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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판결 일곱 번째 이야기이다. 이번에 소개할 판결은 세 가지이다.
① 일본대사에게 항의한 '독도 지킴이' 징역형 받은 사연.
② 어느 여고생의 악몽같은 사흘.
③ 증권사 직원의 투자 손실, 책임 물을 수 있나.



[판결 ①]
독도영유권 항의 '징역형'... 정부는 뭘했나

일본이 내년부터 모든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한다고 결정한 가운데 지난 4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6.15청학년대 학생들이 일본의 왜곡된 교육정책 철회와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이 내년부터 모든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한다고 결정한 가운데 지난 4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6.15청학년대 학생들이 일본의 왜곡된 교육정책 철회와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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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저는 독도지킴이입니다. 제가 보낸 편지는 받았습니까, 왜 독도를 다께시마라고 합니까."

평소 독도의 영유권 문제에 높은 관심을 갖고 활동해 온 김아무개씨의 목소리는 높았다. 그는 지난 7월 한 단체의 초청으로 특별강연을 했던 일본대사를 향해 이렇게 외쳤다. 그는 그 전에도 여러 차례 독도문제와 관련된 편지를 보낸 적이 있었다.

일본 대사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자 그는 유인물을 전달하려 단상으로 나갔으나 진행요원들의 제지를 받았다. 그러자 그는 단상을 향해 시멘트 조각을 집어던졌고 그 조각이 일본대사관 직원의 손등에 맞게 되면서 현장에서 체포되었다.

그는 1심에서 외국사절 폭행, 업무방해 등의 죄목으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김씨와 변호인은 항소심 법정에서 "영토주권을 침해하는 일본대사관의 독도영유권 주장에 항의한 행동으로 정당행위이며, 상해를 가할 의사도 없었다"는 취지로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인 서울고법은 11일 "김씨의 행위가 동기나 목적에 고려할 바가 있으나 김씨가 선택한 수단이나 방법은 우리 법질서가 용인할 수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법원은 이와 함께 형이 약하다는 검찰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률적 판단을 떠나 김씨의 행위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다. 하지만 독도영유권 문제로 김씨가 일본을 향해 이렇게 항의를 할 때까지 국가는 뭘 했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판결 ②] 어느 여고생의 악몽같은 사흘

버스 안
 버스 안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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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2] 새벽 6시 반, 여고생 A양(17세)은 학교에 가기 위해 평소처럼 버스에 올라탔다. 그런데 갑자기 바로 옆좌석에 있는 아저씨의 팔꿈치가 몸에 닿았다. 그순간 A양의 몸은 돌처럼 굳어졌다. 이때부터 B씨(40대)의 추행은 시작됐다. 그는 겁에 질려 꼼짝하지 못하는 A양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다음날 B씨는 더 대담해졌다. 같은 시각 버스 안에서 A양의 뒷자리에 앉아 좌석의자와 창문 틈 사이로 손을 집어넣고선 겁에 질려있는 A양의 교복 속에 손을 넣어 온몸을 만졌다. 그는 A양이 버스에서 내리자 잠깐 같이 가자며 인근 교회 주차장으로 데리고 간 다음 겁탈을 시도하였으나 도망가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사흘째 되는 날도 B씨의 추행은 이어졌다. 그는 이번에는 버스 통로쪽에 앉아있는 A양을 창문자리로 앉게 한 뒤 치마 속으로 손을 짚어넣었다. 

A양에겐 악몽같은 사흘이었다. 여고생을 노골적이고 지속적으로 성추행한 것은 강간과 뭐가 다르겠는가.

서울서부지법은 11일 B씨에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적용,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5년간 신상정보 공개도 명했다. 그나마 B씨에게 아무런 전과가 없는데다 반성하고 있으며 A양 쪽에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이 참작되었다. 이 판결에 B씨는 형이 너무 세다며, 반대로 검찰은 형이 약하다며 항소한 상태다. 

