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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를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신의 직장' 논란은 국정감사 시즌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매년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이 도마에 오르지만 그만큼 신의 직장을 지키려는 이들의 노력도 눈물 겨웠다는 뜻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어김 없었다. 혜성처럼 등장한 한국거래소를 비롯해 '외상이면 소도 잡는다'는 신조로 무장한 한국토지주택공사, 매년 신의 직장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한국전력까지, 국감장에서 드러난 그들의 임직원 사랑(?)은 유별났다.

그냥 넘어가기 아쉬워 <오마이뉴스>가 1등부터 4등까지 '신의 직장 톱 4'를 선정했다. 4위 안에 못들었다고 아쉬워 마시라. 비록 톱 4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열정만큼은 이들 못지 않은 공기업에는 '아차상'을 드린다. 내년엔 더 분발하시길….

[톱 1 한국거래소] 평균 연봉 1억에 법인카드도 1장씩

한국거래소 홈페이지
 한국거래소 홈페이지

영예의 신의 직장 '넘버 1'의 자리는 한국거래소가 차지했다. '직원 1인당 1법인카드'라는 전무후무한 직원 사랑으로 2위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기준으로 직원 1인당 급료가 1억 원을 넘어섰다. 특히 직원 700명 중 40%가 연봉 1억 원 이상의 고액연봉자였다.

한국거래소의 복리후생 수준도 '넘버 1'의 자리에 손색이 없다. 직원들이 초등생 자녀의 학원비 걱정할까 봐 연 120만 원을 지원했다. 또 직원들이 불효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경로효친 휴가 3일을 줬고, 자기계발하라고 7일 등 특별 휴가도 줬다. 연차 휴가 보상금으로는 1인당 600만 원씩 들어갔다.

이 뿐이 아니다. 전 직원의 스마트폰 이용도 책임진다. 거래소는 스마트폰의 2년 약정 기간 동안 통신비 전액을 지원하는 데 6억 원을 쓸 계획이다.

압권은 '1인당 1법인카드' 지급. 지금은 없어졌다고 하지만, 거래소 전 직원은 2008년 6월까지 법인카드 1장씩을 지급 받아 사용하면서 2년 6개월 동안 골프장, 유흥주점에서 3030회나 맘껏 카드를 긁었다. 결국 감사원 감사에 걸려 현재는 팀당 카드 1장씩 지급하는 것으로 바꿨단다.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시장, 파생상품시장의 개설과 운영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역시 돈 놓고 돈 먹는 쪽이 세긴 세다.

그런데 한국거래소는 신의 직장이긴 하지만 '여신'들을 차별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른바 '남신'들의 직장이라는 이야기인데 신건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이곳의 여성노동자 비율은 14%로 민간기업 평균인 30~35%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톱 2 한국은행] 억대 연봉을 20년간 쭉~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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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아쉽게 2위를 차지했다. 아무리 연봉이 1억 원이 넘고 직원들 유학자금으로 1억원씩 지급해도 전 직원들에게 법인카드를 지급했던 한국거래소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행 4급(과장급)의 연봉이 최고 1억1087만 원에 달했다. 1급의 경우에는 1억4916만 원이었다. 한국은행 과장급은 대부분 30대인데 이때부터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20년간 정년을 보장 받게 되는 것이다. 한국은행 측은 이 의원이 제시한 예는 50대 직원이 4급에 머무르면서 호봉이 쌓인 탓이라고 해명했지만, 그 설명대로 해도 늦어도 40대면 억대 연봉이 가능하다.

한국은행은 직원들에게 임대주택도 무상으로 제공한다. 여기에 들인 돈이 397억 원이었다. 또 주택자금을 개인당 5000만 원까지 대출해 준다.

유학비용도 1인당 평균 1억 원을 지급했다. 매년 20명 정도가 혜택을 본다. 가장 많은 유학자금을 지원받은 직원의 경우 금액이 1억7320만 원에 달했다.

퇴직자들도 호사를 누린다. 한국은행은 퇴직자 모임인 행우회에서 전액 출자한 서원기업과 매년 수의계약을 통해 주차관리, 청소 용역, 인쇄 계약 등 모두 5억7000만 원 상당의 일감을 몰아줬다.

[톱 3 LH공사] 외상이면 소도 잡는다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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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는 직원들을 위해서라면 '빚을 내서라도 소를 잡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차지했다. 118조 원의 빚더미에 올라앉아 하루 이자만 100억 원 가까이 물어야 하는 처지지만 직원들에게는 아낌없이 쓰려는 자세가 '신의 직장'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LH공사는 올해 직원 성과급으로만 1063억 원을 책정했다. 직원 1인당 평균 1600만 원을 받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기획재정부의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아 440%의 성과급을 지급하게 된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LH공사가 A등급을 받은 것은 재정건전성 항목이 전체 평가에서 3%밖에 차지하지 않은 덕분이고 1998년부터 지난 12년간 땅값이 쌀 때는 토지를 매입하지 않다가 땅값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땅을 사는 '거꾸로' 투자를 해온 경영 성적은 아무래도 좋다는 식이다.

LH공사는 또 주택-토지 공사 통합 이후 18회에 걸쳐 고위직 위주로 167명을 세계 각지에 출장을 보내면서 1년 동안 6억여 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통합 전에는 토지공사가 직원들에게 1인당 300만 원씩을 복지기금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김희철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LH공사는 상환기간이나 이자도 없이 직원 1인당 9000만 원까지 1783억 원을 대출해주기도 했다.

