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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XX년 10월 26일. 요정에서 술을 마시던 박명수 대통령은 중앙정보부장 유재석의 흉탄에 쓰러졌다.

 

"메뚜기 너........."

"미안해 형. 노홍철이 시켰어........"

 

박 대통령은 죽기 전에 핸드폰으로 딸에게 유언을 남겼다.

 

"혜림아.......장학재단 네 앞으로 해놨으니 먹고 살 걱정은 말아라......."

"아버지!"

 

'버럭 호통'으로 10년 동안 철권통치를 하던 독재자는 이렇게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한편 박혜림은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해 광장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우리는 도대체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합니까? 대통령이 메뚜기에게 총 맞아 죽는 나라가 무슨 나라입니까!"

 

눈물을 흘리며 절규하는 박혜림을 눈여겨보는 한 남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강태산이었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도 잊혀져갈 즈음. 학교를 졸업한 박혜림은 장학재단에서 나오는 월급으로 비교적 평탄한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어느 날 혀 짧은 남자가 번쩍이는 배지를 달고 그녀 앞에 나타났다.

 

"박혜림씨, 이번 남송 해송 보궐선거에 입후보해주십시오. 당신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강, 강태산 의원님? 전 정치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도대체 왜 저 같은 여자를?"

 

강태산은 박혜림의 두 손을 꽉 잡았다.

 

"혜림씨 아버님 돌아가셨을 때 혜림씨를 본 적이 있습니다. 박혜림씨의 순수한 열정과 여성답지 않은 패기, 정치적 판단력, 지도자로서의 폭넓은 식견과 리더십........이런 건 다 립서비스고 사실 당신 아버지의 후광이 필요합니다."

 

그리하여 박혜림은 얼떨결에 선거판에 뛰어들었으나 첫 유세에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박혜림의 연설을 듣기 위해 몰려든 군중들은 멀뚱멀뚱 그녀의 얼굴만 쳐다보고 민우당 선거전문가인 왕중기는 속이 타 들어갔다.

 

"으이구 박혜림 후보! 어서 뭐라고 말 좀 해봐요!"

 

하지만 박혜림은 고집스럽게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다. 그녀를 추천한 강태산 의원도 애가 타서 박혜림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

 

"박혜림씨! 말해요! 왜 말을 안 해!"

 

박혜림은 그제야 천근같은 입을 열었다.

 

"내 수첩이 없어졌어요. 수첩에 다 적어놨는데........"

 

그때 한 청년이 오토바이를 타고 혜성처럼 나타나 그녀에게 수첩을 전해주었다.

 

"아줌마! 어제 우리 집에 수첩 놔두고 갔어. 연설 잘 해!"

"도야야! 고마워! 사시 합격한 거 축하해!"

 

허술한 유세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후광을 받은 박혜림은 무난히 여의도 입성에 성공한다.

 

관광나이트에서 박혜림과 눈이 맞았던 제비 하도야는 검사가 된 뒤 개과천선하여 국가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오늘도 G20 반대시위를 하는 좌파세력들을 때려잡는 중이었다. 시위자 수십여 명이 하도야 검사를 둘러쌌으나 일당백의 하도야는 이들을 모두 제압했다.

 

"대한민국 검찰 물로 보지 마!"

 

하 검사가 시위대를 줄줄이 잡아넣고 청사로 돌아오자 동료 검사들이 영웅처럼 떠받들었다.

 

"하 검사! 멋지다! 이십 대 일로 싸웠다며?"

 

그러나 뿔테 안경을 쓴 지청장은 못마땅한 얼굴로 하도야를 노려보았다.

 

"하 검사! 니 초등학생들 줘 패고 와서는 먼 유세고?"

"지청장님, 여중생도 몇 명 있었는데요."

"그래, 뭐 암튼 장하다. G20 반대세력도 척결하고 천안함 유언비어 유포세력도 박살내고 앞으로 하도야 니가 있는 한 철없는 어린애들은 날뛰지 못할 끼다."

"하하! 피디수첩 혼쭐내고 전직 대통령 골로 보낸 선배님들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그때 하도야의 핸드폰이 부르르 떨렸다. 발신자를 보니 낙원동에서 국밥집을 하고 있는 욕쟁이 할매, 바로 하 검사의 홀어머니였다.

 

"도야야! 이 썩을 것아! 밥은 잘 처먹고 댕기냐?"

"네 엄마. 국밥 잘 팔려요?"

"그려. 이 에미가 청와대에 가게 됐다."

"청와대에? 엄마가 청와대에 왜?"

"청와대 주방장으로 뽑혔어! 대통령이 내 국밥이 맛있대!"

 

욕쟁이 할매는 하루아침에 대한민국 최고등급의 요리사가 됐다. 하지만 욕하는 버릇은 여전하여 가카께 국밥을 떠드리며 망언을 하고 말았다.

 

"싸게 처먹고 경제나 살려! 강에서 삽질은 그만하고......."

 

욕쟁이 할매의 하극상에 놀란 비서실장이 대통령께 간하였다.

 

"가카! 도대체 왜 저런 할매를 주방장으로 쓰십니까? 당장 내치십시오!"

 

하지만 대통령은 태연히 국밥을 떠먹으며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안마든 요리든 못 생긴 여자가 서비스가 좋아........"

 

한편 민우당의 당권을 놓고 경쟁하던 강태산 의원은 조배호와의 권력투쟁에서 패배하여 탈당을 결심한다.

 

"에라잇! 못해 먹겠네! 창당이다!"

 

하지만 강태산을 지지하는 세력은 미약하였으니, 그를 따르는 의원은 박혜림 정도였다.

 

"강 의원님........당명은 뭐로 하실 건가요?"

"혜림씨! 당신은 우리 당의 아이콘입니다. 당명은 '친박연맹'로 하겠소."

"네에? 제가요? 왜 저 같은 초선 의원을........"

"자신감을 가져요 박혜림씨! 박혜림씨의 미모와 지성, 상대를 끌어안는 포용력, 승부를 걸 줄 아는 두둑한 배짱,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원칙주의.......이런 건 웃자고 하는 얘기고 당신 아버지의 후광이 필요합니다."

 

그리하여 신당 친박연맹이 만들어졌으니 창당멤버는 박혜림, 강태산, 하도야, 욕쟁이 할매 이렇게 네 명이었다. 박혜림은 과연 대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 대하정치패러디 미물 끝 -


태그:#박근혜, #대물, #미물, #고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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