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가곡, 대목장, 매사냥 등 3건이 지난 16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5차 무형유산정부간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종묘 제례 및 종묘 제례악(2001년 등재)'을 시작으로 판소리(2003년), 강릉단오제(2005년), 강강술래(2009년), 남사당놀이(2009년), 영산재(2009년), 제주칠머리당영등굿(2009년), 처용무(2009년) 등과 이번 3건을 더해 모두 11건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하게 되었다.
남창 26곡, 여창 15곡 등 모두 41곡 가곡 전승
'가곡'은 시조시(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에 곡을 붙여서 관현악 반주에 맞추어 부르는 우리나라 전통음악으로, '삭대엽(數大葉)' 또는 '노래'라고도 한다. 가곡의 원형은 만대엽, 중대엽, 삭대엽 순이나 느린 곡인 만대엽은 조선 영조(재위 1724~1776) 이전에 없어졌고, 중간 빠르기의 중대엽도 조선말에는 부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의 가곡은 조선 후기부터 나타난 빠른 곡인 삭대엽에서 파생한 것으로, 가락적으로 관계가 있는 여러 곡들이 5장형식의 노래모음을 이루고 있다.
현재 전승되고 있는 가곡은 우조, 계면조를 포함하여 남창 26곡, 여창 15곡 등 모두 41곡이지만, 이 가운데 여창은 남창가곡을 여자가 부를 수 있도록 조금 변형시킨 것으로 남창과 거의 동일하다. 다만 여창 특유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선율과 높은 음역의 속소리(가성)를 내는 점이 다르다.
형식을 보면 시조시 한 편을 5장으로 구분하여 부르는데 전주곡인 대여음과 간주곡인 중여음을 넣어서 대여음, 1장, 2장, 3장, 중여음, 4장, 5장 순으로 반복한다. 매우 조직적이며 짜임새가 잘 되어 있는 연주는 거문고와 가야금, 해금, 대금, 단소, 장구 등으로 이루어진다. 가곡은 변화 없이 오랜 세월 명맥을 유지해 왔으며 예술적 가치가 높은 음악이다.
대목장은 궁궐, 사찰 등 건물을 짓는 전 과정의 책임을 지는 장인
우리나라에서는 나무를 다루는 사람을 전통적으로 목장, 목공, 목수 등으로 불렀다. 기록상으로 보면 목장은 삼국시대부터 있었다. 이 목장 가운데 궁궐이나 사찰 또는 가옥을 짓고 건축과 관계된 일을 대목(大木)이라 불렀고, 그 일을 하는 장인을 대목장(大木匠)이라 불렀다. 설계, 시공, 감리 등 나무를 재료로 하여 집을 짓는 전 과정의 책임을 지는 장인으로서, 오늘날 건축가를 일컫는 전통 명칭이 대목장이다.
우리나라의 전통 건축기법은 예로부터 목수들에 의해 전해 내려왔다. 그 중에서 목수의 우두머리인 대목장의 역할은 많은 장인들을 지휘 통솔하는 능력뿐 아니라, 건축과 관련된 모든 기술과 기법을 충분히 갖춘 이들만이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집을 짓기 위한 목재의 구입에서 건물의 배치, 건물의 용도에 따른 설계 과정을 거쳐, 목재의 치목과 모든 부재를 조립하여 건물의 뼈대를 완성하게 된다. 벽을 만들고 지붕을 올리고 기와, 단청에 이르는 여러 단계의 후반 작업 역시 거쳐야 한다.
또한 각 과정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기법들, 이음과 맞춤, 그리고 사용되는 도구들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그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따라서 대목장 기능의 습득은 짧은 시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 수십 년에 걸친 현장 경험과 스승으로부터의 가르침을 통하여 전통적인 대목장 기능이 갖추어지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이러한 대목장 전통이 있었다. 대목장들은 우리나라의 문화적 배경과 자연 환경에 걸맞은 독특한 건축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예부터 전해오는 풍수지리를 바탕으로 건물 터를 잡고, 자연경관을 크게 해치지 않고 자연에 순응하며 터를 닦았다. 우리나라에서 자란 나무를 재료로 삼고 이를 다루는 연장을 개발하고 발전시켰다. 이 과정에서 여러 훌륭한 대목장들이 배출되었음은 물론이다. 우리 정부에서는 이러한 대목장의 전통을 보호하고 지속적으로 잇기 위해 그 기능과 지식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있다.
특히, 대목장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는 우리나라 최초의 기능 분야 등재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있으며, 시대적 변화와 유행에 밀려 위기에 처한 대목장 의기능과 대목장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물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흥미를 갖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이나 최근의 광화문과 숭례문 복원이 대목장의 지휘 하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뜻 깊다.
몰이꾼, 봉받이, 배꾼… 매사냥은 조직적으로 이뤄져
'매사냥'은 매를 훈련하여 야생 상태에 있는 먹이를 잡는 방식으로 400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매사냥은 아시아에서 발원하여 무역과 문화교류를 통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의 매사냥은 식량 확보 수단으로 사용되었으나, 현재의 매사냥은 자연과의 융화를 추구하는 야외활동으로 자리매김했으며 60개 이상 국가에서 전승되고 있다.
매는 한로(寒露)와 동지(冬至) 사이에 잡아서 길들인 후 겨울 동안 사냥에 나서게 한다. 겨울이 되면 야산에 매 그물을 쳐서 매를 잡는데, 처음 잡은 매는 야성이 강하여 매섭게 날뛰기 때문에 숙달된 봉받이가 길들이기를 한다. 매를 길들이기 위해서 매를 가두어 키우는 방을 '매방'이라고 하는데, 매 주인은 매방에서 매와 함께 지내며 친근해지도록 노력한다.
매사냥은 개인이 아니라 , 꿩을 몰아주는 '몰이꾼(털이꾼)', 매를 다루는 '봉받이', 매가 날아가는 방향을 봐주는 '배꾼' 등으로 구성해 조직적으로 한다. '시치미 떼다'라는 속담도 매사냥에서 나왔는데, 매 주인이 자신의 매임을 표시하기 위해 붙이는 이름표(소뿔을 갈아 만든 길이 5㎝ 정도의 조각에 이름을 새김)를 '시치미'라고 한다.
한편 매사냥은 11개국 공동 노력으로 이루어낸 결실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에서 모범사례로 인정받았다. 이번 공동등재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 벨기에, 체코, 프랑스, 모로코, 카타르,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스페인, 몽골 등 11개국이 참여했으며, 아랍에미리트가 신청서 작성을 조율하며 유네스코 사무국과의 연락담당국 역할을 수행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란? |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Humanity)'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 협약에 가입한 당사국 총회에서 선출해 구성한 24개국의 '무형문화유산 보호 정부간 위원회(무형유산정부간위원회)'가 대표목록과 긴급목록에 등재할 유산을 최종 선정한다.
최초에 우리나라의 '강릉단오제'와 같은 인류무형문화유산은 유네스코가 1992년부터 운영하던 하나의 프로그램으로서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2003년 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 및 자연유산 보호협약'을 바탕으로 무형유산분야를 아우르는 국제협약인 '무형유산보호협약'을 채택한 뒤, 2006년에는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 프로그램을 종료하였다.
이후 유네스코는 2008년부터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대표목록'과 '긴급보호목록'으로 나누어 지정,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 목록은 대표목록으로 전환되었다. 이처럼 무형유산은 유네스코가 하나의 프로그램에서 국가 간 협약으로 단계를 높여 관리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그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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