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화장실 변기가 막혀 난감했던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으리라. 대부분 이런 상황에서는 당황하기 마련인데, 막히는 원인을 놓고 보면 정말 가관이다. 오랜 변비 끝에 쏟아낸 묵직한 덩어리(?) 때문에 막히거나 화장지가 너무 많이 내려가서 막힌 경우는 그나마 일도 아니다.

간단한 음식물 쓰레기를 조금씩 변기로 처리하는 경우도 원인이 되며, 실수로 빠트린 욕실용품(면도기, 화장지 봉)이나 생리대도 큰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물론 원인을 알 수 없어 몇 날 며칠을 고생하다 결국 전문 업체에 의뢰하는 사태까지 발생하지만 그 비용은 만만치 않다.

한 포털사이트의 지식상담 코너에 올라온 '변기막힘' 관련 질문과 답변
 한 포털사이트의 지식상담 코너에 올라온 '변기막힘' 관련 질문과 답변
ⓒ Naver화면캡쳐

관련사진보기


어디 그뿐인가? 변기를 막히게 한 당사자의 경우 빠른 시간 안에 해결되지 않는다면 정말 암울하고 초조한 현실을 맛봐야 한다. 그 쓰라림은 가족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배가된다. 세상의 어떤 흉악범보다 더한 중죄인의 멍에를 안고 눈총과 원망의 눈초리 속에서 보내야만 하는 것이다.

변기 막히게 한 당사자... 뚫릴 때까지 죄인의 멍에 안고 쓰라림 각오해야

만에 하나 변기에 대단한 놈(?)이 박힌다면 '뚫어뻥', '트래펑', '꼬챙이', '작대기', '물 수압 뚫기' 등도 모두 무용지물이다. 운 좋게 뚫린다면 그건 하느님이 보우하사 '천운'을 받은 경우다.

물론 설비 업자를 불러 해결하는 방법이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이지만 적게는 몇 만 원에서 10만 원 이상의 '피 같은 생돈'을 두 눈 뜨고 바치는 각오를 해야만 한다. 막힌 변기를 뚫기 위해서 직접 손을 넣는 것도 부족하여 별의별 기구는 물론 세탁소에서 제공하는 철제 옷걸이를 길게 늘여서 쑤셔가며 쇼를 해도 해결이 되지 않을 땐 정말 난감하다.

변기부근에 설치된 칫솔건조기는 자칫 변기를 막하게 할수 있는 '주범'임을 항상 명심하라.
 변기부근에 설치된 칫솔건조기는 자칫 변기를 막하게 할수 있는 '주범'임을 항상 명심하라.
ⓒ 김학용

관련사진보기

막혔던 것이 뚫리는가 싶어도, 막상 물을 내려보면 한참을 찼다가 아주 천천히 시원치 않게 내려갈 때는 정말 난감하지 않던가? (이럴 때 혹시라도 큰일을 본다면 100% 안 내려간다) 시원치 않게 물이 내려간다면 혹시라도 더 막힐까 봐 다른 화장실까지 찾아야 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 어느 순간 물 빠지는 속도가 정상속도(?)로 빨라질 때면, 그 성취감이란…. 특히 칫솔을 빠뜨리는 경우 아주 골칫거리다. 보통 변기 부근에 칫솔과 치약들을 놔두는 경우가 많은데, 볼일을 본 후 물을 내리며 칫솔질하시는 사람들은 특히 조심하시라.(특히 어린이 칫솔)

혹시 변기에 실수로 비누를 빠트린 후 물 내려봤나?

인터넷 유머코너에서나 만날 법한 일이 나에게 현실로 다가오고 말았다. 아,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얼마 전 퇴근 후 욕실에서 부지런히 비누칠을 하던 내 손에서 비누가 미끄러져 그만 변기 속으로 '퐁당'하고 말았다. 손으로 꺼내려니 조금 불결하다는 생각도 들고 비누의 크기도 작아 물에 휩쓸려 내리면 별문제가 되지 않을 거로 생각한 것이 화근이었다.

