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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문인협회(회장 이동희)가 주최하는 '제5회 전북 새만금문학제'가 6일(토요일) 새만금방조제 33,9km를 통과하는 바다문학투어, 전북 고교생 백일장대회, 테마시 낭송, 명사 초청특강, 시화전 등 군산시 새만금 일원에서 다양하게 펼쳐졌다.

 

전북에 소재한 23개교 남녀고등학생 95명은 지도교사들과 함께 전주에서 관광버스 두 대에 나눠 타고 새만금방조제를 견학한 뒤 폐교 교실을 개조한 나포면 '옹고집식당'으로 이동해서 특강과 점심을 먹고, 채만식 문학관에서 열리는 백일장에 참가했다.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이 강사로 나선 이날 특강(주제: 한국사 어떻게 볼 것인가)은 전북, 군산 문인협회 회원들도 참석하여 식당을 가득 메우고 열띤 분위기 속에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었다.

 

 

이동희 회장은 인삿말에서 "미래의 채만식, 최명희가 될 문사들을 기른다는 취지에서 도내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새만금문학축제'를 전개하고 있다"면서 "청소년들이 반드시 심혈을 기울여야 할 자아 정체성 확립에 필요한 소중한 정보를 얻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전북문인협회는 경제논리에 집중하여 개발을 선도하는 행정당국의 전략에 맞추어 새만금을 문학적 테마로 설정하여 문화축제의 장으로 승화시키고자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회장은 "전북 새만금문학축제에 참가한 학생들은 우리 민족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현장을 답사했다고 자부해도 좋을 것이다"면서 "역사적인 현장을 직접 밟으면서 느낀 감회를 문학작품으로 승화시켜 내면화하기 바란다"며 백일장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창작 의욕을 북돋워주었다. 

 

중국, 일본, 조선 노론파의 역사왜곡

 

 

학생들의 박수와 환호 속에 교단에 오른 이덕일 소장은 중국의 동북공정, 일제의 식민사관, 조선의 노론사관 등을 중심으로 강의를 끌어갔다. 중국, 일본, 조선 후기 노론파는 하나같이 우리 역사를 왜곡, 날조하고 있다는 것.

 

대표적인 예로 중국은 압록강 한참 바깥쪽 요서땅에 한사군이 있었는데도 한반도 안에 있었다고 주장하고, 만리장성은 한반도 내부까지 뻗친 것으로 그려놓고 있으며, 일제는 한반도 남쪽을 수백 년간 지배했었다고 억지를 부린다는 것이다.

 

동북공정은 중국이 동북지방 역사를 자기네 역사로 흡수하여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게 주된 목적이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첫째, 대동강 유역은 고조선과 낙랑군 지역이었다. 둘째,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 봉건 정권이었다. 셋째, 한강 이북은 중국의 영토였다 등을 중국이 내세우는 주요 이론으로 꼽았다. 

 

일제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민족을 역사적으로 다른 나라에 지배됐고 스스로 자립할 능력이 없는 정체된 민족으로 부각시켜 조선침략을 정당화하였다. 따라서 조선 통치를 용이하게 하려는 일제가 정책적·조직적으로 조작된 역사관이 곧 식민사관이다.  

 

이 소장은 일제가 식민사관을 만든 이유는 한국인들이 일본인보다 우월하다는 의식을 깨뜨리기 위해 단군조선을 인정하지 않고, 삼국사기 초기 기록도 가짜라고 해서 삼국의 역사도 4~5세기에 시작됐다고 우기는 등 역사를 축소하고 비하했다고 역설했다.

 

이밖에도 일본 식민사학자들은 고조선과 고조선 멸망 후 한나라가 세웠다는 한사군이 모두 한반도에 있다고 기술했는데, 해방 후 주류학자들이 고대사 정설로 받아들이는 바람에 배우는 학생들이 왜곡된 역사를 배울 수밖에 없었다며 개탄했다.

 

이 소장은 인조반정을 일으켜 광해군을 쫓아내고 조선이 멸망할 때까지 300년간 나라를 말아먹은 조선의 노론파 주장도 중국, 일본 못지 않다며 '장희빈은 악녀', '율곡의 십만 양병설'도 걸림돌이 되는 인물을 몰아내고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조선 후기 역사는 인조반정을 일으킨 사람들 중심으로 쓰여 있습니다. 장희빈이 죽으면서 아들의 고환을 잡아당겨 후자를 못 보는 것으로 나오는데, 실록에는 경종은 자기 어머니가 죽는 자리에 없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심만 양병설도 율곡이 세상을 뜬 뒤 제자들이 만든 이야기일 뿐이지요."    

 

일본 제국주의에 나라를 팔고 관작을 받아먹은 조선 왕족들 대다수는 조선 후기의 노론파였다고 주장하는 이 소장은 그 후예들이 일제 조선사편수회에 가담했으며 광복 뒤에도 친일파 청산 실패로 그들이 사학계 주류를 이루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잘못된 역사관은 민족 정체성을 흔들 수 있다는 것.

 

이덕일 소장은 5·16군사쿠데타 이후 군사정권이 정통성 보완을 위해 독립유공자를 표창했는데 공적조사위에 조선사편수회 출신들이 위원으로 들어가면서 일제 식민사관이 정설이 되었고, 그들이 역사학계를 장악하면서 독립운동사가 말살되었다면서 한국 지배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실종된 근본 원인도 역사 왜곡에 있다고 진단했다.

