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9월 30일, 산곡동에 위치한 기린한약국에서는 채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지구를 살리는 아름다운 습관에 대해 각자의 열정을 보태고 있었다. 매월 한 번 모이는 동네마실은 작은 음악회, 시낭송, 음식 나눔, 동영상 시청 등으로 진행된다. 오왕규(38ㆍ사진 가운데) 회원이 오카리나를 연주하고 있다.
 9월 30일, 산곡동에 위치한 기린한약국에서는 채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지구를 살리는 아름다운 습관에 대해 각자의 열정을 보태고 있었다. 매월 한 번 모이는 동네마실은 작은 음악회, 시낭송, 음식 나눔, 동영상 시청 등으로 진행된다. 오왕규(38ㆍ사진 가운데) 회원이 오카리나를 연주하고 있다.
ⓒ 이정민

관련사진보기


"하루 한 끼 채식이 지구를 살립니다. 우리와 똑같은 고통을 느끼는 동물을 먹기 위해 매년 남한 크기만한 숲이 사육지로 변하고, 숲이 사라지면 생물종이 멸종하게 되고, 지구온난화가 더욱 앞당겨집니다. 심혈관질환, 간질환, 각종 암질환의 주요인으로 알려진 동물성 지방의 섭취를 제한하면 건강과 환경, 생명존중사상을 실천하게 되는 것입니다"


인천광역시 부평구 산곡동 명신여자고등학교 앞에서 한약국을 운영하는 이현주(43) 원장은 순식물성 한약재로 약을 조제하며 순수채식 식단으로 병을 치유하는 연구를 계속 해오고 있다. 그는 채식 식단표와 체질별 음식을 분류해놓은 홍보 전단지를 직접 만들어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나눠주며 채식홍보대사임을 자처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현주 원장의 명함에는 한약국 원장이외에 '고기 없는 월요일' 대표와 건강사회를 위한 한약사회 부회장, 그리고 인천녹색연합 운영위원이라는 직책이 따라 나온다. 이 원장은 채식을 실천하는 지인들과 한 달에 한 번 하는 동네마실 모임의 주인장 역할도 수행해내고 있다.

9월에도 어김없이 30일 오후 7시30분, 이 원장의 한약국 사랑방에서 '도전'이라는 주제로 음식 나눔과 작은 음악회·시 낭송·채식 영상회 등이 진행됐다.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소박한 실천

기린한약국 출입문 입구에 있는 표식, ‘나는 채식을 사랑하고 환경을 보호합니다’
 기린한약국 출입문 입구에 있는 표식, ‘나는 채식을 사랑하고 환경을 보호합니다’
ⓒ 이정민

관련사진보기

2층에 위치한 기린한약국을 올라가기 위해 1층 계단에 들어서자 채식과 관련된 홍보 현수막이 시선을 끌고, 출입문 유리창 한가운데 이 한약국을 상징하는 문구가 먼저 반겼다. '나는 채식하고 환경을 보호합니다. 세상을 구해요~'

동네마실 모임시간보다 먼저 온 사람들은 서로의 건강을 물어보며 이 원장의 진단을 받기도 했고, 각자 가지고 온 음식을 꺼내 보이며 모임의 시작을 알렸다. 사랑방은 아주 소박하게 꾸려져 있었고, 피아노와 이름 모를 전통악기들, 그리고 작은 식탁 위에 놓인 신선한 채소와 과일, 떡 등으로 손님 맞을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모임에는 처음 온 사람도 있었다. 서울에서 온 이원복(46)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엄격한 채식주의자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았지만, 종교와 같이 신념화되니 점차 극복할 수 있었다"며 "채식한 지 20여 년이 되어가지만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게 채식이다. 이 자리를 통해 함께 더 배우고 경험을 나누며 원장님과 같은 훌륭한 실천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역시 서울에서 모임 소식을 듣고 왔다는 최진섭 오마이뉴스 교육사업본부장은 "나는 불량채식주의자다.(웃음) 2002년부터 채식주의를 지향하면서 가족들과 함께 식습관을 바꿔보려 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엄격한 채식주의자가 되기에는 아직도 배우고 고칠 게 많이 남은 것 같다"라고 한 뒤 "채식은 혼자 건강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건강한 삶을 누리기 위한 아주 소박한 일상의 실천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10월 23~24일 이틀간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채식학교'를 연다. 일반 대중들이 함께 즐기는 채식잔치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채식주의 한약국 ‘기린한약국’의 이현주(43) 원장.
 채식주의 한약국 ‘기린한약국’의 이현주(43) 원장.
ⓒ 이정민

관련사진보기

회원들의 소개가 끝나자 이현주 원장은 "고기 없는 월요일 모임도 처음에는 동네에 사는 가까운 지인과 정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려고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직업병이 도져 음식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됐다. 그게 바로 채식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간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어 홍보도 많이 돼 40여 개의 단체가 참여하고 있지만 막상 일상에서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아직도 고민 중이다. 다만 채식 속에 담겨있는 소박한 생활방식의 실천과 자기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의미를 소통했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며 '고기 없는 월요일 모임'을 하게 된 배경과 고민을 말했다.