비누가 변기에 빠진 날... 어떠한 기구도 '무용지물'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었을까?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별생각 없이 변기의 물을 내리자마자 이때부터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거의 다 써서 조각난 비누라고 얕봤는데, 변기의 어디엔가 딱 달라붙어 내려가지 않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난감한 나는 우선 '뚫어뻥'을 이용해 수습하려 했지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 나가면 쪽팔림은 둘째 치더라도 가족들의 원망을 어떻게 감당한단 말인가?

변기에 비누가 빠졌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것인가? (재연을 위한 연출사진)
 변기에 비누가 빠졌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것인가? (재연을 위한 연출사진)
ⓒ 김학용

관련사진보기


변기 청소용 솔부터 시작하여 세탁소에서 제공하는 굵은 철사로 만들어진 옷걸이를 길게 늘여서 쑤셔봐도 안 내려간다. 급기야 맨손까지 집어넣는 무모함까지 동원해도 해결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자꾸 뭘 밀어 넣으니 너무 깊이 들어가서 아예 붙어 버린 것일까.

양변기는 하수배관을 타고 악취가 올라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한 양의 물이 고이도록 설계된 U자 모양의 배관인데, 아마도 U자 모양의 아랫부분에 비누가 걸린 것이 분명했다.

수십 번 물을 내려봐도 한참을 찼다가 서서히 내려가는 게 시원치 않다. 아마도 가족들이 이용한다면 십중팔구 작은 것은 내려갈지라도 큰 게 정말 문제다. 상상할수록 식은땀이 흐른다.

'어떻게 뚫는단 말인가? 물론 업체를 부르면 되지만, 비용이 장난 아니라는데…….'

U자 모양 배관의 특성상 변기에 들어간 비누는 기구를 총동원하고 맨손까지 집어넣는 무모함까지 동원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U자 모양 배관의 특성상 변기에 들어간 비누는 기구를 총동원하고 맨손까지 집어넣는 무모함까지 동원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 김학용

관련사진보기


곧이어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어! 물이 잘 안 내려가네? 엄마, 변기가 막혔나 봐요!" (아들)
"어? 아, 뭐야! 누가 그랬어?" (아내)
"응…. 비누가 실수로 빠졌는데 막혔나 보네, 물 몇 번 내리면 곧 해결될 거야." (나)

결국 나는 최대한 무표정한 표정으로 별일 아니라는 투로 둘러댄다.

"그래? 자기가 변기 막히게 하는 게 어디 한두 번이야? 곧 해결된다고?? 그 비누 다 녹을 때까지 기다리면, 아마 우리 이사 갈 때까지 큰 것(?)은 영영 못 보겠네, 알아서 해!" (아내)
"…"

악몽의 3일.... 꿈속에서도 변기가 날 따라다녀

결국 3일 동안 처절하게 버림받고 고생한 후 순수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얻은 결과물을 지면에 공개한다. (3일 동안 당한 수모와 가족들의 고생은 지면관계상 생략하며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3년보다 더 길었던 3일 동안 내가 시도해보지 않은 방법은 없었다. 회사에서도 차에서도 집에서도 심지어는 꿈속에서까지 그놈의 변기가 나를 따라다녔다. 이윽고 포털사이트의 지식검색 코너의 답변을 검색해보니 의외로 변기에 비누를 빠뜨리는 경우가 아주 많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노고 끝에 결국 설비 업자를 부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데 뭘 못해보겠는가.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 방법들이 나를 유혹한다.

[방법①] 염산이나 락스를 몽땅 넣고 10분 이상 기다린 후 물을 내린다.
- 락스의 경우 전혀 해결되지 않았고, 오히려 수질환경에 나쁜 결과를 가져옴
[방법②]  '트래펑'등 배수구 막혔을 때 사용하는 특수세제를 사용한다.
- 배수구 막힘의 원인과 변기 막힘의 원인이 근본적으로 다르므로 이것 또한 무용지물
[방법③]  '뚫어뻥'이나 스프링이 달린 특수기구를 이용한다.
- 이 방법은 오히려 비누를 더 빠지기 어려운 곳으로 유도하여 더욱 심각한 현상을 초래할 수 있음
[방법④]  보일러수의 뜨거운 물을 최대로 하여 샤워기를 이용하여 온수를 변기에 넣는다.
- 꽤 가능성이 보이지만 성공을 보장하기 어려움
[방법⑤]  물을 팔팔 끓여서 변기에 넣은 후 일정시간이 경과하여 물을 내린다.
- 이 방법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보이지만 어쨌거나 결국 실패함

