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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일 13시 05분.

서울의 한 분식점에서 미모의 김치김밥이 토막 시체로 발견되었다. 사건현장에 급파된 강력계 형사 참치김밥은 토막 시체를 보는 순간 구토를 하고 말았다.

 

"우욱.......이런 엽기적인........"

 

먹기 좋게 원반형으로 잘라진 김치김밥의 단면으로는 하얀 속살은 물론 김치와 단무지, 소시지, 계란 같은 내장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야말로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참혹한 광경! 참치김밥은 바닥에 밥알을 계속 게워냈다.

 

"그만 정신 차리게. 그러다 김만 남겠어."

 

누군가 어깨를 두드려보니 호리호리한 김밥 한 줄이 예리한 눈빛을 보내며 서 있었다.

 

"혹시.......본청에서 오신 충무김밥 형사님이십니까?"

 

충무김밥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인사드립니다. 강력계 참치입니다. 선배님 같은 분과 함께 일하게 돼서 영광입니다."

"반갑구먼. 그래 뭐 좀 나왔나?"

"글쎄요. 이런 끔찍한 사건은 처음이라........"

"쯧쯧쯧.....난 이런 토막 난 김밥을 수도 없이 봐왔어."

"정말 잔인무도한 놈입니다. 도대체 누가 이랬을까요?"

"심증이 가는 놈이 있긴 한데......일단 현장 감식부터 하지."

 

충무김밥은 돋보기를 들고 김밥 토막을 샅샅이 살폈다. 참치김밥은 충무김밥 형사의 비위가 좋은 데 놀라며 멀찌감치 떨어져 구경만 했다.

 

"참치! 이리 오게! 피가 묻어 있어!"

 

참치김밥이 살펴보니 붉은 김칫국물이 밥알 사이로 스며들어 있었다.

 

"이건.......피해자의 피가 아닙니까?"

"멍청하긴! 김 바깥쪽에 묻은 피 말일세!"

 

참치김밥이 다시 면밀히 살피니 붉고 끈적끈적한 액체가 김에 붙어 있는 것이다.

 

"이건 필시 범인의 피일세. 국립식품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하게."

 

참치김밥은 충무김밥의 예리한 관찰력에 새삼 놀라며 범인의 피를 채취했다.

 

"선배님, 이제 뭘 해야 합니까?"

"용의자를 만나러 가야지."

"용의자요? 누굽니까?"

"누드김밥. 그 자식이 한 게 틀림없어. 이게 그 자식 사진일세."

 

충무김밥이 넘겨준 용의자의 사진을 보니 하얀 밥알을 밖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참치김밥은 눈살을 찌푸렸다.

 

"김도 안 입고 뭐 하는 짓이죠? 징그럽게.......노출광인가요?"

"응. 누드김밥은 변태적 욕망을 가진 성도착증 환자야. 분명 김치김밥을 잔인하게 살해한 건 그 놈이야."

 

두 형사는 번개같이 차를 몰아 용의자의 집으로 도착했다. 하지만 누드김밥은 두 형사를 보고도 딴청을 피웠다.

 

"난 안 죽였어요. 김치가 죽은 게 언제였죠?"

"밥알이 굳어진 정도로 보아 12시 10분에서 15분 사이야. 그 사이에 뭘 하고 있었지?"

"킬킬킬.....내가 말아진 게 18분인데요. 난 김치가 죽은 뒤에 태어났다고요."

"음!"

 

두 형사는 맥이 빠져서 용의자의 집을 나왔다.

 

"어쩌죠? 누드김밥 녀석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어요."

"저 자식 분명 무슨 트릭을 쓴 게 틀림없어."

 

차를 타고 서로 돌아오면서 두 형사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휴.......정말 어렵네요. 이런 사건은 정말 힘들어요."

"그래. 하지만 사명감을 가져야지. 자넨 왜 형사가 됐나?"

"어렸을 때 치즈김밥 형이 베트남 쌀국수한테 맞아서 단무지가 빠졌어요. 그 때 결심했죠. 외래음식으로부터 우리 김밥을 지키자고. 충무 선배님은 왜 형사가 되셨어요?"

"내가 말아진지 얼마 안 되었을 때야. 아버님이 날카로운 흉기에 찔려 돌아가셨지. 범인은 잡지 못했어. 그런데 부검을 해보니 밥알 속에서 나무 조각이 나왔지."

"나무 조각?"

"그래. 흉기는 이쑤시개였던 거야. 그 이후 난 이쑤시개를 쓰는 범인을 잡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네. 언젠가는 내 손으로 원수의 손목에 수갑을 채울 거야."

 

두 형사가 속 깊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참치김밥의 전화기가 울렸다.

 

"네? 뭐라고요! 알겠습니다!"

"참치, 무슨 일인가?"

"식품연구소의 감정결과가 나왔답니다. 시체에 묻은 피는 떡볶이 국물이었답니다!"

"뭐야? 떡볶이가 범인이었군. 어서 체포영장을 신청하자고!"

 

두 형사가 떡볶이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김이 휘날리도록 달려가는 사이, 또 다른 엽기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전화를 받은 참치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또 무슨 일인가 참치?"

"누.......누드김밥이 토막 시체로 발견됐답니다."

"뭐야? 누드가? 이런!"

 

도대체, 도대체 누가 이런 엽기적인 행각을 벌인단 말인가? 두 형사는 눈앞이 캄캄해져왔다. 그 때, 충무김밥의 외마디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앗 선배님!"

 

참치김밥이 놀라서 돌아보니 충무김밥의 옆구리에 기다란 이쑤시개가 박혀 있었다.

 

"선배님! 괜찮으십니까!"

"분하다.......내 아버님의 원수에게 당하다니......."

"선배님! 정신 차리세요!"

"나의 죽음을 다른 김밥들에게 알리지 말라........."

"선배님! 도대체 누가 이랬습니까?"

 

충무김밥은 숨이 끊어지기 직전에 하늘을 가리켰다. 참치김밥 형사가 고개를 들어보니 거대한 식칼이 춤을 추며 내려오는 중이었다. 참치 형사는 자신의 마지막을 직감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때 하늘에서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줌마! 참치김밥 아직 멀었어요?"

"네~ 지금 나가요~"

 

- 본격 식품미스터리 김밥형사 참치 끝 -


태그:#추리소설, #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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