 

강의가 끝나고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첫 번째 질문자는 "학생 때는 역사를 토론하다 '조선은 사색당파의 당쟁으로 망했다'고 하면 모멸감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당정치의 시발로 보고 싶다."며 강사의 생각을 물었다. 

 

"조선의 당쟁사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호 이익, 다산 정약용 등 남인들은 토지개혁을 주장합니다. 당시 토지를 소수 권력자가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까지 나쁘다고 할 수 없지요. 당시 일본 학자들은 당쟁은 무조건 나쁜 거라고 했지만, 조선의 당쟁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도한 정당정치였습니다." 

 

 

- 남성고 1학년 김영철입니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독도문제에 대응하는 우리나라의 소극적 태도를 보면서 역사학의 올바른 관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사학은 배고픈 학과라서 가기를 꺼려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청소년들이 가까이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상당히 어려운 질문이군요. 모든 게 음이 있고, 양이 있어요. 사학이 배고프다는 게 일반적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저도 항상 바쁘니까요. 그 얘기는 저 같은 사람을 우리 사회에서 많이 필요로 한다는 거예요. 프로그램은 제가 운영하는 연구실에서도 강좌 등을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바꿔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흡하네요. 오늘 강연은 이것으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강의를 마치고 식당으로 이동하는 중에 익산에서 왔다는 한 여학생이 '한글공정'에 대해서 질문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했다며 아쉬워했다. 이에 대해 이덕일 소장은 일제가 왜곡한 '언문철자 표기법'을 예로 들었다.

 

"저도 시간이 없어서 얘기를 꺼내지 못했습니다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가 사용하는 '맞춤법 통일안'이 일제잔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제는 1912년에 우리 언어를 일본어 비슷하게 '언문철자 표기법'이라는 것을 만들어놓았어요. 그런데 한글맞춤법 통일안은 일본이 개악시켜놓은 것을 그대로 바꿔놓은 것입니다. 문제가 있지요."

 

역사 왜곡으로 우리의 조상과 옛 영토뿐만 아니라 정신까지도 빼앗으려는 중국과 일본의 술책에 고등학생들도 분노하고 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국민의 분노를 하나로 모아 대응하려고 노력하기는커녕 미국에만 의존하려는 정부의 부실한 외교정책이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

 

채만식 문학관에서 열린 백일장

 

된장찌개로 점심은 맛있게 먹은 학생들은 곧바로 금강하굿둑 근처에 있는 채만식문학관으로 이동해서 백릉광장, 청류광장 등 소설 탁류에 등장하는 이름을 딴 잔디광장에서 열리는 백일장에 참가했다.

 

 

오후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는 금강이 굽어 보이는 곳에 위치한 채만식 문학관은, 겨울을 준비하고 있었다. 잔디광장 주변은 산들바람을 타고 춤추듯 하늘거리는 억새, 그루터기만 남은 논바닥, 먹이를 찾아 날아드는 철새 등 낭만이 넘쳐났다.  

 

청명한 늦가을 날씨에 치러진 백일장 대회는 '운문부'와 '산문부'로 나눠 시제를 제재하거나 제목으로 삼을 수 있도록 했는데, 마침 누렇게 변한 잔디광장에서 전북문인협회 회원들의 시화전이 열리고 있어 문학소년 소녀들의 창작 열기를 돋워주었다.

 

유의사항을 안내받은 학생들은 각기 마음에 드는 자리로 가서 연필을 든 손을 턱에 고이고 시상에 빠지는가 하면 미처 준비가 안 된 학생들은 삼삼오오 잔디밭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거나 문학관 전시실을 둘러보기도.

 

이동희 회장은 행사 취재에 대해 새만금 시대를 맞아 문화, 예술적 풍토를 조성하여 경제와 문화가 함께 발전하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미래 사회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지역 문화의 소중함을 심어주기 위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아래는 이날 낭송된 이동희 회장 자작시

 

제목: 아리울, 상생의 세계로 가자!

 

아침은 그렇게 왔지!

멀리 박명(薄明)의 안개 속에서

군홧발 소리 어지럽게 쫓겨나려 할 즈음

새벽은 또 다른 고고성으로 시대를 깨웠지!

 

스스로 주인(主人)이 되자!

스스로 사초(史草)가 되자!

스스로 독자(讀者)가 되자!

 

그리하여

능욕으로 굴절된 내 나라를 바로 펴자

폭압으로 짓눌린 참 마음을 바로 쓰자

미명으로 눈뜨는 새 세상을 바로 읽자

모질게 다짐하는 성숙의 계절마다

비바람 눈보라로 나이테를 그렸지

 

이제 스스로 걷는 걸음에도 봄꽃은 피고

먹구름 교신도 찾아내어 소나기로 쏟아내며

낙엽 서신으로 생명의 비밀도 읽어낼 줄 아는

그대는 방면 열여덟 살, 성년의 아침!

뜨거운 혈맥이 고동치는 청춘의 가슴!

 

지금 망설임은 청년의 주적(主敵)!

동포를 끌어안고 역사의 길 통일로

정의를 포옹하여 화합의 창 바다로

가난을 보살펴서 인간의 땅 이웃으로

우리네 신명난 청춘의 세계로 가자!

 

또 다시 주저함은 청춘의 원수(怨讐)!

저 독도에서 새만금까지 문화의 춤사위로

우리 춘향동네 안방까지 넉넉한 추임새로

신명의 뜰 겨레붙이 놀이마당으로

더불어 살맛나는 상생의 세계로 가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새만금문학제, #역사왜곡, #백일장, #시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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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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