원인을 분석한 결과, 다시 봐도 ⑤번의 가능성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몇 번을 실패한 후 곰곰 생각해보니 '비누가 바로 녹아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큰 오산이었다. 아마도 비누가 뜨거운 물에 녹아 흐물흐물 해 지려면 시간도 꽤 필요할 것이고, 섣불리 물을 내렸다가는 완전히 녹지 않은 비누가 다시 다른 부위에 달라붙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3일째 되는 날 밤, 집에 돌아온 나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⑤번의 방법을 시도했다. 우선 변기의 물을 퍼내어 최소한으로 줄이고, 물을 한 주전자 가득 펄펄 끓인 후 변기에 부었다(여기서 바로 물을 내려 해결할 수도 있지만, 반드시 참아야 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거나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30분 후 변기의 물을 퍼내고 같은 방법으로 다시 끓인 물을 넣은 후 이번엔 한 시간 정도 기다린다(아침까지 기다려도 됨). 이후, 바로 물을 내리지 말고 '뚫어뻥'을 이용하여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하여 압력을 이용하여 눌러준다(이때 실수하지 말고 정조준 하여 반드시 한 번에 힘을 다 쏟아야 함). 그럼, 십중팔구 물이 내려가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비누가 쓸려 내려갈 것이다.

가족들의 평화를 생각한다면 '이용수칙' 명심하라

혹시 변기에 비누가 빠진다면 '불결하게 저걸 손으로 왜 빼나? 미끈하니까 쉽게 내려가겠지'라고 생각하고 물을 내린다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3일은커녕 한 달 이상 고생한 사람도 있다). 비누의 크기가 원래 크기의 중간을 넘어가거나, 흘려보낸 비누가 변기의 U트랩에 걸려 막히면 정말 난감하다. 변기의 구조상 맨손은커녕 '뚫어뻥'도 소용없다. 

막힌 변기를 전문적으로 해결하는 한 설비업체의 상담게시판에 올라 온 답변
 막힌 변기를 전문적으로 해결하는 한 설비업체의 상담게시판에 올라 온 답변
ⓒ 화면캡쳐

관련사진보기


3일간의 학습과 경험담을 바탕으로 터득한 '막힘없는 변기이용 수칙'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가족들의 '쌀(?) 권리'와 평화를 생각한다면 꼭 명심하라.

- 욕실용품(비누, 칫솔 등)이나 이물질이 변기에 빠졌을 경우 절대 먼저 물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
- 옷걸이나 굵은 철사 등을 억지로 밀어 넣으면 변기가 파손될 수 있으니 주의한다.
- 화장지나 변이 막힌 경우라면 대부분 압축기('뚫어뻥') 특수세제('트래펑')로 해결되지만, 별 효과가 없다면 근본 원인을 먼저 찾아야 한다. (심각하지 않은 경우, KBS의 '스펀지' 등에서 소개한 '페트병 이용법' 이나 '비닐 이용법' 등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 칫솔이나 면도기 등 긴 물체의 경우 1회용 위생장갑이나 손을 이용하면 쉽게 빼낼 수 있다.
- 비누를 우습게 생각했다가는 큰코다친다. 원망의 눈초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조급함이 앞서더라도 인내를 가지고 반드시 펄펄 끓는 뜨거운 물을 2~3회 부어라.
- 염산이나 락스 등 약품을 이용하는 방법은 자제하라. 효과는 둘째 치더라도 피부 화상 등의 위험성이 있으며 수질환경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변기의 구조(출처 : ppomppu.co.kr)
 변기의 구조(출처 : ppomppu.co.kr)
ⓒ 화면캡쳐

관련사진보기



태그:#변기막힘, #비누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살아가는 이야기를 기존 언론들이 다루지 않는 독자적인 시각에서 누구나 공감하고 웃을수 있게 재미있게 써보려고 합니다. 오마이뉴스에서 가장 재미있는(?) 기사, 저에게 맡겨주세요~^^ '10만인클럽'으로 오마이뉴스를 응원해주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