또한 그는 "채식은 약을 먹는 것보다 몸의 치유효과가 더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로 인해 삶의 활력이 생기고, 소통의 에너지가 넘쳐나 마음의 우울증까지도 자연스럽게 사라져간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며 "나중에 좀 더 큰 마당으로 옮겨 나가 많은 사람들과 채식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소통해갔으면 하는 바람이고, 보여주기 위한 화려한 채식에서 생태주의의 본질을 알려주는 소박한 채식의 모습을 교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이 원장은 준비해 온 동영상 자료를 통해 '건강사회를 위한 한약사회' 부회장을 맡으며 채식 지인들을 한꺼번에 얻게 된 사연과 첫 강사로 참여한 이해찬 전 총리에게 강사료 대신 채식 도시락을 선물했던 에피소드, 광주 세미나에서 지방선거 후보자들을 대거 참여시켜 채식선언 서명을 하며 현 교육감과 친환경생태채식급식에 대한 약속을 받았던 일, 강기정 의원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좋아했던 일 등을 풀어놓았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오후 10시까지 진행된 모임에서는 회원들의 장기 자랑과 이 원장의 피아노 연주, 시 낭송, 자체제작 영화 '육식몸짱, 채식몸짱' 상영회, 초록의 가치에 대한 토론회, 노래 뽐내기, 차 나눔 등이 이뤄졌다.

대규모 축산은 토지이용과 식량배분에 심각한 영향 미쳐

채식은 지구를 위한 아름다운 실천
 채식은 지구를 위한 아름다운 실천
ⓒ 이정민

관련사진보기


정한진 창원전문대 식품조리과 교수가 펴낸 '세계 금기 음식 이야기'를 보면, 채식주의자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나누고 있다. 락토 베지테리언(lacto vegetarian)은 고기와 동물의 알은 먹지 않지만 유제품을 먹는 경우며 인도와 지중해 연안의 나라에서 흔하다.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lacto ovo vegetarian)은 고기는 먹지 않지만 유제품과 동물의 알을 먹는 경우, 서양의 대부분의 채식주의자들은 이 부류에 속한다.

또한 오보 베지테리언(ovo vegetarian)은 고기와 유제품을 먹지 않지만 동물의 알을 먹는 경우다. 마지막으로 베겐(vegen)은 고기와 유제품, 동물의 알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 경우다.

이와 같은 채식주의자 유형 외에도 여러 형태의 채식주의자를 부르는 말이 있는데 엄격한 채식자들은 이들을 채식주의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세미 베지테리언(semi-vegetarian)은 기본적으로 채식을 위주로 하나 예외적으로 붉은 고기가 아닌 육류를 먹는다. 일반적으로 비채식주의자에서 채식주의자로 넘어가는 사람을 가리킬 때 쓰인다. 그리고 육식은 하지 않지만 해산물을 먹는 이들을 페스코 베지테리언(pesco-vegetarian)이라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 채식을 하지만 때때로 육식을 하는 사람을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이라고 한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 그리고 전통차로 이루어진 소박한 식탁.
 신선한 채소와 과일, 그리고 전통차로 이루어진 소박한 식탁.
ⓒ 이정민

관련사진보기


정한진 교수는 "환경 측면에서 볼 때 대량소비를 위한 고기의 생산, 특히 공장형 축산은 환경에 비친화적이고 유해하다. 실제로 2006년 유엔의 조사에 따르면 축산업은 환경을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라고 말하며 "대규모 축산은 공기와 수질을 오염시키고 토양을 악화시키며, 기후변화를 야기하고 생물학적 다양성을 파괴한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살펴볼 것은 더 많은 고기를 얻기 위한 공장형 대규모 축산이 토지 이용과 식량배분 문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역의 지속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는 데 목적을 둔 이클레이 세계환경회의가 10월 5일부터 7일까지 '도시의 미래'라는 주제로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최된다. 인천시는 세계의 저명한 학자와 국제기구 사무총장 등 300여 명의 외국인과 500여 명의 내국인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클레이는 전 세계 지방자치단체의 활동을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 국제환경협의회'로서 68개국 1107개 도시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최진섭 교육사업본부장이 서류봉투에 고이 담아온 작은 밤들은 소박한 채식주의자의 일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해줬다.
 오마이뉴스 최진섭 교육사업본부장이 서류봉투에 고이 담아온 작은 밤들은 소박한 채식주의자의 일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해줬다.
ⓒ 이정민

관련사진보기


이 원장의 피아노 선율에 맞춰 시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를 낭독하고 있는 인천녹색연합 박주희씨(닉네임=하늘다람쥐).
 이 원장의 피아노 선율에 맞춰 시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를 낭독하고 있는 인천녹색연합 박주희씨(닉네임=하늘다람쥐).
ⓒ 이정민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기린한약국, #채식주의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