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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과 학교 탓에 서울에서 지내야하는 가족들때문에 모티프원에서의 시간이 주로 저 홀로임을 아는 동네 분들은 간혹 제게 '밥동무'를 해달라곤 합니다.

 

혼자 식사할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밥동무'가 되어주면 좋겠다는 이웃의 전화를 모두 그 말씀대로인 것으로 믿지는 않습니다. 그분들은 오히려 홀로인 제가 끼니를 제 때 챙겨먹는지 걱정된다는 긍휼한 마음의 발로에서 한 일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어제는 동네 어른의 밥동무가 되어드렸습니다.

 

밤을 새우고 아침에야 잠자리에 든 감독 아들은 아직 점심생각이 전혀 없고, 영감님은 리영희선생님의 장례위원으로 아침 일찍 빈소로 가셨다는 것입니다.

 

헤이리 인근 한정식집에서 과분한 차림의 점심을 나누었습니다. 떡 벌어진 상을 놓고 햇반 얘기부터 꺼냈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오랜만에 아들집을 갔더니 며느리가 햇반을 데워 내더랍니다. '이걸 먹어 말어'하는 서운한 마음이 북받쳤대요. 이는 서운한 시어머니의 입장이지만 요즘 어른들도 편리함을 따르기는 매한가지이지요. 여러 지인들이 한 어르신 댁에 모이는 날, 식사 때가 되자 할머니께서 햇반을 데워서 죽 돌리더랍니다."

 

사실 현재 삶의 양태변화에 따라 파편화된 가족구조 속에서 갓 한 따뜻한 밥으로 식탁을 차리기가 점점 어려운 게 사실이지요. 무쇠솥밥을 먹었던 어릴 적 기억은 가물가물 지워지고 있고 전기압력솥 밥을 먹는 것도 흔치않은 일이 돼 가고 있습니다. 이런 세태에 갓 한 밥으로 밥상을 받는 일은 언감생신입니다.

 

느리게 식사를 하는 동안, 아이폰의 놀라운 기능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아이폰의 놀라운 기능들이 오히려 사람들의 대면을 막고 있어요. 즉석에서 궁금한 모든 것을 검색하고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즉시 다수에게 발신합니다. 그것으로 회화공부를 합니다. 이불속에서도 영화보고 방송을 봅니다. 사람을 마주할 필요가 없어요. 부부관계보다도 더 재미있는 게 아이폰이에요."

 

사실 옛날이야 정보가 유통되는 곳이 여자는 우물가였고 남자는 사랑방이었지요. 그 당시는 우물가로 가서 이웃을 마주하지 않으면, 사랑방 나들이를 하지 않으면 정보취득이 불가능했었습니다. 그러므로 사람이 섞이면서 그 과정에 이웃 간의 정이 고이곤 했습니다.

 

"옛날에는 이웃이 아무리 미워도 이웃을 막대할 수는 없었어요. 갑자기 돈이 떨어지면 옆집에서 꾸어야 했습니다. 한데 이 신용카드라는 게 나오고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요. 갑자기 큰 일이 생겨도 이웃에게 손 내밀 필요가 없어지니 보험들듯 이웃을 막대할 수 없었던 상황이 바뀌어 버린 것입니다."

 

이 어른은 사회의 현상과 그 이면을 보는 능력이 뛰어난 분입니다. 그 본질을 꿰뚫어보는 직관에 늘 고개를 끄덕이곤 합니다.

 

개인의 각기 다른 생활패턴과 알라딘의 지니보다도 더 큰 마법을 부리는 아이폰으로 인해 이제 한 가족들이 한 밥상에 앉는 일조차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니 부모들조차 자녀의 밥상머리교육은 용도 폐기된 가정교육시스템이 되었습니다.

 

밥상머리교육의 수혜자가 된 오늘, 저는 역사사랑방의 김영희여사님과의 한 밥상을 나누면서 잊었던 그 밥상머리교육의 효용에 대해 다시 되새겼습니다. 밥상머리에서 전수받는 도덕과 지혜를…….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밥상, #아이폰, #신용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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