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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대표적 향토기업으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자동차판매주식회사(이하 대우자판)이 영안모자에 인수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우자판 일부 경영진 등은 그렇게 될 경우 건설부문 등의 대규모 정리해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반발하고 있다.

대우자판과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부평신문>과 한 전화인터뷰에서 "채권단은 대우자판 이사회가 이달 초 승인한 '아지아펀드'의 신규투자(안)을 부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우자판 인수를 희망하고 있는 영안모자가 대우자판을 인수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영안모자는 '모자의 왕'으로 알려진 백성학 회장이 경영권을 갖고 있으며, 대우자판 협력업체인 대우버스도 인수한 상태다. 대우자판 채권단은 영안모자를 대우자판 자동차판매사업부의 대주주로 끌어들여 경영정상화를 꾀하고 건설사업부는 사실상 정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영안모자는 300억 원을 투자해 새로운 대우자판 법인을 설립하면서 지분 50% 이상을 확보하고, 채권단은 500억 원 상당을 출자 전환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자판은 2008년 12월 ‘파라마운트 무비파크 코리아’ 기공식을 개최했다. 대우자판은 자사 소유의 송도 부지를 무비파크 등으로 개발해 재도약을 추진했지만, 결국 워크아웃 상태에 들어갔다.
 대우자판은 2008년 12월 ‘파라마운트 무비파크 코리아’ 기공식을 개최했다. 대우자판은 자사 소유의 송도 부지를 무비파크 등으로 개발해 재도약을 추진했지만, 결국 워크아웃 상태에 들어갔다.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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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안이 인수하면 건설부문 죽고 대규모 정리해고"

이동호 전 대우자판 사장과 일부 임원들은 홍콩계 투자 펀드로 알려진 '아지아펀드'가 대우자판을 인수하기를 희망해왔다. 대우자판 이사회는 최근 '아지아펀드'가 대우자판을 인수하는 것을 안건으로 통과시킨 뒤 채권단에 이를 전달했다. 이 전 사장은 '아지아펀드를 끌어 들여 경영권을 이어갈 것'이란 대내외의 비판을 의식한 듯 지난 11일 공식적으로 사임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대우자판 채권단은 19일 '아지아 펀드'를 대우자판 신설법인의 대주주로 하는 투자 (안)을 부결했다. 이는 대우자판을 인수할 의사를 가지고 있던 영안모자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되기 때문에 사실상 영안모자가 대우자판을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영안모자가 대우자판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증권가에 전해지자 주가는 상한가에 다다르기도 했다.

이 전 사장과 일부 임원들은 '영안모자가 대우자판을 인수할 경우, 건설부문은 '배드 컴퍼니(=안 좋은 기업)'로 전락할 뿐 아니라, 대우버스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판매 부문이 정리되기 때문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아지아 펀드 쪽을 선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지아 펀드는 자동차판매와 건설 부문 모두에 관심을 보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사수를 위한 대우자판 본부장 협의회'도 19일 성명을 통해 '산업은행이 밀실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본부장 협의회는 "투자자 선정은 고용안정과 주주의 이익이 담보되는 공개매각을 해야 하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관계자는 '당장 워크아웃을 중단하겠다. 급여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등 영안모자로의 매각을 강요하는 상식 이하의 협박을 저질러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당사 이사회가 우선투자대상자로 선정한 아지아에는 최소한의 공정한 투자설명회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소위 채권단운영위원회에 서면결의로 당사의 워크아웃 변경 신청 안에 대해 부결을 유도하는 치졸한 행태를 저질렀다"고 한 뒤 "소액주주들과 함께 산은 및 현 경영진의 행태를 고발하는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고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본부장 협의회는 밖에도 ▲공정하고 투명한 투자자 선정 ▲직원 고용안정과 주주 이익이 보장되는 투자자 선정 ▲직원 체불임금 전액 지급 등을 주장했다.

대우자판(주) 건설부문 공사 현장.<사진제공ㆍ대우자판>
 대우자판(주) 건설부문 공사 현장.<사진제공ㆍ대우자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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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아펀드 국내시장에 신뢰 못 줘"

하지만 대우자판 채권단이 홍콩 투자펀드인 '아지아 펀드'를 대우자판 신설법인의 대주주로 하는 투자(안)을 부결시킨 것은 아지아 펀드가 국내 시장에 신뢰도를 높이지 못했기 때문이란 평가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19일 <부평신문>과 한 전화인터뷰를 통해 "일부 반발이 있는 것은 알지만, 영안모자 투자 유치가 좋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회사(=대우자판)도 영안모자의 투자 유치가 바람직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지아가 국내 시장에 신뢰성을 어느 정도 얻고 있는지 판단할 문제"라고 한 뒤 "중요한 것은 워크아웃 상태인 대우자판을 잘 회생 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 향토기업 공중분해 소식에 걱정

인천의 대표적 향토기업인 대우자판이 영안모자에 인수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천에서는 대우자판의 대규모 정리해고와 함께 본사 이전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영표(부평을) 민주당 국회의원은 "영안모자가 대우버스를 인수했지만, 경영이 구시대적이란 평가가 있다"면서 "대우자판을 분리 매각하게 되면 대규모 실업 사태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만 홍 의원은 "국내에서 건설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산업은행에서 건설부문은 회생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 같고, 아지아펀드의 실체가 국내시장에서 신뢰를 주지 않아 영안모자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인석 전 인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기업회생, 고용보장, 경영권 회복 문제가 있는데,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혼재된 상황 같다"고 한 뒤 "다만 (인천)지역 입장에서는 고용문제가 중요한 만큼, 대규모 정리해고와 본사 이전 문제 등은 채권단에서 신중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대우자판, #홍영표, #아지아, #영안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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