의 법적 성격에 대한 이견이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한 법률 검토에 들어갔으며, 이를 위해 외부 법률 기관에 법률 자문을 요청한 상태다.

사학의 횡령과 입시 부정, 교사 채용 금품 수수 등 전통적인 사학비리나 교장의 교사 체벌 같은 교권 침해 사태의 중심에 사학들의 족벌 경영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지도감독하지 않는 교육 당국이 있었다. 결국 문제는 족벌사학이라는 것이다. 언제쯤 족벌경영이 없어지고, 사학비리 기사가 언론에서 사라지고, 또 언제쯤 교장의 교사 체벌과 같은 독재 행태가 없어질까?


태그:#족벌사학, #교사체벌, #안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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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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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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