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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작가의 Momemt(부제-자기만의 방)/ 259.0×194.0cm/ 캔버스에 오일, 2009.
 김혜진 작가의 Momemt(부제-자기만의 방)/ 259.0×194.0cm/ 캔버스에 오일, 2009.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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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플라톤은 인간의 몸을 '영혼의 감옥'이라 폄하하면서 그의 저서 '파이돈'을 통해 "죽음만이, 영혼이 몸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인문적 관심이 정신사적인 측면에 집중돼 있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철학적 견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 몸은 삶을 가능케 하는 원초적인 기반이자 존재의 근거로서 영혼만큼이나 다양한 주목을 받고 있으며 활발한 재해석을 낳고 있다.

이러한 인간의 몸에 대해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들의 작품 전시회가 눈길을 끌고 있다. 부평아트센터(관장 조경환)는 2010년 세 번째 기획전으로 사람의 신체를 주제로 한 '몸, 몸, 몸' 전(展)을 10월 2일부터 19일까지 갤러리 꽃누리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김규식·김혜진·구이진·도병규·박종영·손지훈·이종구·최수앙·차경진 등 경인지역에서 내로라하는 작가 9명이 참여해 몸에 관한 저마다의 독특한 시각을 회화와 조각, 사진 등의 다양한 미술장르를 통해 선보인다.

차경진 Civilization-Excavation, 나무, 문명-발굴, 1996
 차경진 Civilization-Excavation, 나무, 문명-발굴,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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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앙 Islet of Asperger
 최수앙 Islet of Asper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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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규식은 유년기에 즐겨 갖고 놀던 병정 장난감을 과장되게 극대화해 물화(物化)된 신체의 희화화를 감각적으로 제시하려한다. 김혜진은 자신의 신체를 직접 화제로 삼아 타자화(他者化)된 여성의 몸이 외부의 시선에 의해 어떻게 재위치 되는지 탐색하려 한다. 여기에 구이진은 통화적 모티브를 통해 몸이 놓인 풍경이 현실의 고단함과 어떤 방식으로 교차하고 있는지 역설적인 상황 연출과 관조적인 인물 배치를 통해 설명하려한다.

도병규는 벌거벗은 인형을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배치해 무의식속에 잠재된 남자들의 소아성애를 불러일으켜 잠재돼있는 성적 페티시즘을 자극한다. 박종영은 여성과 남성의 신체를 마리오네트라는 조작 가능한 형태로 드러낸 타인의 몸을 지배하고자 하는 인간의 오랜 강박적 권력욕망을 판타지화한 대상을 통해 드러내려한다.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남성들의 관음적 시선을 미인도라는 상징화된 시각적 가치를 통해 표현하고 있는 손지훈은 객체화된 여성의 신체를 쇼윈도(show window)의 풍경처럼 핏기 없는 이미지로 보여준다.

이종구는 땅을 디디고 사는 민중의 몸을 통해 대지와 신체가 차별 없는 하나였음을 생생한 주름과 거친 몸뚱이를 통해 말하려 한다. 차경진은 신체의 발굴이라는 독특한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몸이 갖고 있는 시간성과 인간의 존재가치를 환유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최수앙은 다양한 신체 부위의 변용을 통해 인간의 신체들에 부여돼있는 생물학적 가치가 사회학적으로 어떻게 수용되는지 실험해 보려한다.

박용진(오른쪽) 부평아트센터 큐레이터가 전시회를 보러온 관람객에게 작품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박용진(오른쪽) 부평아트센터 큐레이터가 전시회를 보러온 관람객에게 작품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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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앙 작품의 기이한 '몸'조각 작품을 보고 신기해하고 있는 아이들의 '몸'
 최수앙 작품의 기이한 '몸'조각 작품을 보고 신기해하고 있는 아이들의 '몸'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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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 부평아트센터 기획전시과장은 "현대미술에 있어 치열한 화두라 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맥락에서의 성, 즉 젠더(gender)의 문제와 인간과 인간 사이에 형성되는 이른바 권력관계의 경우 모두 몸이라고 하는 신체로부터 야기되는 것이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몸에 관한 담론의 수위는 수그러들지 않고 민감하게 증폭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이번 전시의 의미에 대해 말했다.

또한 그는 "자본주의 안에서 소비되고 있는 이미지의 주된 출처가 인간의 몸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볼 때, 적어도 우리의 신체가 현대사회 속에서 어떻게 의미 지워지고 작동되고 있는지 그 상황을 구체적으로 적확하게 인식하려는 노력은 의미 있는 일이라 본다"라고 한 뒤 "미술작업의 특성이 삶의 현장에서 직면하게 되는 갈등 상황을 천착하고 그 고민의 결과를 시각적 방식으로 드러내기 때문에 미술 작품을 매개로 몸에 관한 예술가들의 접근 방식을 공유하는 것은 몸이 처한 문제의식을 구체화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이라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전시회 연계 교육프로그램으로 10월 12일, 18~19일 오후 3시부터 '사랑한다, 몸아'라는 주제로 대연습실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몸 놀이를 진행한다. 참가비는 1가족 당 5000원이며, 25개 가족만이 참가할 수 있다. 또 작가와 함께하는 공동창작 프로젝트로 16·17일 오후 2시부터 '영차, 영차, 몸이 보여요'라는 주제로 몸 모양의 프레임에 관람객들이 사람모양의 조각을 만들어가는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이 참가비는 무료다.
(문의 032-500-2023)

 이종구, 다시 오지리에서-장수 어머니 195*95cm, 한지에 아크릴릭 2004 다시 오지리에서-내 친구 김기운, 195*97cm, 한지에 아크릴릭 2003
 이종구, 다시 오지리에서-장수 어머니 195*95cm, 한지에 아크릴릭 2004 다시 오지리에서-내 친구 김기운, 195*97cm, 한지에 아크릴릭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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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병규 Seveenteen babies 112*193.9cm Acrylic oil on canvas 2010...and
 도병규 Seveenteen babies 112*193.9cm Acrylic oil on canvas 2010...and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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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영 Marionette 가변크기 wood, electric motor, string, pushbotton switch 2010
 박종영 Marionette 가변크기 wood, electric motor, string, pushbotton switch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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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부평아트센터, #몸, 몸,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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