상식적으로 버스 안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긴 쉽지 않다. 아무런 전과가 없는 B씨가 이런 짓을 저지른 건 새벽 시간대이고, 피해자가 저항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성추행범들은 여리고 만만한 사람을 목표로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A양이 입은 마음의 상처가 쉽게 아물지 않겠지만 부디 덧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판결 ③3] 증권사 직원이 주식거래 손실... 책임은?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 객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세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 객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세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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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3] "50대 주부예요. 여유 자금을 어떡할까 고민하다가 증권사를 찾아갔네요. 사모님, 사모님 하면서 살갑게 대하던 직원이 주식 투자를 권하더라고요. 잘 모른다고 하니 글쎄  자기만 믿으래요. 원금 보장에 따블은 기본이라나. 그래, 1억원 넘게 맡겼지요. 근데 몇년새 돈이 한 푼도 안 남았대요. 따블은커녕 원금까지 날려먹었으니 참 어이가 없어서……." (C씨, 주부)

"전 당연히 주식 투자를 권유하지요. 그게 제 직업이니까요. 사모님은 절 믿고 주식거래를 위탁하신 거고요. 사모님께도 좋은 종목 나오면 계속 설명해드렸고, 주식을 사고 팔 때도 수시로 통화를 했고 승낙 받았습니다. 매수, 매도 종목과 타이밍을 제 맘대로 한 적 한번도 없습니다. 투자액이 날아간 건 안타깝지만 그걸 저나 증권사가 책임질 이유가 없지요." (D씨, 증권사 직원)

C씨는 증권사 직원의 무리한 권유와 투자로 손해를 보았으니 D씨와 증권사가 함께 책임을 지라며 소송을 냈다. 결과는 전부 패소.

C씨는 "부당 권유(고수익에 원금보장), 임의 거래(설명이나 동의 없이 주식거래), 과당매매(주식매매를 수시로 반복) 등으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주지법은 17일 "비록 C씨가 D씨의 권유로 주식거래를 시작했더라도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린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C씨가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보고 난 뒤에도 계속 D씨에게 계좌의 관리를 위탁한 점에 비추어 거래를 포괄적으로 일임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주식 거래시 사전 동의, 사후 승낙을 받아 거래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에서 증권사의 임직원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는 엄격하다(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상자 기사를 참고하기 바란다).

결국 펀드건 주식 투자건 위탁 투자건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면 된다. 설사 증권사 직원이 원금을 보장해주겠다는 말을 남겼더라도 문서로 작성되지 않는 이상 그걸 법원에서 인정해주기 어렵다. 주식 투자, 전문가에게 맡겼다고 결코 안전하지 않다. 

"증권사 권유로 투자했더라도 고객 보호의무 저버렸을 때만 책임"
[사례 ③]과 같이 증권사나 은행의 권유로 투자를 한 경우 판례에서 증권사의 임직원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는 엄격하다. 조금 길지만 대법원의 입장을 보자.

"증권회사의 임직원이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투자를 권유하였으나 투자 결과 손실을 본 경우 불법행위책임이 성립되기 위하여는, 거래경위와 거래방법, 고객의 투자상황(재산상태, 연령, 사회적 경험 정도 등), 거래의 위험도 및 이에 관한 설명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당해 권유행위가 경험이 부족한 일반 투자가에게 거래행위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형성을 방해하거나 또는 고객의 투자상황에 비추어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경우에 해당하여, 결국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려 위법성을 띤 행위인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 (대법원 2000다50312 판결 등)

말이 복잡하고 어렵다. 고객의 손실에 대해 증권사에 책임을 물으려면, 거칠게 표현하자면 이렇다. '세상 물정 잘 모르는 사람에게 불리한 조건은 쏙 빼고 감언이설로 꼬드겨서 투자하게 만들거나, 이득 못지 않게 손실 위험이 상당히 큰 데도 돈벌게 해줄테니 안심하고 투자하라고 권유한 정도는 되어야 한다.'

이런 기준으로 아주 가끔 증권사나 은행에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기도 한다. 지난 10월 서울고등법원은 펀드가입을 권유하면서 고수익성만을 강조한 채 원금손실 가능성을 설명하거나 투자설명서도 보여주지 않은 채 가입을 유도하여 고객에게 손실을 입게 했다는 이유로 은행과 증권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의 펀드상품은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난해한 상품이었으며 고객은 나이 70이 넘는 펀드 문외한이었다. 그런데도 법원은 증권사 등에게 손실액의 40% 책임만을 인정했다. 어쨌거나 투자하는 사람의 책임이 크다는 말이다.


태그:#독도, #주식, #성추행, #주식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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