민간기업으로 치자면 사실상 회생이 의심스러운 상황인 기업이 비상경영을 선포하고도 전혀 긴장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여야의 질책에도 "LH공사 직원들도 생활인이라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읍소한 이지송 사장의 태도도 신의 직장에 손색이 없다는 지적이다. .

[톱 4 한국전력] 성과급·퇴직금 '펑펑'

매년 뽑는 '신의 직장' 리스트에 개근하고 있는 한국전력(한전)은 4위에 올랐다. 한국전력과 관련 회사들은 성과급과 퇴직금을 과다 지급하고 대학생 자녀의 학자금을 무상 지원하는 등 올해도 변함 없는 활약을 보였지만 레퍼토리가 항상 똑같다는 지적을 받아 4위로 밀렸다.

감사원의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 실태'에 따르면 한전은 2007년부터 올 3월까지 직원 1957명에게 성과급 전액을 평균임금에 포함시켜 과대계상하는 방법으로 퇴직금 149억 원을 더 지급했다. 또 계열사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11개사도 퇴직금 269억 원을 더 챙겨줬다. 퇴직 직원들을 우대하기 위해 성과급은 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정부 지침도 무시했다.

또 정부의 예산편성 지침상 금지돼 있는 대학생 학자금 무상 지원도 이루어졌다. 한수원 11개사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임직원 자녀 6700여 명에게 대학생 학자금 435억 원을 지원했다.

특히 남동발전, 남부발전 등 7개 계열사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 동안 경영평과 성과급도 279억 원이나 과다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을 위해 감사원의 지적이나 정부의 지침을 깨끗이 무시한 것은 물론이다. 참고로 한전은 758명의 임직원들이 억대 연봉을 받고 있어 지식경제부 산하 공기업 중 억대 연봉자가 가장 많은 공기업 중 하나다.

'신의 직장' 부분 아차상 

신의 직장으로 가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지만 톱 4에 들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공기업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들의 열정(?) 만큼은 높이 산다.

[농어촌공사] 남다른 직원 사랑

농어촌공사는 지난 해 사업을 집행하고 남은 돈 60억8000만 원을 직원들에게 상여금으로 나눠줬다. 그리고 이를 2009년 경영실적 보고서 작성 때 누락해 입을 씻었다. 남는 돈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 공사 사장의 직원 사랑이 남다르다. 또 지난 2000년부터 10년간 중고등학교 자녀 학자금으로 177억 원을 지원하고 대학생 자녀 학자금으로 391억9000만 원을 무이자 대출해 준 것은 애교로 봐줄 만하다. 

[수협중앙회] 남다른 임원 사랑

반면 공적자금 1조1518억 원이 투입된 수협중앙회는 임원들만 챙기는 모양이다. 무소속 송훈석 의원에 따르면 수협중앙회는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지난 5년간 임원들에게 퇴임공로금으로 19억6000만 원을 지급했다. 2005년부터는 신용대표이사, 감사위원장, 신용부분 상임이사 등 일부 임원에게만 12억6900만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풀었다. 같은 기간 일반 직원들에게는 국물 한 방울 없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정치활동은 자유롭게

직원들의 정치활동을 활발하게 보장하는 공기업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전국선거 때마다 8명 가까이 출마자를 배출하고 있다. 지금까지 연인원 23명이 공직 후보에 입후보했다. 직장 다니면서 선거 운동은 어떻게 할까 싶지만 걱정 없다. 유급휴가를 내면 된다. 떨어지면? 아무일 없다는 듯이 복귀해서 일하면 된다.

[한국가스공사] 'T.O.P'스런 직원 사랑

한국가스공사의 직원 사랑은 감사원의 권고를 '씹을' 만큼 T.O.P(커피 CF에서 유래- 진하다, 독특하다는 의미)스럽다.  지난 1998년 인건비 예산을 조정해 전 직원에게 지급하던 중식보조비와 교통보조비를 기본급에 통합했는데도 이를 중복지급해 온 것이다. 2008년 감사원은 중복지급을 중단하라고 했지만 굴하지 않았다. 올 1월까지 전 직원에게 중식보조비와 자기계발비 명목으로 109억 원을 지급했다. 박민식 한나라당 의원의 지적대로 "가스공사 직원들은 점심을 두 번 먹는 모양"이다.

[한국연구재단] 예산 전용도 마다하지 않는 용기

한국연구재단은 지난해 모든 직원에게 연구수당과 특별인센티브를 추가로 지급했다. 액수는 총 40억 원, 직원 333명에게 1인당 평균 1200여만 원 꼴이다. 김유정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재단 측은 사업비 잔액 미반납, 예산 임의 전용 등을 통해 두둑한 보너스 보따리를 풀었다. 기획재정부는 1.7% 한도로 인건비 인상을 억제하라고 했지만 연구재단은 '특별 보너스'를 통해 11.1%의 인건비 인상 효과를 누렸다.

[후기] 만국의 노동자가 신의 직장에

신의 직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중적이다. 국민들의 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들이 좋지 못한 경영실적에도 불구하고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지나치게 과도한 혜택을 누리는 것에 분노하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도 '신의 직장' 수준의 임금과 후생복지를 누릴 수 있기를, 취업준비생이라면 그런 신의 직장에 취업하기를 희망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신의 직장'의 수준을 깎아내리는 하향평준화보다 많은 노동자들이 제대로된 수준의 임금과 복지 혜택을 누리는 상향평준화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데 '만국의 노동자가 신의 직장인이 되는 날'이 오긴 올까.


태그:#신의 직장, #국정감사, #한국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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