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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가 좋아하는 모래강 내성천 - 은근히 먹을 게 많다.
 백로가 좋아하는 모래강 내성천 - 은근히 먹을 게 많다.
ⓒ 지율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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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상상해 보라. 바짓단을 접어 올려 맨살이 드러난 발과 발목에 스며드는 강의 물결을, 발가락 사이를 파고드는 새하얀 모래의 폭신한 감촉을, 가만가만 움직이는 모래의 활동성을 말이다. 그 안에 꿈틀대는 자그마한 곤충들의 수영실력과 그 곤충을 상대로 먹이활동을 펼치는 피라미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있기에 출연한 백로들의 군무를 떠올려보자."

이것이 상상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마음먹으면 경험해 볼 수 있다면? '333프로젝트'는 이 상상을 체험해보자는 답사 프로젝트다. 우리 강의 살아있는 원형을 직접 맛보자는 것이다.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과 대한하천학회, 천주교·불교 등 종교계와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333프로젝트는 333대의 버스에 각각 33명이 올라타 총 1만 명이 4대강의 살아있는 모습을 답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만 명은 '모든 것을 뜻'하는 만물, 만상에서 착상해 정한 목표치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원영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 정책위원장은 "낙동강의 모래 지형을 걸어가는 순간, '4대강 사업을 막아야 되는구나'를 깨닫게 된다"며 "살아있는 자연 원형을 체험함으로써 우리가 지켜야 할 게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대운하 반대했던 박근혜 의원, 반대입장 발표해야"

24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이원영 수원대 교수는 333프로젝트를 통해 4대강 사업을 막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24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이원영 수원대 교수는 333프로젝트를 통해 4대강 사업을 막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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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은 답사를 통해 앞서 상상했던 '생태계 보고'의 모습 뿐 아니라 스스로 정화작용을 하는 낙동강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낙엽 등 불순물이 모래층에 스며들면 그 안에서 낙엽이 잘게 부서져서 여과된다"며 "이렇게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강의 모습을 보면 파괴 된 4대강 유역만을 갔다 왔을 때와는 또 다른, 우리 강의 뛰어난 가치를 전파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 코스는 살아있는 강 유역과 파괴된 유역을 동시에 둘러볼 수 있게 짜여 있다. 이를 통해 '극과 극' 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24일 서울 여의도 의사당 앞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이 위원장은 "수많은 반대 속에서도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는 것에는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이 법질서를 어겨가며 4대강 사업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야당만 반대를 하고 여당은 침묵 지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PD수첩, 학자들의 주장을 통해 4대강 살리기가 결국 운하라는 게 드러나고 있는데 애초에 대운하를 반대했던 박근혜 의원이 입장을 밝히고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현재 4대강 사업을 추진·반대하는 국회의원들 모두 호랑이 등에 올라타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떨어지면 죽는다는 생각을 갖고 정치생명을 걸고 소신을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현재 '4대강 인명록 사전'을 만들고 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국회의원의 찬반을 물어 그 결과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11월까지 모든 국회의원에게 답을 받는 것이 이 교수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원 스스로가 4대강에 대한 자신의 선택을 알리고 이에 대해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환경단체, 시민운동과는 다르게 가야... 퍼포먼스 등이 효과적

이 위원장은 환경단체를 향해서도 쓴 소리를 이어갔다.

그는 "환경단체들이 지난 11일 '4대강 반대, 10만 명 국민대회'를 조직했는데 결과는 참혹했다"며 "현재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에 있어서 환경단체가 하는 일과 다른 시민단체들이 하는 일이 섞여 있다"고 꼬집었다.

환경단체들이 독자적으로 활동해야 하는 지점이 있는데 집회 쪽으로만 대중력을 동원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린피스는 인도에서 댐 공사를 막기 위해 강물에 뛰어들어 인간 띠를 잇는 퍼포먼스로 여론을 환기했다고 하는데, 이런 퍼포먼스의 효과가 굉장히 크다"고 설명했다. 환경단체에서 한 가지 방식으로만 4대강 반대 문제에 접근하지 말고 다양한 퍼포먼스로 시민들의 관심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장은 또 "요즘 젊은이들은 거리에 나와 직격탄을 날리기보다 투표권을 행사하고, 거창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쿨'하게 시민운동을 하는 데 이를 (환경단체들이)읽어야 한다"며 "이러한 측면에서 자신의 의사 표현을 직접적으로 하기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 떠나듯이 답사를 떠나 공부할 수 있는 333프로젝트 등의 움직임이 젊은 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현재 맡은 학교 강의를 소화해내는 것 외에는 '333프로젝트'에 전념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옳지 않은 것을 봤을 때에는 옳지 않다고 이야기 해야하지 않겠냐"며 "그것이야말로 지식인이 제 역할을 다 하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박근혜 의원과 함께 답사 가는 게 최종 목표"

지난 13일 오전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리는 경북 예천 회룡포의 넓은 모래밭이 비 때문에 불어난 물에 대부분 잠겨 있다.
 지난 13일 오전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리는 경북 예천 회룡포의 넓은 모래밭이 비 때문에 불어난 물에 대부분 잠겨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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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라는 그는 '쿨'한 듯 소명을 말했지만 333프로젝트에 대한 신념은 누구보다 뜨거웠다.

"333프로젝트를 통해 4대강 사업을 막을 수 있어요. 내 최종 목표는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의원과 함께 답사를 가는 거예요. 같이 가기만 한다면 마음을 돌려놓을 자신이 있습니다.정치인들과의 답사는 꾸준히 추진하고 있어요. 이미경 민주당 사무총장과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 모두가 답사 참여 의사를 밝혔고 이미 경기도의원들은 답사를 갔다 왔습니다."

333프로젝트의 첫 답사는 오늘(25일)부터 진행된다. 서울에서 떠나 경북예천의 회룡포-내성천을 본 후 삼강주막에서 막걸리와 칼국수로 배를 채운 뒤 낙동강 상류를 방문하고 남한강 비내늪·강천보공사현장·바위늪구비를 차례로 돌아보는 것이 하루 일정이다.

참가비는 만 원. 20명의 시민과 10명의 교수·실무진들이 함께 떠난다. 4대강 유역에 대한 실무진들의 자세하고 섬세한 설명은 덤으로 얻어갈 수 있다. 333프로젝트 답사는 보통 주말에 진행되고 대규모 단체가 신청할 경우 주중에도 답사가 가능하다. 이 위원장은 "10월 초까지 예약자가 200명가량 된다"며 "아직 홍보가 덜 되었는데도 이 정도인데 알려지기 시작하면 금세 2천 명, 5천 명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했다. 

이 위원장의 마지막 당부는 당연하게도 "333프로젝트에 꼭 참가하라"는 것이었다.

"우리 안에 '4대강스러움' 즉, 한탕주의와 자연을 무시하는 교만함이 결국 4대강 사업을 만들었습니다. 그것을 근본적으로 치유해야지 않겠습니까. 이를 위해서는 자연의 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4대강 답사가 그런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어머니 같은 자연에 가보시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길 바랍니다. 온 국민 누구나 4대강을 봐야 합니다. 자기가 바빠서 못 간다면 가족 중 누구라도 보내십시오."

물 반 모래 반의 떠있는 모래층
 물 반 모래 반의 떠있는 모래층
ⓒ 이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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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333프로젝트 답사 참가신청은 http://cafe.daum.net/go4rivers를 통해 할 수 있다.



태그:#4대강, #333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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